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신종코로나 전부터 신종근로자 확산... 정부 말-행동 너무 달라"

[포스트 코로나, 노동의 미래 ①]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등록 2020.05.15 12:31수정 2020.05.15 12:37
11
원고료로 응원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노동자들은 임금감소, 실직 등 직격탄을 맞았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노동 현장 속 쟁점과 대안을 살펴본다.[편집자말]
 
a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 이희훈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인터뷰 자리에 두툼한 종이뭉치를 들고 왔다. 노동자들이 이메일로 보내온 제보를 출력한 것이다. 마치 불이 나면 119를 부르듯 노동자들은 이제 직장에 문제가 생기면 직장갑질119를 찾는다. 하루에 직장갑질119로 들어오는 제보만 약 100건이라고 한다. 박 위원은 제보뭉치를 '책'이라고 불렀다. 그는 책을 종일 들여다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직장갑질119는 더 바빠졌다. 하루에 들어오는 제보 100건 중에 40건 정도가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거나 '갑질'을 당하는 노동자들의 사연이다. 직장갑질119는 제보들을 검토한 뒤 개별적으로 답변을 한다. 제보자와 협의해 노동부에 신고하기도 한다.

"바쁘시죠?"라고 묻자 박 위원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제보가 얼마나 들어오나요?"라고 물으니 "3월 한 달 동안 약 1200건 들어왔는데 4월부터는 많아서 세지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6일 오후 서울 정동 직장갑질119 사무실에서 제보 검토 회의를 마치고 나온 박 위원을 만났다. 박 위원과는 13일 전화로 한번 더 인터뷰 했다.  

고용을 어떻게 더 유연화하나
 
a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 이희훈

 
- 오늘 들어온 제보는?
"회사가 멀쩡하다. 코스닥 상장사고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도 크지 않다.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노동자의 급여를 삭감했다. 회사가 특별히 어려운 상황이 아닌데도 국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준다고 하니까 휴업 통보를 했다. 제보자의 동의를 얻어 노동부에 신고를 할 생각이다."

- 보통 제보가 오면 노동부에 신고하나.
"매주 이메일 회의를 거쳐 심각한 제보는 언론에 알리거나 정부에 신고한다. 공익노무사를 통해 사건을 지원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원을 하는 중이다. 오늘 들어온 제보 중에 마스크 생산하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의 사례도 있었다. 엄청난 호황 아닌가. 새벽까지 일을 하는데 국민들 다 희생하니까 너희도 희생하라면서 직원들 연장 수당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국난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기회를 이용해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자르거나 임금을 깎는다. 정부가 지원금을 줄 때 실제로 어려움이 있는지, 고용유지가 되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자진 퇴사' 처리되면 고용유지로 간주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게 된다. 실제로 자진 퇴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

- 앞으로 제보가 더 늘어날 거로 보나.
"그간 코로나19 제보가 확 늘어나거나 줄어들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초입이기 때문에 서비스업 중심으로 위기가 발생했다. 한국이 방역에 성공하면서 국내 서비스업은 회복이 상당히 빠를 수 있다. 국제무역의 경우 타격이 있기에 결국 제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면 서비스업은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제보가 줄어들겠지만 제조업은 늘 수도 있다."

- 최근 정치권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해 언급했다.
"좋다. 좋은데, 정부의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 유치원 강사인데 유치원 소속이 아니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는 트레이너인데 센터 소속이 아닌 변종 자영업자들이 있다. 실제 취업자가 약 2700만 명 정도 되는데 고용보험 가입자가 1300만 명이다. 고용보험 밖의 사람들이 쓸려나가고 있는데 '단계적으로' '일부' 업종에 한해서 고용보험을 확대해주겠다고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거의 사기 수준이다. 직장갑질119와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말과 행동이 다른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시기도 문제다.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긴급 구제해야 할 노동자들을 임시로 고용보험에 가입시킨 다음에 나중에 확인하면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20년 넘게 고용보험 밖 일자리를 만들어왔다. 신종플루나 신종코로나처럼 '신종근로자'를 계속 양산해왔다. 그 결과 코로나19 위기가 비정규직에게 가고 있다. 노조가 있고 대규모 사업장에 속한 정규직들은 코로나19 위협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다. 지금의 위기는 노조 밖에 있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에게 온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계약직인데 계약기간까지 일하고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조건인데도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연장하지 않는 것이다. 계약직이거나 파견직인 노동자들은 정부의 정책 밖에 있고 그게 제보로 확인되고 있다."

