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사가 성과를 많이 낸다고 할 수 있는가

[주장] 교사의 사명을 등급으로 먹칠하지 마라

등록 2020.04.02 09:27수정 2020.04.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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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에 지급되던 교원의 성과상여금이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3월 마지막 날에 지급이 완료되었다.

등급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까닭에 희비가 엇갈린다. 최고 등급을 받았건 최저 등급을 받았건 불편한 건 양쪽 모두 마찬가지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정량화된 수치가 정확하게 나올 수 있지만 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성과라는 말은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적합하지 않다.

학교마다 S, A, B 세 등급으로 나누어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은 30 : 40 : 30 퍼센트의 비율로 등급이 매겨진다. 그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의 차이는 최대 170만 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금액 차이를 떠나 등급이 매겨진다는 자체가 은근히 교사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 미래학교, 창조학교를 내세우며 세계화에 적응하기 위해 융합적이고도 창의적인 교육을 해 나가고 있는 오늘의 학교에서 소 등급 매기듯 교사들을 서열화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해마다 성과상여금 지급을 앞두고, 혹은 지급 후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성과상여금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으로 교사들의 95% 이상이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하지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설문조사를 했으면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 데도 교원평가에 대한 존폐는 해마다 흐지부지되고 만다. 사람을 가르치는 신성한 장소인 학교에서 교사들의 등급을 매기는 제도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과연 어떤 교사가 성과를 많이 낸다고 할 수 있겠는가? 보직을 맡은 교사?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 자기 연찬을 열심히 하는 교사? 보고서를 부지런히 쓰는 교사? 인성교육에 힘쓰는 교사? 교육과정 분석을 잘하는 교사? 업무를 잘하는 교사? 경력이 많은 교사? 열정이 많은 교사?


위에 열거한 내용은 정량평가에 들어가는 항목의 일부일 수 있다. 보직을 맡은 교사는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그에 따른 수당과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학교는 시스템상 모든 구성원들의 협조가 있어야만 제대로 운영되는 구조로 되어있다. 몇몇 교사들의 노력만으로는 학교 교육을 제대로 해 나갈 수가 없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일부 학교는 성과상여금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업무분장할 때 아예 비고란에 등급을 표시해두고 교사들로부터 업무를 고르게 하기도 한다.

성과상여금 제도는 2005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과연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에서의 성과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교사의 사명은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건전한 인간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바르게 펼쳐나가도록 하는 데 있다.

더 이상 교사의 사명에 등급 매겨진 돈으로 먹칠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성과상여금제도 #교원의 성과 #교사의 사명 #폐지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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