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D-1... 초유의 사태 벌어지나

미국, 방위비 협상서 한국인 노동자 '볼모'로 압박... "소파 노무조항 개선 필요해"

등록 2020.03.31 10:16수정 2020.03.31 10:48
1
원고료로 응원
a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민중공동행동 회원들이 주한미군의 한국 노동자 무급휴직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인 근로자에게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을 하라고 통보했다. 2020.3.30 ⓒ 연합뉴스

[기사 수정 : 31일 10시 35분]

주한미군사령부가 예고한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상초유의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강제 무급휴직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30일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앞서 한미 대표단은 지난 17~1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차 회의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당초 미국은 2019년 한국 정부가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 1조 389억 원의 5배를 웃도는 50억 달러를 요구했다가 40억 달러 수준으로 한 차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7차 회의에서도 기존 액수를 고수하며 10% 안팎의 인상을 요구하는 한국과는 큰 입장차를 보였다.

우리 측은 본 협상 타결 전이라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임금 문제를 먼저 합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포괄적 타결'을 고수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후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25일부터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9000명 가운데 4000여 명에게 "4월 1일부터 종료가 통지될 때까지 무급휴직에 처한다"고 통보했다. 주한미군은 생명, 보건, 안전, 주한미군 임무수행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남기고, 나머지는 무급휴직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인 노동자 절반가량의 업무가 중지되면 주한미군의 전투준비 태세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잠정적 무급휴직은 군사작전과 준비 태세에 부정적인 영향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이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 선 지급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로 삼아 협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019년의 경우 미군기지 내 한국인 직원 약 9000명의 인건비는 약 5000억 원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이 입수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연례집행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군기지 내 한국인 직원의 인건비 중 우리 정부가 부담한 분담비율은 65~70%에 이른다. 나머지 35~30%만 미국 정부가 냈다. 

한국인 노동자 임금의 대부분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이런 '어깃장'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지위협정(소파·SOFA)의 노무 조항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직접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는 이 조항을 적용받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일체 행사할 수 없다.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전적으로 미국이 쥐고 있다는 말이다.

최응식 전국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은 "소파 노무조항에는 단체행동을 하면 노동자는 해고를 시켜도 정당하다고 명시되어 있다"면서 "이는 우리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는 반 헌법적 조항으로, 이런 상황 아래서 노동조합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무급휴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한국인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들이 법적으로 주한미군에 고용된 군무원 신분이어서 지원 방법이 제한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우리 국적 근무자들에게 한국 측에서 직접적으로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차제에 주한미군이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불합리한 주한미군 지위협정 노무조항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 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은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에 기지 사용료 등으로 지불하는 간접비용을 징수하고, 한국법에 따라 한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 등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방송사 오디션 8강 진출했지만... 3만원 받았습니다
  2. 2 "개미들 돈 버는 건 거품 덕... 올해 안에 주식시장에서 나와야"
  3. 3 거기 사람 묻혀 있다... 한라시멘트의 끔찍한 과거
  4. 4 왜 안방에서 연예인의 외도와 성생활까지 봐야하죠?
  5. 5 리얼돌 수입 허가한 법원이 내세운 근거 4가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