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 더 빛난 작은 학교의 힘

온라인 수업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등록 2020.05.07 08:33수정 2020.05.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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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몸 아픈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세요."
"저요. 기침나요."
"언제부터요? 열은 안나요?"


9시가 되면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듣는 거실이 떠들썩하다. 선생님이 화상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오늘 하루 시간표를 확인하고 수업이 시작된다.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했을 때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궁금했는데, 과연 실망시키지 않는 우리 학교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접속할 때 문제도 있고, 온라인 수업이라 해도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처럼 제대로 교육하고 싶다며 화상수업을 하겠다고 하셨다. 집에 웹캠이 없어서 학교에 대여신청을 했더니 선생님이 집으로 태블릿pc를 갖다주셨다.

다른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문화나 맞벌이 가정에 일일이 방문해서 기기를 갖다주고 어플을 설치하고 사용법까지 설명해주셨다고 한다. 덕분에 엄마가 일하러 나가서 옆에 없어도 아이들이 알아서 수업에 잘 들어오고 있다.
 

학교에서 집으로 배달오는 꾸러미 일주일치 수업자료가 모두 들어있다. ⓒ 하유진

 
주 2회 선생님들이 집으로 직접 찾아오신다. 월요일에는 그 주에 활동할 수업꾸러미를 전해주고 금요일에는 과제물을 걷어 가신다. 처음 수업 꾸러미를 받아들고는 깜짝 놀랐다. 그 주의 시간표와 매 시간 필요한 준비물, 학습자료 등이 들어있었다. 수학수업에 사용할 삼각자와 각도기, 칠교놀이감, 과학시간에 사용할 땅콩, 새싹키우기, 음악시간에 연주할 리코더까지 세심한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져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했던지.

첫날 수업을 시작했을 때는 기기접속도 서툴고, 아이들이 너나없이 이야기를 해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자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온라인수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은 하루 두세 번씩 선생님과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 가지 못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을 매일 만날 수 있어 좋다.

"자, 선생님이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면서 같이 스트레칭을 따라해 보세요."
"으아아아~다리 땡긴다!"


아이는 깔깔대며 스트레칭을 따라한다.
국어시간에는 선생님이 지목한 순서대로 돌아가며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

"자, 친구가 잘못 읽으면 그 다음 차례 친구가 읽는 거예요."
"어, 같은 거 두 번 읽었지요. 다음은 OO이 차례예요."


음악시간에는 리코더를 배운다.

"OO이, 선생님한테 손가락 보여주세요. 아래 손가락을 받쳐줘야 해요."
"자, 이번엔 다 같이 불어봐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잘 했어요"


선생님 지도에 따라 열심히 리코더 연주를 한다.
영어시간에는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한다.

"What's this? 이거 뭐예요?"
"It's a hat."


조금 어색해하면서도 재밌다고 열심히 대답한다.
과학시간에는 땅콩으로 오감에 대해 공부한다.

"자, 땅콩을 만져보세요. 어떤 느낌이 나나요?"
"거칠거칠해요."
"냄새를 맡아보세요. 어떤 냄새가 나나요?"
"고소한 냄새가 나요."


수업이 끝나고 땅콩을 냠냠 맛있게 나눠먹었다. 
 

저요 저요 아이가 선생님 질문에 답을 쓰고 손들고 있다. ⓒ 하유진

 
수학시간에는 선생님이 보여주는 모양을 칠교조각으로 맞추기를 한다. 누가 누가 빨리 맞추나 서로 경쟁이 붙어 아이들 눈에 불이 난다.

"아~내가 먼저 할 수 있었는데!!!"

심지어 그룹을 나누어 선생님이 내주는 퀴즈를 맞추는 대결도 한다. 우리 팀원이 먼저 맞추면 "와!! OO이 최고!"하고 환호성이 터진다. 왁자지껄 열성으로 퀴즈풀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수업이 끝이 난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그럼 내일 만나요."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어린이날 티셔츠 학교에서 전교생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보내준 티셔츠 ⓒ 하유진

 
이번 주에는 어린이날 선물로 이쁜 티셔츠까지 꾸러미에 넣어서 갖다주셨다.

"선생님, 티셔츠 감사합니다."
"어린이날 축하해요. 이쁘게 입으세요."


세심한 배려에 학교를 생각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 40여 명의 작은 시골학교이다 보니 이런 수업이 가능한 것 같다. 학교도서관에 가끔씩 책을 빌리러 갈 때마다 열심히 회의를 하는 선생님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결과물로 이렇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온라인 수업이 탄생했구나 싶어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든다.

인근 큰 학교 얘기를 들어보니 담임선생님은 시간표만 알려주고 특별히 연락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아직 선생님 얼굴도 모른다고 하니 큰 학교와 작은 학교의 분위기와 수업의 질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우연히 이사 온 동네에 있어 다니게 된 시골의 작은 학교. 방과후수업 전액 무료에 수시로 가는 체험학습도 대부분 무료이다. 모든 것을 아이들 중심으로 생각하는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이 협력해 꾸려가는 최고의 학교라고 자부한다. 영어중심학교로 선정되어 전학년이 체계적인 영어수업을 듣게 되었다. 남들은 시골에 있으면 교육수준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걱정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한 번 작은 학교의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서울의 학교와 시골의 작은 학교를 둘 다 겪어보니 교육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학교에서는 선생님 1인당 학생의 비율이 낮아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즐겁게 공부한다. 기초학습이 부진한 아이들도 큰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쉬는 시간에 실컷 뛰어놀고 수업시간에는 집중해서 공부하며 심신이 건강하게 성장해 나간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대면 개학을 하면서 학교에서의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오전반 오후반을 나눠서 등교하는 등의 대책을 내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을 것 같다. 미래를 내다보면서 큰 학교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코로나 이후 세상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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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틱장애와 저의 유방암 발병 후 귀농하여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시골학교에 보내면서 겪은 놀라운 경험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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