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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어머니 노래 4편에 담긴 자식의 마음

'어머니와 고등어', '엄마품', '연락 좀 해 줘', '노모'에 떠오르는 내 어머니

등록 2020.05.11 15:57수정 2020.05.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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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점심에 고등어구이를 먹었다. 고등어구이는 어쩌다 아내가 해주지만, 날이 그래서 그런지 문득 '어머니와 고등어'가 떠오르고, 김창완도 떠올랐다. 고등어 요리는 나의 어머니도 생전에 가끔 해주시던 음식이다. 

식사 후 모처럼 '어머니와 고등어'를 들었다. 그리고 옛 생각도 나고, 호기심도 발동해 김창완과 산울림의 이런저런 노래들을 뒤적였다. '어머니와 고등어', '엄마품', '연락 좀 해 줘', '노모' 등 김창완이 작사한 4편의 노래가 눈에 들어왔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 걸."

'어머니와 고등어'는 이렇게 노래한다. 노래 속 아이는 고등어구이가 그렇게 좋았을까? 아침에 고등어구이 먹을 생각을 하니 엄마가 봐도 봐도 좋단다. 그는 어머니 코 고는 소리에 무심하다. 어머니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고등어를 구워 자신의 숟가락에 얹어주실 어머니가 그저 한없이 좋을 뿐이다.
 

김창완이 <스페이스 공감> 10주년 기념 무대에 섰다. ⓒ EBS 화면 캡처

 
유년기에 어머니는 어떠한 존재일까? 김창완은 '엄마품'의 가사에서 "내가 어렸을 때 엄마 품안에서/ 꿈을 꾸었었지/ 밖에는 눈이 내려 하얀눈.../ 봄이 찾아오면은 난 나비 따라다녀야지/... 나비랑 꽃이랑 놀다가/ 지치면 엄마품에 찾아들테야"라며 동심의 세계를 그렸다. 

밖은 겨울이지만, 아이는 어머니 품 안에서 따뜻하다. 아이는 안락감을 느끼며 품 밖을 꿈꾼다. 봄에 나비랑 꽃이랑 놀 것을 기대한다. 혹 놀다 지치면 엄마 품을 다시 찾겠다고도 한다. 아이는 언제든지 찾아갈 엄마 품이 있어 마냥 행복하다. 

'엄마품'은 '어머니와 고등어'와 달리 유년기를 벗어나 그때를 회상한 노래이다. 어머니 품은 낙원과 같지만, 아이는 품 밖의 현실에서 세월을 보내야 한다. 다음의 '연락 좀 해 줘' 가사에 이러한 정황이 담겨 있다.  

"연락 좀 해줘/ 우리 엄마한테/ 나 이제 너무 지쳤다고/ ... 나 길을 잃고 헤멘다고/ 가지말라 했던 길을 나섰던 날/ 아름다운 꽃을 보았네/ 열지말라 했던 문을 열은 순간/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네/ 그 모습에 취해 그 향기에 취해/ 나 길을 잃고 헤메이네."

현실에 시달려 지칠 때마다 어머니 품이 그립지만, 그리로 돌아갈 순 없다. 그럴수록 유년기의 어머니가 더욱 절실해진다. 누군가 나의 이 처지를 어머니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어릴 때처럼 어머니가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되지만, 힘들 때마다 종종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신승훈은 '엄마야'를 부르며 어떡하면 헤어진 애인을 다시 오게 할 수 있는지 알려 달라고 떼를 쓴다. 노브레인은 '엄마 난 이 세상이 무서워'를 부르며, "눈감으면 눈감으면 코베버려/ 만만하게 웃고있음 때려버려" 하면서 세상이 무섭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연락을 하거나, 떼 쓰거나 하소연하는 것이 늘 가능한 것도 아니다. 어머니도 세월 앞에서는 무력하다. 세월을 켜켜이 둘러쓴 어머니를 우리는 보내야 한다. 김창완은 '노모'를 부르며 이렇게 노래했다. 

"창백한 얼굴에 간지러운 햇살/ 주름깊은 눈속엔 깊이깊은 적막/ 말없이 꼭 감은 님의 푸른 입술을/ 나의 뜨거운 눈물로 적셔드리오리다..."

김창완은 4편의 노래에 시기적으로 다른 어머니를 담았다. 그러면 우리 가슴 속에 어머니는 어떤 형상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김창완의 어머니 노래를 들으며 모처럼 가슴 속 어머니를 한번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다. 삶에 얽혀 더러 가려져 있거나 묻혀있어 볼 수 없었던 낙원 속의 어머니가 혹 다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머니와 고등어'를 들으며 잠시나마 생전의 어머니와 나의 유년 시기를 회상해보니 새삼 '뜨거운 눈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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