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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블라인드 채용해도 SKY 출신 뽑힌다?

학교 간판 가리고 채용해보니, SKY 출신 줄고 출신대학 다양

등록 2020.05.21 21:01수정 2020.05.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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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공공부문에 의무화된 블라인드 채용은 편견을 야기하는 요소를 블라인드 하여, 직무능력 중심으로 공정하게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공공부문에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카카오나 롯데, KT 등의 민간 기업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블라인드'라는 용어로 인해 기준 없이 사람을 뽑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편견, 인권침해 요소, 개인의 배경, 직무에서 불필요한 스펙(출신학교, 영어점수, 해외경험, 외모)은 최대한 배제하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블라인드 채용 지원자는 해당 직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역량 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지원자들은 직무와 관련 없는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기업 또한 직무능력을 구체화함으로써 적합한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직무능력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이 트렌드가 되기 전까지 수많은 기업은 인재를 판별하는 손쉬운 기준으로 고졸, 대졸 등의 학력과 출신학교를 활용해 왔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능력은 고려되지 못한 채 채용 임금, 승진, 업무배치 등에서 학력이나 학벌로 부당한 차별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직무 능력이나 성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블라인드 채용 전면도입에 대한 쟁점은 '출신학교'를 블라인드 해서 뛰어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기업들은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학력과 출신학교를 중요한 선발 기준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 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나 학력이 높은 사람은 채용에서 늘 우위를 점하며, 근무환경이 좋거나 취업준비생에게 인기 있는 기업에 취업할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출신학교를 선발의 요소로 삼아 우대,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지원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므로, 공공부문에서는 이를 가리고 직무역량 중심으로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 전형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주장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학 서열은 능력이 반영된 결과이므로 대학 간판을 가려도 여전히 SKY 출신, 명문대 출신이 채용에서 유리할 거라는 것이다. 과연 이 주장대로 블라인드 채용 후 명문대 출신이 더 많이 뽑혔을까?

블라인드 채용 도입 후 비수도권 대학 출신 약진

2018년 11월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실태와 성과'를 분석하였다.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2018)의 분석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 후 명문대 출신 비율은 감소하고, 비수도권대출신 비율과 출신대학 숫자는 증가하였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재구성

     
학교라는 간판을 편견적 요소로 보고, 출신학교를 블라인드 하여 직무능력 중심 채용을 도입한 260개 공공기관의 변화를 살펴보니,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이후 SKY 출신자 비율이 5% 가까이(15.3%→10.5%, ▼4.8%p) 감소했다. 특히 금융 관련 기관유형은 가장 높은 비중(31.1%→24.6%)으로 감소했다.

또 SKY대학 출신자가 줄어든 만큼 비수도권 대학 출신자의 비율은 38.5%에서 43.2%로 4.7%p 증가하였고, 출신대학 수도 10.3개에서 13.1개로 다양해졌다.

이처럼 많은 공공기관이 출신학교가 아닌 직무능력으로 인재를 선발하자, 명문대 출신은 줄어들고, 비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은 약진하였으며, 출신대학의 수는 더욱 다양해졌다.

보고서는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 중심의 선발로 인해 신입사원의 직무 전문성이 향상되어 업무 학습과 수행 능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하였다. 또 학벌차별이 완화되고, 다양한 학교와 전공과 경력을 가진 지원자의 합격률이 높아져 업무 수행에 있어서 시너지가 발생, 기업의 경제적 효과로 이어진다고 제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출신학교의 서열이 기업에서의 직무능력을 보여주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한다.  

왜곡 보도
  

한국경제는 "'블라인드 채용'의 역설... SKY 입사 늘었다"(2019. 6. 26.)는 기사를 보도하였다. 출신학교 차별을 막자고 블라인드 채용을 했더니 취업준비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서울지역 금융공기업은 오히려 SKY대학 출신자들에게 유리했다는 것이다.
 
"서류전형과 짧은 면접만으로는 적격자를 가려내기 힘들어졌다,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필기시험을 어렵게 출제하다 보니 명문대 출신이 유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중략)

취업준비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서울지역 금융공기업은 대부분 블라인드 채용 도입 이후 SKY 출신 신입사원이 늘었다. 금감원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예보 등 다섯 곳 중 기업은행을 제외한 네 곳의 SKY 출신 신입사원 비중이 블라인드 채용 시행 이전보다 높아지거나 같았다."

