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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 보호복 간호사 사망... 뉴욕은 굉장히 위험"

[스팟인터뷰] 뉴욕 파트타임 간호사 K씨 "확진자 접촉한 의료진도 무증상은 코로나 검사 안해"

등록 2020.04.03 07:53수정 2020.04.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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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이 부족해 검은 쓰레기 봉투를 뒤집어 쓰고 있는 뉴욕 간호사들. ⓒ NBC News 화면

 
"뉴욕의 병원 내부에 시체안치소가 부족해서 트럭에 시체를 안치하고 있다. 또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는 마스크가 부족하니 더러워질 때까지 N95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굉장히 위험하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 수술실에서 파트타임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K(45)씨의 말이다. K씨는 "뉴욕 길거리가 텅 비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걸어다니지 않는다"며 "현지 마트에는 사재기가 발생해 얼마 전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 마트에 다녀왔다"고 전했다.

2일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또한 5천 명이 넘었다. 미국은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다. 중국보다 확진자가 2배 이상 많다. 특히 확진자가 가장 많은 뉴욕의 경우 24시간만에 1만 명가량의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K씨에게 2일 오전(한국시간) 전화해 뉴욕 상황을 묻고 들었다.

"지금보다는 2주 후가 더 걱정"

- 현재 뉴욕의 상황은 어떤가?
"미국은 5일 사이에 확진자가 1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늘었다. 3월 초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도 마스크를 안 쓰고 다녔는데 지난주부터는 마스크 안 쓴 사람보다 쓴 사람이 더 많다. 뉴욕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면서 보니 거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차는 좀 다니는데, 사람들은 더 이상 걸어다니지 않는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집에 있으려 한다. 그런데 나처럼 간호사나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나가서 일을 해야 하니 출근을 한다. 뉴욕 대중교통 관리를 하는 MTA에 지인이 다니는데 여기조차 팀을 나눠서 격주로 쉰다고 하더라.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이미 뉴욕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갔다."

- 일하고 있는 병원 상황을 말해달라.
"뉴욕 브루클린이나 퀸즈 병원의 경우 병원 내부에 시체안치소가 부족하다. 냉동트럭에 시체를 안치하고 있다. 그 트럭이 뉴욕에 온 지가 좀 됐다. 우리 병원은 아직 뉴욕의 다른 병원에 비해 심각하진 않다. 코로나19 환자가 몇 백명 정도다. 병원 입구에서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하나씩 나눠준다. 의료진이 쓰는 N95 마스크는 아니고 덴탈마스크(일회용 수술 마스크)인데 이걸 하루종일 쓰라더라. 물론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마주치지 않는 의료진은 덴탈마스크를 써도 괜찮은데 나는 수술실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본다. 다른 뉴욕 병원들의 경우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  마스크가 부족하니 더러워질 때까지 N95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굉장히 위험하다."

- 코로나 환자를 돌봤나.
"다른 증상 때문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내가 돌본 첫 코로나19 환자였다. 아무래도 가까이서 환자를 마주해서 불안했고 평소보다 더 조심했다. 한국에 사는 엄마에게 마스크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한국에서 마스크를 보내는 기준이 까다롭고 비행기가 운행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 달 걸린다고 하더라. 어제(1일) 보냈다는데 그 마스크가 한 달이 걸려 오면 그때는 어떻게 돼 있을지 잘 모르겠다. 지금보다 1주나 2주 후가 더 걱정된다. 맨해튼 간호사들이 보호복이 없어 쓰레기봉투로 옷을 만들어서 입기도 했다. 결국 한 간호사가 코로나로 사망하지 않았나. 아직 우리 병원에는 보호 장비나 마스크가 있어서 괜찮은데 그마저도 마스크를 하루종일 재사용해야 한다니 걱정이 크다."

-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한국은 확진자의 동선을 찾아 접촉한 사람을 검사한다. 그런데 미국은 호흡기 증상이 심해야만 검사를 해준다. 우리 병원 간호사의 경우 자신이 수술에 관여했던 환자가 확진자라는 걸 열흘이나 지나서 알게 됐다. 증상이 없으니 그냥 일하라고 했다더라. 미국은 확진자랑 접촉이 있다고 해도 무증상 환자의 경우 검사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많이 늘렸다고 하지만 검사하러 온 사람들 수요에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퀸즈의 한 병원의 경우, 코로나 검사 받으려는 사람들이 병원 건물을 빙 둘러싸고 대기하기도 한다."

- 간호사들끼리는 서로 병원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나?
"의료진들끼리는 농담삼아 '우리는 이미 다 (코로나에) 걸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마취과 의사 한 명도 열이 나서 집에서 자가격리하고 있다. 그런데 열이 나는 정도면 집에서 자가격리하고, 일주일 후 증상이 이어질 경우 일주일 더 자가격리하라는 식이다. 호흡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검사를 잘 해주지 않는다. 불안하다. 환자랑 접촉했는데,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

- 병원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따로 하진 않나?
"발열 체크는 하지 않는다. 아까 말했듯 마스크만 나눠준다. 다른 빌딩에서도 발열 체크하는 건 보지 못했다. 이틀 전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왔는데 장갑을 나눠주더라. 원래 한국 마트에 잘 가지 않는데 이번에 다녀온 이유가 현지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사재기를 해서다. 2주 전에 큰 현지 마트를 갔는데 놀랐던 게 고기를 파는 판매대가 다 비어있고 시리얼이나 라면도 반 정도 비었더라. 사재기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놀라웠다. 한국 마트의 경우 물건이 떨어지거나 그런 건 없었다."

- 코로나19 이후로 일을 평소보다 많이 하나.
"일단 우리 병원의 경우 아직까진 괜찮다. 병원 간호사들의 경우 증명서 없이도 3일까지는 병가(Call in sick)를 낼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증명서 없이 일주일 동안 병가를 낼 수 있게 됐다. 점차 병원에도 안 나오는 의료진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이 정말로 아파서 병가를 냈는지 아니면 그냥 냈는지는 모른다. 앞으로 점점 의료진이 모자라게 돼 많이 힘들 것 같다."

- 의료진이 많이 모자라나?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의 이름으로 메일이 세 번 정도 왔다. 면허를 가진 의료진에게 언제 면허를 땄고 경력이 얼마나 됐고 일을 어디서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메일이었다. 주지사는 퇴직했거나 면허가 있지만 현재 간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시 일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뉴욕의 큰 컨벤션센터를 간이 병원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일할 최대한 많은 의료진을 미국 전역에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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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임시병원 예정 컨벤션센터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 중인 쿠오모 뉴욕주지사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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