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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엄한 민심, 통합당 단죄하고 민주당에 권력 준 이유는 명확하다

[게릴라 칼럼] 검찰·사법·언론·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더욱 개혁의 고삐를 당겨라

등록 2020.04.16 14:46수정 2020.04.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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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사퇴 "모든 당직 내려놓겠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정치사도 길게 보면 도태와 진화의 과정이다. 서슬 퍼런 유신 정권과 군부독재의 붕괴는 시대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정치권력의 도태였다. 이번 4.15 총선도 다를 바 없다. 민심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한 정치 세력의 도태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부딪힌 선거였지만, 결과론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은 국회권력의 적폐청산 마무리의 의미가 크다.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와 권한대행을 했던 황교안 통합당 대표. 그는 자신의 이력만으로도 유권자인 국민에겐 '총선은 적폐세력의 청산 과정'으로 다가왔던 셈이다. 미래통합당은 적폐 세력과 결별이 아닌 동거를 택했기에 국민의 선택받지 못했다. 철저하게 패배했고, 돌연변이 같은 큰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선 정당의 존망조차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지역구 163석 대 통합당 지역구 84석, 여기에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17석 대 미래한국당 19석, 도합 180석 대 103석이 그 성적표다. 

도태된 낡은 정치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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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3사(KBS·MBC·SBS)와 한국방송협회가 진행한 출구조사에서 지역 후보들이 선전하자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미래통합당의 패인은 외연 확장의 실패에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당 내부에서 비롯됐다. 국민들에게 적폐 세력이라고 지목받은 인사들을 공천하고,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언어보다는 정권 흠집내기에 구태의연한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했다. 박수보다는 짜증을, 지지보다는 외면을 불렀다.

선거 후반 몇몇 후보의 막말과 그에 따른 징계를 둘러싼 통합당의 애매한 처신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기간 중 표의 이탈을 불렀을 것이라 보여진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면서 무분별하게 군소정당을 통합하고 막말 인사까지 끌어들인 무분별한 몸짓불리기가 되레 악재로 작용했다. 

비례용 위성정당 논란만 해도 그렇다. 말이 위성정당이고 자매정당이지, 실체는 꼼수로 표를 모아 모(母) 정당 의원수를 채우려는 식민정당 설립에 가까웠다. 비례대표 순번을 놓고 벌어진 갈등에서 문제는 확연히 드러났다. 모 정당과 극심한 갈등을 표출했던 '한선교의 난', 통합당은 무자비한 진압과 새로운 대표 파견으로 두 당의 관계가 식민통치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만든 위성정당의 성적마저도 미래통합당의 정치적 욕심을 충족시켰는가는 살펴볼 일이다. 미래한국당이 획득한 비례 의석수는 19석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겪어보지 못한 참패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성정당 설립으로 거둔 성과는 선거법 대의를 지킨 결과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인물군으로 초점을 옮기면, 국회에서 막말·불법 논란을 이끌었던 정치인들이 대거 낙선했다. 국민이 직접 '자격 없음' 판정을 내린 것이다. 막말 논란이 있었음에도 보란 듯 공천을 감행했던 김진태(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 민경욱(인천 연수을),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가 떨어졌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 폭력사태를 주도했던 황교안(서울 종로), 나경원(서울 동작을) 후보는 21대 국회에 자신들의 자리가 없다. 통합당은 이들에게 공천을 줬고, 검찰의 늑장수사와 사법부의 재판 연기로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본인들이야 국회 입성을 꿈꿨을 테지만 민심은 준엄했다. 이들의 공천은 결과적으로 통합당의 치명적 패인이 됐다. 촛불 민심을 얕잡아 본 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 민심의 준엄함을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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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은 180석이라는 엄청난 승리를 안았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정당 의석까지 더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호남과 충청권까지, 강원 일부와 영남을 제외하곤 전승을 하다시피 했다. 민주당의 가장 좋은 성적이라고 평가되는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152석보다 크게 앞선다. 하지만 완승에 가까운 승리가 오롯이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렵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잘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찬사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또 양당 구조가 오히려 고착화된 선거에서 '그 중에 덜 나쁨'(?)을 선택한다는 당위론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은 승리의 자화자찬보다 민심의 무게와 두려움을 먼저 알아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 오늘의 통합당이 내일의 민주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20대 국회처럼 야당이 국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의석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도 121석을 가진 옛 한나라당과의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입법 투쟁에서 완패해 공중분해 되다시피했던 당이 열린우리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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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 결과 대승을 거둔 가운데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또다시 과거의 전철을 밟는다면 더 이상 집권정당이 되기 힘들다. 국민이 직접 입법부의 적폐 세력을 단죄하고 민주당에 권력을 준 이유는 분명하다. 국회는 국민의 손으로 바꿔냈으니 검찰·사법·언론·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개혁의 고삐를 당기라는 당부고 명령이다.

선거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가 군소정당들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되레 최대 피해자가 됐다. 정의당은 10%에 육박하는 정당투표율을 기록하고도 전체 의석수는 6석이 예상된다(16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가장 큰 원인은 통합당과 민주당의 위성정당 설립이다. 군소정당에게 국회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마련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이라는 꼼수 앞에서 무력했다.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했던 정의당의 부진과 민중당· 녹색당의 국회 진입 실패는 각 정당 스스로의 책임도 있겠지만 선거법 개정 대의를 무력화시킨 거대 양당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지역주의가 강화된 것도 우려할 만하다. 이 또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에 앞장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가장 큰 승리자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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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투표지 '밤샘 수개표' 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하나누리관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48.1cm인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분류기에 들어가지 않아 개표사무원들이 수개표를 진행한다. ⓒ 권우성


4.15 총선은 끝났다. 통합당은 당의 존망을 걱정해야 할 만큼 대패했다. 정의당은 선거법의 피해자로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비례정당과 의석을 합쳐 180석의 거대여당이 됐다.

그러나 승리의 당사자는 민주당이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이다.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방역 지침을 지켜가며 66.2%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는 자랑할만하다. 코로나19 대응에 세계적 찬사가 쏟아지는 건 문재인 정부와 국민 모두가 잘한 결과다. 4.15 총선에서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직접민주주의의 열의가 국제적 모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3년 전, 수많은 국민들은 거리에 찬바람을 맞으며 국정농단을 일으킨 정부를 끌어내렸다. 4.15 총선은 입법부 적폐 청산의 마지막 과정이었다. 촛불혁명에 이은 선거 혁명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결과다. 국민 스스로 낡은 정치 세력을 물러나게 했다. 

유권자인 국민이 준엄함을 보여야 정치가 바로 선다. 통합당, 민주당도 변해야 산다. 도태되고 소멸하지 않으려면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은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대상이 아니다. 낡고 쓸모가 없으면 가차없이 버릴 수 있어야 새로운 정치가 싹튼다. 

세월호 참사 6주기다. 6년 전 무서운 기억은 아직도 국민들 가슴 속에 화인으로 남아 있다. 죽어간 수많은 영령들에게 막말을 퍼부었던 사람들이 국회의원으로 나섰다가 참패를 당했다. 당연한 결과다. 상식과도 같은 질서는 이제 시작이다. 4.15 총선, 국민들의 상식적 선택은 위대했고 자랑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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