이 기사 발표 후 블라인드 채용을 해도 SKY출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여론이 빠르게 형성되었다. 본래 이 기사는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의 보도자료("전국 금융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이 명문대 집중 현상 완화시켜") 데이터 중에서 서울권 금융공공기관 데이터만 다시 분석해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블라인드 채용의 단면을 사실과 다르게 과장하고 왜곡한 측면이 있다.

블라인드 채용 전부터 일부 서울지역 금융 공공기관들은 중소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SKY 출신 합격자 비중이 50% 전후로 상당히 높았다. 금융권이 출신학교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보았다는 것은 하나은행(SKY 출신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과 신한은행(학점 '필터링 컷' 시행으로 최상위대 출신은 학점 3.0만 넘으면 통과, 지방대의 경우 3.5 이상이 되어야 통과)의 사례에서 확인된 바 있다.

위 기사는 '서울지역 금융공기업 5곳 중 4곳의 SKY 출신 신입사원 비중이 블라인드 채용 시행 이전보다 높아지거나 같았다'고 기술했다. 그런데 서울지역에 본사를 두거나 서울지역에만 위치한 공기업은 기사에서 언급한 5곳이 아니라 6곳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SKY출신자 비중이 줄어든 기관이다.

따라서 다시 정리하면 서울권 금융공공기관 총 6곳 중 SKY출신 신입사원 비율이 늘어난 곳은 중 금융감독원, 한국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3곳이고, 같은 곳은 한국수출입은행 1곳이다. 그리고 SKY출신 신입사원 비율이 줄어든 곳은 중소기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2곳이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는 도입 직전 2년만 따로 계산해 보면 오히려 2.2%p가 감소했다.   
 

최운열의원 보도자료(2019)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재구성

     

최운열 의원은 보도자료(2019)를 통해 금융공공기관들이 블라인드 채용 도입 후에 명문대 집중 현상이 완화되었다고 발표하였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재구성

 
또 실제로 그 비중이 상승한 금융감독원(52.3%→53.4%, △1.1%p), 한국산업은행(47.8%→48.3%, △0.5%p)의 상승폭은 1%p 내외에 불과했다. 반대로, SKY출신 비중이 줄어든 중소기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중 특히 중소기업은행의 감소폭은 12.4%p나 되었다.

결국 총 6곳 중 2곳(~3곳: 예금보험공사를 포함할 경우) 정도 상승한 것이고,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SKY 출신자의 증가폭보다 감소폭이 훨씬 큰 것을 보았을 때, '서울지역 금융공기업의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에서 더 잘 드러났다. 부산이나 대구지역은 SKY출신 합격자 비율이 적게는 3.4%p(기술보증기금)에서 많게는 22.9%p(한국주택금융공사)까지 떨어졌다. 또한 최운열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 후, 2018년 하반기 신입직원 중 SKY 출신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 후 서울권 금융공공기관 일부의 수치가 약간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전국 금융공공기관을 총체적으로 보면, 비교가 불가능한 1곳을 뺀 10곳 중 6곳(중소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이 SKY출신 신입사원 비중이 줄어들었고, 그 감소율 또한 증가폭에 비해 훨씬 높았다.

또 기사는 아래와 같이 A공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을 인용하였다.
 
"지원자가 적절한 역량을 지녔는지에 대해 지원서류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원자의 정보가 사실상 전혀 없어 답답하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은 불필요한 개인정보와 출신학교 정보, 스펙을 배제하라고 한 것일 뿐, '합리적인 이유가 있거나 직무와 관련 있는' 어학점수, 경력, 자격증, 교육사항 등의 요소는 활용토록 하고 있다. 또 필기시험, 구조화된 면접 등 촘촘한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는 전형이다. 위 기사는 이러한 사실에 바탕하지 않고, 잘못된 인식을 가진 일부 인사담당자의 입을 빌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블라인드 채용은 기회의 공정성을 위해 도입한 제도이기 때문에 위의 출신학교에 따른 합격자 비율은 앞으로 계속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이 현장에 안착되고, 출신학교 편중현상이 완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언론은 위 기사와 같이 왜곡된 사실과 단편적 통계를 가지고 블라인드 채용의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적보다 태도가 중요
 

