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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858, 왜 미제사건인가?

[주장] KAL 858기 추정 잔해 인양해 검증되어야

등록 2020.05.11 09:02수정 2020.05.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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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보도특집 'KAL 858기 실종사건' ⓒ 대구MBC

 
"미제사건은 누군가 포기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범죄수사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하는 드라마 <시그널>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이들이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사건이 대표적인 미제사건 가운데 하나 아닐까.

북쪽에 의한 항공기 폭탄테러로 발표된 사건. 하지만 당시 정부는 수색 시작 닷새 만에 철수 계획을 세우고 열흘 만에 수색을 '포기'한다. 그 뒤로도 정부는 많은 것을 포기했다.

잔해가 뒤늦게 수거되었지만 감식 결과 폭파 흔적이 없자 이 증거물을 '포기'한다(폐기처분). 용의자인 김현희 진술에 허점이 여럿 있었지만 당국자들은 추궁하기를 '포기'한다(형식적 재판 뒤 특별사면). 공식결과에 문제가 있으면 지적했어야 할 언론도 자신의 역할을 '포기'한다(정부 말 받아쓰기).

이러한 '포기'들이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결국 KAL기 사건을 미제사건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115명의 탑승객과 승무원은 그렇게 버려졌다.

정부가 '이상한 방식으로' 포기했던 사건

그렇게 누군가 포기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 이야기다. 여기에 얼마 전부터 한 언론도 나섰다. 대구MBC는 5월 1일과 8일 보도 특집으로 두 편의 "KAL 858기 실종사건" 방송을 내보냈다.

이전에도 MBC <PD수첩>(2003), SBS <그것이 알고 싶다>(2003), <KBS 스페셜>(2004),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2018) 등이 관련 방송을 만든 적이 있다. 외국에서는 드물게 싱가포르의 방송사 CNA가 올해 1월 진상규명 쪽에 무게를 실은 다큐방송을 내보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들을 직접 수색해 촬영해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대구MBC는 1월에 핵심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 사안을 비롯해 2월에 실시한 추가 수색 등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 노력과 정성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1월에는 비행기 엔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왼쪽 날개에 붙어 있는 상태로 포착되었는데, 2월에는 또 하나의 엔진으로 보이는 물체가 날개에서 떨어진 채로 발견되었다. KAL 858기는 보잉 707기종으로 양쪽 날개에 2개씩, 모두 4개의 엔진(Pratt & Whitney JT3D-3B 제품)을 달고 있었다. 물체가 KAL기 것이라면, 왼쪽 날개 엔진의 고유번호는 P644017이어야 한다.

더불어 비행기 내부 구조물로 추정되는 물체들도 수중카메라에 잡혔다. 어디까지나 KAL기 잔해로 '추정'되는 상황이지만, 중대한 발견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대구MBC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충격적인 증언"을 소개한다.

당시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김현희의 행적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와 관련해 정보공개 청구로 진실화해위원회 재조사 기록을 보고 2016년 글을 썼는데, 취재 내용은 큰 틀에서 이를 확인해준다. 또한, 이 "첩보"에 관한 짧은 진술이 국정원 발전위원회 보고서 239쪽에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방송은 비행기 실종 전날 KAL기 부기장과 저녁식사를 하며 사건과 관련된 듯한 대화를 나눴던 인물에 대해 말한다. 이는 실종자 가족회가 행정소송으로 얻어낸 자료를 바탕으로 2007년 <통일뉴스>가 보도한 것이다. 방송은 해당 인물이 부기장 가족에게 침묵을 강요했다는 점과 이에 대한 해명 내용을 포함시켰다. 

추정 잔해, 인양과 검증 이어져야  

한편,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될 이번 수색 관련 활동은 KAL 858기 가족회의 복잡한 내부 사정 속에 이뤄진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픈 부분이다. 이를 떠나 KAL기의 것일 가능성이 높은 물체들이 발견되었기에 건져 올리는 일이 뒤 따라야 하지 않을까.

설훈 민주당 의원이 방송에서 말했듯 "국회에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국토교통부가 나서거나, 다른 형태의 기구 또는 인원이 꾸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KAL 858기 추정 잔해가 공인될 수 있는 방식으로 인양돼 빨리 검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종자 가족의 눈물과 방송사의 땀방울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말 못 할 아픔과 우여곡절 속에 만들어진, 가슴 아린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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