- 최근 일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노동을 유연화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뭘 어떻게 더 유연화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한국은 코로나 방역에 성공했지만 일자리 방역에 실패했다. 약한 부위부터 다 쓸려나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고용보험 밖에 있는 사람들을 임시적으로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어야 한다. 직장이 있다면 휴업수당을 받아야 하고, 이미 잘린 사람은 실업급여를 받게 해서 위기를 견디게 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도 필요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일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코로나 끝날 때까지 근로자들이 못 받은 돈이 있다면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두 차례나 이야기했다. 선거 책임자가 이야기 했으니 통합당이 반대할 일도 없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일괄 부여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빠지면 된다. 마치 드라이브스루 방역처럼 드라이브스루 정책을 긴급하게 실행해야 한다."

정부 일자리 정책은 '언발의 오줌누기'
 
a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 이희훈

 
- '아프면 쉬라'는 정부의 권고가 어느 정도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프면 진료 받고, 쉬고, 일을 못한 기간에 국가가 임금을 지불하는 '상병수당제도'를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4개국이 도입하고 있다. 상병수당제가 없는 나라는 OECD에서 한국과 미국뿐이다. 한국은 건강보험법에 상병수당제도가 명시돼 있지만 실행해본 적이 없다. 드디어 이 법을 시행할 때가 왔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다. 코로나19가 일단 아프면 쉬어야 사회의 건강이 유지된다는 걸 확인해줬지 않나. 직장갑질119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상병수당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무급일 경우에는 절반만 집에서 쉬겠다고 답했다. 절반은 아파도 출근하거나 고민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일 그 병이 코로나19면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다. 상병수당제는 죽은 법인데 여기에 호흡을 불어넣을 때가 됐다."

- 아파도 학교나 직장은 가야 한다는 인식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일하지 않으면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상존해 있다. 집까지 일거리를 싸가지고 와서 일한다. '아프면 쉬어야지, 쉬어서 회복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부터 문제다. 아픈데도 참고 일을 해왔던 것이다.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을 계기로 아프면 쉬자는 말이 나왔지 않나.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코로나19 진단까지 6일이 걸렸다고 한다. 6일 동안은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출근하지 않고 스스로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하러 가야 한다. 이게 방역의 기본이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아닌 변종이 계속 생길 텐데 열이 나면 일상적으로 쉬게 하고 1339에 전화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감염병에서 안전하지 못한 사회라는 걸 깨닫지 않았나. 방역을 못하면 경제에도 치명적이기에 아프면 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걸 코로나가 확인해 주었다. 이전까지는 아프다고 하면 '회사가 놀러다니는 곳이냐, 지금 장난하냐, 약 먹고 주사 한 대 맞고 나와라'라고 했다면, 이제는 '아프면 쉬어'라고 하지 않나. 일중독 사회, 능률과 성과만이 최고인 사회가 근본적인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

- 재택근무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재택근무를 두려워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많았다.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고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넘어 아예 개인사업자(프리랜서) 신분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업무는 협동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아픈 경우 부분적으로 재택근무가 도입된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 정부의 '일자리 방역' 점수는 어떤가.
"3월 초부터 무급휴직자와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는데 3개월동안 50만 원씩 주겠다고 한다. 그런 일상적 방역수준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없다. 우리는 이를 '언발의 오줌누기'로 표현했는데, 취업자 절반밖에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기에 기존에 있던 정책을 조금 바꾸는 걸로 일자리 대란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 방역을 하듯 온 국가의 역량을 여기에 쏟아야 한다. 소득이 줄었다는 걸 입증하면 휴업수당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정규직은 모아놓은 돈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하루하루가 위급하다. 더 주지 못한다면 정규직과 똑같이 지원이라도 하라는 것이다."

