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생각하는 세종시: 세종시가 정말 문제였나?

코로나19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 ⑤

등록 2020.05.04 10:12수정 2020.05.04 10:12
0
원고료로 응원
천선영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사회학자로서의 성찰을 담은 칼럼을 연재합니다.[편집자말]
 

세종시 전경 ⓒ 연합뉴스

 
코로나19 이전 언론, 특히 보수 언론에서는 광화문, 여의도와 세종시의 거리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다. 공무원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길에서 버리는지, 그래서 얼마나 업무효율이 떨어지는지, 화상회의가 가능하지만 그것이 왜 대면회의를 대체할 수 없는지... 이야기의 끝에는 이럴 바에는 국회나 행정부 전체를 아주 옮기자는 주장이 가끔 나오기도 했지만, 논지는 대체로 세종시를 왜 만들어서 이런 문제들을 만들었냐고 비난하기 위한 것으로 읽혔다.
 
베를린에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없다
 
이런 주장을 접할 때마다 나는 참 이상했다. 물론 역사적 배경이 많이 다른 독일과 한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만은 없겠지만, 독일에서는 잘도 작동하는 일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안된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일까.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이지만, 연방헌법재판소는 칼스루에에 있고, 공영방송 ZDF의 본사는 마인쯔이며, BMW 본사는 뮌셴에 있다. 미국만 해도 워싱턴,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LA 등의 도시들이 각자의 특장점을 뽐내며 상생하고 있다.
 
그런데 그래서 독일과 미국 사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설사 그런 측면이 있다고 해도 이들은 각 지역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지 않는 상태가 가지는 장점과 강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행여 있을지도 모르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나는 의심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세종시를 끊임없이 문제 삼았던 것이 서울 중심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었을까라고.
 
코로나19 사태의 파생적 효과: 세종시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예기치 못했던 파생적 효과들이 생기곤 한다. 그 효과는 때로는 상당히 긍정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전염병, 독감 등이 급격히 감소되었다 하고, 황사나 미세먼지 문제도 다른 때보다 훨씬 덜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전 인류적 각성은 바이러스의 비의도적 '선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의 파생적 효과 중 하나로 나는 우리나라에서 세종시 논란이 사라지거나 다른 양상을 띠게 되리라고 본다. 전 세계 정상들조차 화상회의를 하는 상황이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가능성이 확인되었으며, 원격진료시스템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상황이다. 앞으로 점점 더 현재와 같은 '새로운 정상'(new normal) 상황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얘기되는 시점에 서울과 세종시의 물리적 거리를 문제 삼는 논리는 더 이상 큰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세종시 흔들기는 이제 그만
 
나는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이런 파생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본다. 코로나19가 선명하게 보여주듯 서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사는 세상에서 나/우리만 잘 사는 방법은 없으며, 분권운동의 슬로건이 말해주듯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살기 때문이다. 서울에 모든 것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것은 나라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니다.

물리적 거리가 심각한 문제가 되는 세상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고, 한번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그걸 문제 삼을 만큼 우리나라 국토가 넓은지도 의문이다. 이제는 진지하게 말하자! 노력하기에 따라 전 세계를 자신의 '(문화)영토'로 만들 수 있는 이 시대에 세종시 논란은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나는 세종시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결과 등에 대해 전반적 평가를 할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세종시는 만들어졌고,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되돌리기는 이미 늦어 보인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뜻하지 않게, 서울과 세종시의 거리가 별 문제 아닐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어느 정도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은 기존의 시각을 고집할 때의 문제이고, 의지가 있다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이다. 더구나 문제가 없진 않더라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세종시 흔들기는 이제 그만하고, 이 나라의 균형발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일이다.
 
 
 
#코로나19 #지방분권 #세종시 #서울중심사고 #새로운정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2. 2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3. 3 생생하게 부활한 노무현의 진면모...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