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대한 투자 없는 교육혁신은 불가능하다

[주장] 지금 보다 더 강력한 혁신적 사고와 지원 이어져야

등록 2020.04.14 09:02수정 2020.04.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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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은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원격수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원격수업 초기 혼란도 조만간 안정화되리라 믿는다. 교육당국이 학교휴업과 원격수업 초기 단계에서 이런저런 지침을 쏟아내며 우왕좌왕할 때에도, 헌신적이고 선도적인 교사들은 정보공유를 통해 원격수업에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사의 수준은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교사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사는 직업으로써 선호도 높을뿐더러, 대부분의 교사는 높은 학력 수준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단에 선다. 그럼에도 교사의 능력은 과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수한 교사를 뽑아 놓고도 그에 맞는 '본질적인 업무에 전념할 수 없는 교육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간 역대 정부마다 교육을 개혁하고자 노력하여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사의 본질적 업무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애써 간과되었다고 본다. 교육은 쇄신, 개혁, 혁신 등의 이름으로 변화를 추구하여왔으나, 외부의 필요에 의한 수단으로써 변화만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특히 교사가 본업인 교육활동 이외 각종 행정 업무를 떠맡거나, 행사에 동원되는 것을 당연시하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1년부터 진보 교육감을 중심으로 교육혁신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 또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의 극렬한 혁신학교 반대와 중·고등학교 확산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덧 진보 교육감이 대세가 되었고 교육혁신은 제도적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관이 주도하는 형태의 교육혁신이 주를 이루게 되어 형식화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교육지원팀을 예를 들어보겠다. 이는 교사가 교육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도입한 정책이다. 교육지원팀은 대부분 교사로 구성된다. 교육지원팀 교사는 본업인 수업을 줄여 행정업무를 담당하여, 그 외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교육지원팀 도입 취지에 비춰볼 때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마치 아랫돌 뽑아 윗돌로 괴는 행위처럼 보인다. 일부 효과가 있다손 치더라도 본질적인 변화라 볼 수 없다. 이를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교사를 수업에 전념하게 하려면, 교사에게 행정업무를 부과하지 않거나 별도로 이를 담당할 인력을 늘려야 마땅한데도 말이다.

정부 당국에 지원인력을 늘려달라고 하면, 예산상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 뻔하다. 지금껏 예산을 핑계로 여러 교육혁신 정책이 좌절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예산 받침이 없는 교육혁신은 물 건너간 것과 다름없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가투자 사업이다. 무엇보다도 교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평가, 생활지도 등에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인력 충원을 포함한 투자가 필요하다. 교사에 대한 투자도 없이 교육혁신 바라는 것은 무임승차를 하려는 심보나 다름없다고 본다.

지금껏 교육혁신 과정에서 망각하고 있거나, 애써 무시해온 변인은 교사다. 교육혁신이든 교육개혁이든 가장 큰 변수는 교사임에도 말이다. 정부 당국은 교사를 그저 시키는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언제나 교사를 '교육혁신의 주체'로 보지 않고 '사역인' 정도만 보아온 것이다. 교육혁신류들이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교육자로서 교사 본연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행태나, 교육계 외부의 입맛에 휘둘리는 교육정책이 교육혁신을 망쳐온 것이다. 가장 큰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고 본다. 선구적인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이끌어온 교육혁신도 관이 주도하면서 이들을 번아웃에 빠뜨리거나 관료화하였다. 이번 원격수업 시행 과정에서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결국 교육혁신은 무엇이 되었던 파행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당국이 진정 교육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지금 보다 더 강력한 혁신적 사고와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바탕에는 교육은 국가적 투자 사업이며,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철학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교사 전문성 제고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여야 한다. 교사가 교육전문가로서 본연의 업무인 교육과정, 수업, 평가, 생활지도, 공동체 리더십 등과 관련한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교사가 교육과 관련 없는 활동에 동원되지 않도록 전시성 행사, 대회, 실효성 없는 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둘째,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전담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 현재 학교마다 교무실에 1~2명 정도의 행정 지원인력이 있다. 이들 인력을 늘리거나 학교 행정실 인력을 확충하여, 교육활동에서 파생되는 각종 행정업무를 전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교육전문가'인 교사를 '행정사' 역할을 담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셋째, 교육전문가로 교사의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 일부 학부모나 학생의 무리한 요구나 민원으로 인해 교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이는 현재 교사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로,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중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교육당국은 정무적 계산에 앞서 국가 미래 사업의 측면에서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행위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단호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넷째, 기존의 혁신 정책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특정한 정책만을 정답으로 고집하는 순간 혁신은 화석화되고 만다. 교육당국은 학교현장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혁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방적으로 '이것이 좋으니, 저것이 좋으니' 하면서 '한번 해봐라'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기존 교육혁신의 토대마저 와해시킬 것이다. 대신 학교 현장에서 잘하는 교육활동을 격려하고, 고충을 해결하는 데 전념하길 바란다. 이는 자연스럽게 교육혁신의 저변을 넓히고, 학교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끝으로 교육당국은 교육혁신 성과에 조급하지 말고, 자발적 혁신이 끊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적보다는 민주적 공동체로서 협동과 연대, 공동체 회복을 중시해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얻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긴 호흡으로 지속 가능한 교육혁신 정책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교육혁신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국가적 투자 사업이다.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복지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 10여 년간 진보 교육감 시대를 되돌아보았을 때, 학교현장에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음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교육혁신의 주체'로서 교사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약하였다. 정부당국은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현장 교사의 전문성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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