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봄'이 아니고 새 '봄'이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54] 고영민 디카시 '성냥'

등록 2020.03.26 17:40수정 2020.03.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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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 이상옥


너도 나처럼 엄마 몰래 부엌에서 성냥개비 훔쳐 나왔구나
확, 그어 당기면 치이익-
이 봄 내내 가지마다 성냥불 붙는, 아슬아슬 성냥불 옮기는
모아보면 나무마다 750개비
아리랑 통 성냥, 비사표 덕용성냥 한 곽
-고영민 디카시 '성냥'


코로나19로 일상이 바뀌었다. 올 봄부터 베트남 메콩대학으로 가서 메콩대학을 플랫폼으로 동남아에 디카시를 문학한류로 확산시켜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발병 확산으로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외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고향집 서재서 집필하며 유튜브 제작에 몰입하는 가운데 틈틈이 인근 연화산을 찾는다.

나이 탓인지 걷지 않으면 몸이 원활하게 순환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걷쓰유커'를 캐치프레이즈로 걷고 쓰고 유튜브하고 정서적 환기를 위해 가끔 커피숍에서 카페라테를 마시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커피숍도 가능한 자제한다.

요즘 연화산에 가면 진달래까지 활짝 폈다. 산에도 꽃불이 옮겨붙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봄의 전령사는 매화이다. 흔히 눈 속에 핀 매화를 설중매라고 하는데 눈은 겨울을 환기하지만 눈 속에 핀 매화는 벌써 봄이 왔다는 걸 알려준다.

고영민의 디카시 '봄'은 매화를 아주 감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디카시는 얼마 전 유튜브에도 소개한 바 있는데, 문학의 새로움이라는 것이 표현의 새로움이라는 것을 새삼 되새겨보게 된다. 평범한 사물이라도 그것을 새롭게 표현하면 사물 자체도 새롭게 보여진다. 해마다 봄이 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관습적인 현상이다.

봄의 전령사 매화를 시인은 매화 가지가 마치 성냥개비를 닮은 것으로 파악하여 성냥개비를 그어 성냥불이 치이익 하고 불이 붙은 모습으로 새롭게 표현함으로써 또 다시 봄이 관습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의 첫 봄처럼 신선하게 전한다.

코로나19 속에서 봄이 왔으니 새 봄을 느낄 정황은 아니다. 지금쯤 진해에는 벚꽃 축제로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을 것이지만 봄의 빗장을 걸어 두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희망적인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 초기에는 한국이 중국에 이은 '코로나19 전파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듯했는데, 근자에는 한국을 코로나19 방역 모델 국가로 해외에서 보고 있다.

오늘 보도에서도 캐나다 트뤼도 총리가 한국의 방역 모델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문대통령에게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방역과 치료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할 의사가 있다"고 화답했다 한다.

한국이 코로나19 전파국가에서 방역 모범국가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세계각국의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럴수록 긍정적 마인드로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여 코로나19 위기를 하루 속히 극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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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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