'마이다스아이티'라는 종업원 378명 규모의 이 기업이 5년간 출신대학 분포와 그에 따른 업무성과를 조사한 결과는 놀라웠다. 채용 당시 출신학교 분포는 1순위그룹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기준으로 1~10위) 25%, 2순위그룹(11위~40위) 36%, 3순위그룹(41위 이하) 39% 비율이었다. 하지만 채용 이후 출신학교 그룹별 업무 고성과자 비율을 살펴보니 3순위 그룹의 고성과자 비율(44%)이 가장 높았고, 1순위 그룹의 비율은 20%로 가장 낮았다. 즉, 출신학교가 좋다고 해서 업무에 대한 성과 또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경제(2015.7.15)는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N머니의 기사를 인용해 미국 기업의 직원 선발 기준을 소개했다. 구글 전 인사담당부사장 라즐리 복은 "입사자의 학교 성적과 직무성과의 상관관계는 처음 2~3년 동안만 나타날 뿐"이라며 "C학점 학생, B학점 학생, A학점 학생과 이들이 담당 업무에서 올리는 실적의 장기적인 연관성은 적어도 구글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리더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우리와 비슷한지, 즐길 줄 알고 양심적인지, 겸손한지 등을 살핀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거래를 성사하는 능력이나 냉철함, 세부적인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아니라 좋은 성격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은 그는 "MBA보다 호감 가는 성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인력채용 대행기업인 익스프레스 임플로이먼트 프로페셔널(EEP)이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고려하는 8개 주요 항목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교육수준은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가장 눈여겨본 것은 단체생활 적응 능력, 문제해결 능력, 리더십이었다.

한국일보(2017.8.12.)는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해 '인사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 분석'이라는 1998년 논문을 기사로 다루었다. 논문에 따르면 "학벌 좋은 사람이 일 잘할 확률은 20% 미만"이며, 실력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선발방식은 작업 테스트였다. 한국일보는 한국기업들도 실력 예측 요소들과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용한 시스템을 치열하게 고민할 때라고 조언하였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2015년 '한국의 세대 간 사회계층 이동성에 관한 연구'(최필선, 민인식)가 발표되었다. 2004년의 중3을 10년간 추적해서 조사한 결과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수능 성적 1~2등급 비율도 높아졌고, 상위권 대학 진학 가능성도 커졌으며, 취업 후 자녀의 임금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과 소득에 의해 나뉜 사회계층 차이가 자녀 교육에 대한 사교육 투자의 차이를 낳고, 다시 이것이 자녀의 진학과 임금의 격차로 이어지는 재생산의 경로가 드러난 것이다. 이는 2019년 김해영 의원이 "스카이(SKY) 대학생 부모의 고소득층(9·10분위) 비율이 무려 41%에 달한다"고 발표했던 내용과 맥이 닿아 있다.

이러한 조사와 통계들은 한국 사회의 교육의 결과가 개인의 노력으로만 성취되는 것이 아닌 부모의 경제적 배경과 매우 밀접하다는 걸 증명한다. 출신학교는 특정 시점의 입학 성적이지, 기획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문제해결능력, 경험 등 기업에 꼭 필요한 직무 능력을 보여주는 요소가 아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배경의 불평등을 간과하고, 손쉽게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출신학교가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보여는 주는 것이라며 차별적인 평가와 채용을 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

또한 인간의 능력은 스무 살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발되는 것이다. 명문대, 인서울, 지방대 등 출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차별은 기업에 적합한 인재 발굴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기업은 지원자의 준비정도, 노력, 직무능력을 편견없이 바로 보기 위해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손쉬운 채용 관행을 버리고 새롭게 채용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하는 부담과 채용 과정의 복잡성 및 소모되는 비용 때문에 기업이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대기업 채용 과정을 살펴보니, 여전히 채용공고에서는 합리적인 이유없이 4년제 이상 대학 졸업자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명시하였고, 입사지원서에는 출신학교(학력) 관련 사항을 본교/분교, 야간/주간까지 세부적으로 기재하도록 하였다.

또한 블라인드 채용은 단어 그대로 '채용' 영역에서만 출신학교를 블라인드하는 것에 그쳐 입사 이후의 '승진', '임금', '업무배치', '복지' 등 고용 전 영역에서의 출신학교 차별 관행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민간기업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채용을 포함한 고용의 전 영역의 출신학교 차별을 막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률안이 21대 국회를 통과하게 될 경우,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출신학교로 지원자를 차별하는 관행이 사라져 공정한 선발 경쟁이 진행될 것이며, 우대받는 출신학교를 진학하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사교육 부담도 완화될 것이 분명하다. 기업 또한 편견을 배제한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 프로세스 전환으로 조기퇴사율과 이직률이 감소되는 등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것이 민간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확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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