- 몇 달 전 한 사업장에서 정규직은 KF94 마스크를 주고 비정규직은 면마스크를 주지 않았나.
"코로나가 한국사회에 드러낸 것도 있다. 마치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의 반지하를 드러낸 것처럼 말이다. 그간 반지하가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반지하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이 없었다면 상담사들의 비인간적인 노동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 콜센터 노동이 건강을 잃는 노동이고 콜센터 직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렸다. 이들이 부자도, 책상머리 공무원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코로나19는 불행한 일이지만 한국 사회에 기택의 집도 있다는 걸 드러냈다. 요양보호사 고용에 대해 그간 많은 이야기를 해왔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다가 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리자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종합청사 청소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마스크 종류를 다르게 나눠줬는데 '비정규직들이 코로나에 걸려서 돌아다녀야겠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외국의 부자들처럼 섬에 들어가서 격리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한국에서는 누구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대통령, 해고자들 먼저 만나야
 
a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 이희훈

 
-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장에 가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 갔지만 정작 해고된 노동자들을 만나지 않았다.
"정부의 보호 밖에 있는 사람들이 쓸려나가면서 부르짖는 곡소리가 대통령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취임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에 가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지 않았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지금 당사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크다. 이번에는 더 심각하다.

인천공항에는 잘려나가는 노동자들이 있다. 협력업체 사무실 곳곳에 무급휴직 공지문이 붙어 있다. 거기 가서 그걸 보면서 '여기서 몇 명이나 잘려나갔느냐' '고용유지지원금 왜 못 받느냐'고 물어봤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곳을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억울한 해고자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 먼저 만나야 하지 않나."

- 이탈리아의 한시적 해고금지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나.
"해고금지라는 건 선언적 의미일지도 모른다. 유럽은 해고가 쉽지 않은 사회인데 그럼에도 코로나를 이유로 해고하지 말라고 말한다. 손발 맞춰서 일했던 사람들을 막 자르는 게 무슨 회사에 도움이 되겠나. 고용유지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면 어려운 시기를 같이 극복하고 경제가 살아났을 때 함께 일할 수 있지 않나. 해고됐다는 제보가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 줄 아나. 법을 만드는 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복잡하다. 대통령이 충분히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행정명령 등을 통해서 해고를 금할 수 있다."

- 어떻게 해야 하나.
"3차세계대전급 위기라고 하지 않나. 위기상황에서는 위기에 걸맞은 대응이 필요하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니 증상이 없는 사람도 다 검사를 받았다. 이거야말로 우리 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실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만 검사했다. 상당히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자리 방역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코로나 방역하듯 지금 위기에 빠진 사람들은 누구고 어느 직종인지 확인하고 지원금을 줘야 한다. 일자리를 잃으면 사실상 사망이지 않나.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과 뭐가 다른가. 정부가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 어려워진 노동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여행가이드들, 관광버스 기사들, 학습지 교사들을 누가 책임지나. 이제라도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보 및 문의사항은 쪽지로 남겨주세요.

AD

AD

인기기사

  1. 1 조국 잡으려다 사면초가... 독이 된 윤석열의 입
  2. 2 '윤석열 저거 죽여야겠다' 방향 잃은 김경진의 해석
  3. 3 케이팝 팬들 왜 이러는 거지? 세계 언론이 바빠졌다
  4. 4 [단독입수] 뺨 때리고 경찰 부른 유치원장, 영상에 다 찍혔다
  5. 5 '한국은 빼고 가자' - '내가 결정'... 세계 두 정상의 속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