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앞에 무릎 꿇고 마음을 다해 사랑하다

[서평] 오늘, 나를 위한 꽃을

등록 2020.05.04 13:42수정 2020.05.0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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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를 위한 꽃을 책 표지 ⓒ 위즈덤하우스

 
어제 생각지도 못한 책 선물을 받았다. 책을 펼쳐보니 제목부터 마음이 환해진다, 예쁜 책 표지가 설렘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어쩌면 책을 받는 사람의 감성까지도 엿보이듯 섬세한 마음으로 책을 골라 선물로 보내 주었을까, 그 마음까지도 고맙고 행복했다. 한 권도 아닌 4권의 책, 선물을 받고 갑자기 마음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받은 책 가운데에서 표지가 예쁜 '오늘, 나를 위한 꽃을' 이란 책을 펼쳤다. 프롤로그 글이 내 감성을 건드린다. 글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예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매일 꽃 앞에 무릎을 꿇고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있다. 잘 바라보고, 그 시간을 상상하고, 다듬고, 찢고, 꺾고. 나의 일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꽃을 자르고 꺾고 찢고 보내는 일이다.  감탄하며 맞이하고 감탄하며 보내는 일, 이 과정은 늘 반복되고, 늘 변한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싶다가도 너무 짧아 아쉽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다면 아쉽지 않을까. 꽃의 짧은 수명처럼 짧은 나의 문장을 엮었다. 잠시 잠깐의 순간에서 피고 지는 충실함처럼, 꽃잎 사이에 이야기를 숨기고 나누어 보낸다. - 책 p 5

짧은 문장 속에 작가의 마음이 다 표현된 듯하다. 사랑하는 것 앞에 매일 마음을 다해 무릎은 꿇는다는 말이, 잘 바라보고 그 시간을 상상한다는 말이 그 사람의 진심이 전해져 울림으로 온다.

진정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앞에 무릎을 꿇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본다.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온 마음을 다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채우는 단단한 삶일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쓴 오유미 작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덜컥 꽃을 시작했다. 차와 꽃을 좋아하게 되어 자신의 성씨에 차나무 '차' 동산 '원'자를 써서 오차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공간에서 꽃과 풀을 다룬다. 또 형태가 울퉁불퉁하고 가늘고 삐뚜름한 표정을 그린 오드미 도자기를 만드는, 자기만의 삶을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감성이 따뜻한 작가다.

사람은 누구나 꽃을 좋아하지만 나 또한 유난히 꽃을 좋아한다.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부터는 날마다 피워내는 꽃들이 있어 행복하다. 가는 곳마다 꽃을 보게 되고 꽃과 대화를 나누는 나만의 시간은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어 마냥 즐겁다. 작가는 꽃을 보고 만지는 것을 수양하는 다도 생활에 비유했다. 차를 마시는 것도 깊은 내면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다.
 
조용한 시간이다. 풀과 가지 그리고 나밖에 없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 조용한 음악, 숨소리, 가끔 지저귀는 새소리, 그렇지만 어느 순간보다도 격양된다. 즐기를 자르고 꽂는 것은 집중력을 요한다. 다 도와도 통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무사들이 꽃꽂이를 했다는데 그와 통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수련을 해 본 경험을 없지만, 꽃을 만지는 것은 비움을 수련하는 것 같다. 거창한 깨달음을 바로 얻진 않지만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잔잔해지고, 과정이 중요해진다. 아름다움 자체에 집중하고 상념을 잊는 집중의 시간이 된다.
- 책 p 17
 

오늘,나를 위한 꽃을 위한 책 속에서 ⓒ 위즈덤하우스

 
나는 다도 생활을 오래 해왔다. 꽃을 꽂는 작업이 이렇게 사유를 하며 수양하는 마음으로 꽃을 만지고 있는지 예전에는 정말 몰랐던 일이었다. 얼마나 무지했나 부끄럽다.

오차원 주인은 꽃다발을 만들어 보내며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카드를 보낸다니 꽃을 받는 사람은 아름다운 꽃만큼이나 사람의 향기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든다. 아, 꽃을 만지고 파는 일이 이렇게 멋진 일이라니, 나는 이 글을 읽고 감탄했다.
 
꽃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결심은 찰나였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어떤 신호들이 쌓은 축척 물이기도 했다. 보도블록 틈새로 핀 잡초들, 학교 담장에 핀 덩굴 장미들, 도서관 벤치 위에 등나무, 주민 센터 앞의 맨드라미,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봤던 색색의 화단, 너무 열심히 돌아다녀 발이 아프던 여행지에서 잠시 쉬라며 나타나 준 것 같았던 들꽃들, 어디 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책 p 125

꽃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작가는 예술을 하는 사람답다. 우리가 가깝게 볼 수 있는 꽃에서부터 모르는 꽃까지 많은 꽃들을 사랑하며 꽃말을 들려주는 이 책은 꽃 이야기와 꽃 사진들이 너무 예쁘다. 나는 사실 차 생활을 하면서 화려한 생화보다 야생화가 주는 소박함에 마음을 더 주었다.

오늘 오유미 작가의 책 '오늘, 나를 위한 꽃을' 책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책에 나와 있는 꽃 사진이 너무 아름답고, 꽃말의 사연들이 가슴을 녹여낸다. 작가가 꽃을 사랑하고 사유하는 모습 또한 감동이다.
꽃의 결점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곁에 있는 시간은 덧없이 짧고, 그 마지막 모습을 정리하는 것은 번거롭기 그지없고, 아름다운 것 이외는 무용하여 본디 사치스럽고, 너무나 부드러워 상처 입기 쉬우며, 때로는 상처 입기 쉬우며, 때로는 향기조차 없으며, 만개하지 못하고 그대로 시들어 버리기도 하니. 가시는 단단하고 날카로워 상처 입기 쉬우나 스스로를 보호할 만큼 강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결점을 뒤로하고 그 이상으로 아름다움만으로 아름다움으로써 의미가 있는 꽃. 결점투성이의 무결한 모습으로, 나에게 쉴 새 없이사랑을 고백하도록 만드는 대상, 그렇기 때문에 내 고백을 대신하는 것으로 나는 꽃을 택할 것이다. 어떤 꽃이어도 좋겠지만 향기마저 완벽한 장미로. 책 p 248
 

결점이 많은데도 쉼 없이 말을 걸어와 사랑을 고백하는 대상이라니 말해 무엇할까, 꽃과 함께 향기로 사는 그는 자유롭고 행복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아름다움을 가득 안고 살고 있다.

내일은 화원에 가서 예쁜 꽃말을 가진 꽃 한 송 사다 꽂아 놓고 나를 위로하고 싶다. '오늘, 나를 위한 꽃을' 책을 곁에 두고 마음이 예쁘게 가끔씩 꺼내 열어보고 싶다.

오늘, 나를 위한 꽃을

오유미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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