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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열감지 카메라 앞에서 멈춤, 37.5도 미열이었다

[코로나19가 회사 생활에 미친 영향]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그 아찔한 경험

등록 2020.03.25 13:36수정 2020.03.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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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점심시간이었다. 동료들과 맛있게 점심을 먹고 따뜻한 차 한 잔까지 하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회사 정문을 통과할 때는 언제나 열감지 카메라 앞에서 검사를 하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통과의례이려니 했다. 그런데 통과하지 못했다. 

귀 체온계로 다시 온도체크를 했다. 37.5도가 나왔다. 통상 37.5도 이상 미열을 보이면 코로나19 예방수칙에 의해 바로 퇴근을 해야 한다. 다른 한쪽 귀는 37.4도가 나왔다. 애매했다. 잠시 쉬었다가 10분 후에 다시 체크를 했는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아침 출근길에도 정문을 무사히 통과했으며, 오전에 잠시 공적마스크를 사러 나갔다 왔을 때도 이상 없이 통과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너무 당황해 하니 담당하시는 분은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며, 2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사무실에 들어왔더니 이미 정문에서 37.5도를 기록한 내용이 프로젝트 사무실과 고객에게 보고되었고, 본사에도 보고되었다(회사에서는 매일 문진표로 자가점검을 한다). 관리팀에서 연락이 오고, 고객에게서 연락이 오고, 여기저기서 나의 이름이 들리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민망한 퇴근

그때부터 좌불안석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업무백업을 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혹시 몰라 오후에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일단 3시까지 대기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닐 거야. 설마...' 
'혹시 점심에 먹은 커피가 너무 뜨거웠나?'


오후 3시에 다시 열을 재러 내려가는 길. 사무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내려갔다. 또 다시 체온은 37.5도를 찍었다. 다른쪽도 역시 37.4도였다. 정문에서 보안 경비를 담당하는 분이 바로 가방을 가지고 내려와서 퇴근할 것을 권고했다. 팀장님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했다. 이 상황이 납득이 잘 안 가는데, 어쨌든 결과는 37.5도이니 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침에는 어땠어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지금도 정말로 증상이 없어요?"
"조금 피곤한 거 빼곤 아무렇지 않아요."


주변에서 난리이고, 체온도 내려가지 않으니 정말 증상이 있는 건가 스스로도 의심이 들었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애매한 컨디션이라고나 할까.

준비했던 업무백업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주말까지 휴가를 쓰라고 했다. 만약 열이 나면 병원에 가보고,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으면 선별진료소에 가보라는 권고를 받았다. 열체크를 하고, 상황을 종종 보고하라는 지시도 잊지 않았다. 가방을 싸서 사무실을 나서는데, 온 사무실 사람들의 집중 시선을 받으며 퇴근을 했다. 이렇게 민망한 퇴근이라니...

감염됐으면 어떻게 하지?
 

36.9도와 37.4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동안 나의 공포도 왔다갔다 했다. ⓒ 이혜선

 
37.5도로 이런 관심과 대우를 받으니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퇴근하면서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면 어떻게 하지?

나랑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떨던 친한 동료들도 생각이 났다. 그중 한 명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클린 룸에서 근무를 했다. 혹시 사무실이 폐쇄되는 사태를 대비해 1명이 돌아가면서 클린룸에서 근무를 했고, 비상시에 최소한의 업무를 하기 위한 인력이었다. 괜히 같이 차를 마셨나 하는 후회가 밀려 왔다. 나 때문에 사무실이 폐쇄되면 어쩌나 싶고, 공공시스템 관리하는 곳인데, 시스템 운영은 어쩌나 싶었다. 

더불어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하나, 우리 아이들은 어쩌고, 아이들 봐주고 계신 시어머니는 고령이신데 괜찮으실까 등등. 내가 지난주에 어딜 갔었지? 외출을 최대한 자제했는데, 어디서 옮은 걸까? 집 앞 마트, 공원에서 옮았을까? 경로를 더듬어 보게 되고, 무증상으로 돌아다녀 여러 명 감염시킨 확진자도 있었는데, 혹시 내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집에 와서 다시 부랴부랴 체온을 재어 보니 36.9~37.0도였다. 아, 뭐지? 아까는 왜 그렇게 높았던 거지? 어쨌든 다시 보고를 했고, 그래도 모르니 주말까지 쉬라고 했다. 저녁까지 체온을 수십 번 체크를 한 것 같다. 체온은 36.8~37.5도 사이를 오갔다. 37.5도를 다시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비타민C를 잔뜩 챙겨먹고, 9시부터 잠을 청했다. 보통 새벽 5시~6시 사이에 기상하는데, 8시까지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온도를 재어 보니 36.8~37.0도였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후에도 발열은 없었고, 정상체온(36.8~37.0)을 유지했다. 회사에도 체온을 재어 다시 보고를 하고, 주말까지 쉬고 월요일에 출근하기로 이야기 되었다.
 

매일 아침 발열과 기침, 콧물이 있는지 자가 점검을 한다. 미열로 인해 휴가를 받은 다음날, 사진으로 보고를 했다. ⓒ 이혜선

 
기초 체온이 왜 올라갔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생리주기가 가까워져 있었다. 배란일이나 생리주기가 가까워지면 기초체온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얼핏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서 검색을 해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처럼 기초체온이 올라서 걱정했다가 생리주기가 끝나면서 체온이 내려간다는 경험담이 많았다.

주변에 끼칠 민폐가 더 무섭다

이번에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감염되면 당장 내가 아픈 것보다 주변에 끼칠 민폐와 상황이 더 무서웠다는 것이다. 주변의 부담스러운 시선은 덤이었다. 직장인 마인드였을까? 만약 나 때문에 회사가 폐쇄 된다면, 그 피해와 혼란의 원인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다.

2020년 3월 23일 현재, 총 검사자 338,036명이고, 이 중 확진자는 8,961명이다. 전체 검사자의 2.7%에 해당하는 사람이 확진자이고, 나머지 97.3%는 음성이었다는 이야기다. 의심자로 분류되어 검사를 받는 과정까지 그들이 겪었을 심적 부담감은 어땠을까?

봄은 환절기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에 걸리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고,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기침을 할 수도 있다. 기침을 하면서 이렇게 눈치 보이던 적이 있었던가? 이번에는 그저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정말 다행이었지만, 발열은 언제고 다시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청결 등 개인적 노력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코로나19에 감염이 된다면, 상상을 해보았다. 솔직히 그 상황까지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일 테지만, 수칙대로 따르는 것이 죄책감을 더는 일일 것이다.

그 전에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그래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면, 우리의 죄책감은 기억 속에서 잊혀질 것이다. 봄바람에 그 바람을 실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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