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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가제 폐지, 통신비 인상 신호탄 되나

등록 2020.05.11 10:24수정 2020.05.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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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목) 이용약관인가제도(이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오랜 염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언론 기사를 검색하면 이번 개정안이 갖는 긍정적 의미를 담은 기사들만 검색될 뿐이었다. '국감 단골메뉴' , '10년째 헛바퀴', '20대국회 논의 불투명' 등등 그동안 개정안 처리를 아쉬워하는 기사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10년 넘게 폐지가 추진되었으나 번번히 무산된 이유를 차근차근 짚어보려 한다.

통신사업은 주파수라는 무형의 공공자산을 기반으로 사업이 이루어지는 국가 기반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진입 및 사업운용에 여러 규제가 동반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계통신비 지출을 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 3개가 전체 가입자의 90%이상을 차지하고 1위 사업자가 50%가량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과점시장이다. 이런 특성상 시장 형평성을 인위적으로 맞춰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요금인가제는 선발사업자의 과도한 요금 인상과 '약탈적 요금제(원가 이하의 낮은 요금으로 후발 사업자를 시장에서 탈락시키는 요금제)' 출시를 막고 유효경쟁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1991년에 도입되었다.

당시 모든 통신사업자가 인가를 받도록 했던 조항은 점차 완화되어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간통신사업자(이동통신서비스의 경우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와 이용약관 변동만 인가대상이다. 요금을 인하하거나 1위 사업자가 아닌 통신사업자는 신고만 하면 되도록 완화되었다.

지난 20년간 사실상 수정이나 반려 없이 100% 통과되었기에 사실상 요금제 신설과 요금약관 변경에 시간만 소요되는 절차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주요했다. 그러다 작년에 처음으로 인가 신청서를 반려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5G 상용화로 SK텔레콤에서 신설하려고 하는 5G 요금제가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로만 구성했기 때문에 저가요금 사용자를 차별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용약관인가제가 20년만에 처음으로 존재 이유를 드러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한 대표적인 통신사 배불리기 법안

시행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요금인가제 폐지 시도가 있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인수위에서 연내폐지를 발표했다가 철회하기도 했고,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지만 논의만 거듭하다 회기 만료로 폐기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으로 추진되었으나 논의만 지속되었고, 20대 국회에서도 초기부터 폐기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번번히 상임위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통신사의 공정거래를 침해한다는 주장보다 요금인가제 유지로 인한 공익이 더 크며, 폐지될 때 일어날 통신비인상과 지금보다 더 심해질 과점현상이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대 국회 막바지에 'n번방' 법안 중 하나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갑자기 인가제 조항이 삭제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상임위를 통과해 버렸다. 통신시장의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고, 인가제 폐지로 인한 요금인상 우려가 사라지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요금인가제의 존재가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된다는 사례가 최초로 발생한 이 시점에 말이다. 

이번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 출시를 신고하기만 하면 되고 신고된 내용은 15일 이후에 시행 가능하다. 신고한 내용은 심사를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에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유보신고제'가 시행된다.

정부와 국회는 '유보신고제'로도 제도의 요금인가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러나 기존에 공급비용, 수익, 비용·수익의 서비스별 분류, 서비스 제공방법에 따른 비용절감, 공정한 경쟁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가하도록 하는 기존 심사항목에 비해 매우 간소화된 것이다.

심사에만 통상 한달가량이 소요되던 엄격한 조건의 인가제 하에서도 20년간 단 한 차례의 신고반려만 있었던걸 미루어보면, 15일로 완화된 조건에서 실제 반려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통신사의 주장과 같이 요금인가제가 완화되면 자유로운 경쟁과 빠른 요금제 개편이 가능해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현재 요금인가제 하에서도 요금 인하의 경우는 신고만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요금인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통신요금이 높은 것은 시장점유율이 90%인 이통 3사가 요금제 베끼기를 통해 사실상의 요금담합을 하기 때문인데, 과연 요금인가제마저 없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요금 경쟁을 벌여 요금이 내려가는 꿈같은 상황이 현실화 될까? 

요금인가제 폐지는 '이동통신의 공공성 포기' 선언과 다름없어

현재 요금인가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인가제 유지 찬성측과 반대측의 공동된 의견이다. 그래서 인가제 유지 찬성측은 인가제를 지금보다 강화해 제대로 운영하자고 주장하고 인가제 반대측은 완화하거나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인가제 개선방에 대한 분석은 정부기관에서도 여러차례 진행되었다. 가장 최근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2014)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각 주장의 장단점을 정리해 발표했다. 

현 인가제를 강화해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의 단점은 범정부적 규제 완화 노력 및 세계적 규제 완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 외에 다른 단점은 없는 반면, 이번 개정안같은 유보적신고제나 완전신고제의 단점은 후발사업자의 피해, 지배력 남용을 견제하지 못하는 등 통신시장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림] 요금인가제 3가지 개선방안의 장단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 발표자료(2014) ⓒ 참여연대

  
통신산업은 국가 기반산업이고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한 사업이기 때문에 기업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산업이다. 시장자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논리하에 진행된 규제완화 사업들이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킨 경우가 있는지 떠올려보라.

코로나19로 신자유주의 경제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정부의 역할과 공공성 강화가 화두로 떠오른 시대이다. 이번 개정안같이 공공의 이익은 적고 특정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는 것이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통신비 인상 가능성이 큰 '요금인가제도 폐지'같은 통신사업자 규제완화 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정부가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비겁하게 'n번방' 법안처리에 묻어가게 둬서는 안된다. 이번 개정안의 통과를 좋아할 사람이 SK텔레콤 이외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통신비 지출의 당사자인 우리가 더 크게 소리내야한다. 이 개정안은 공공성보다 개별 기업 이익이 더 큰 법안이라고, 통신비 인상법이라고, 절대 통과시키면 안된다고 더 크게 소리내보자. 같이 막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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