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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80년 4월 광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5.18] 담요로 창문 가렸다는 아버지... '함께 기억하고 싶어서' 해시태그 달아

등록 2020.05.18 13:29수정 2020.05.1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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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도 없고, 모임이나 강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SNS로 소통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지인들뿐 아니라 관심사가 비슷한 분들을 팔로우 해가며 열심히 '좋아요'를 눌러드렸지요.

관심 키워드를 검색해서 들여다보는 일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해시태그의 기능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결국 해시태그 자체를 팔로우 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책표지챌린지에 지목을 받게 되었고, 일주일간 책 표지를 찍어 올리게 되었어요. 마침 3월 1일 아침이었기에 삼일절을 시작으로 백년의 역사를 들려주는 그림책 <백년아이>를 골랐습니다.

예쁘게 소품을 곁들여 사진을 찍어 올렸어요. 저에게 정보의 우물이 되어 준 해시태그도 빼먹지 않고 몇 번 씩 수정해가며 정성껏 달아 주었습니다. 저처럼 제가 올린 해시태그를 통해 제 피드로 들어와 공감해주시는 분들과 만날 수 있었어요.

'#삼일절'이나 '#백년아이'를 통해 들어오신 분들이지요. 일주일간 다음 책을 궁리하면서 더욱 책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도 '#책표지챌린지'에 들어가 여러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을 이어갔음은 물론입니다.

그러다 한 달 후에 다시 지목을 받아 재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도중에 4월 3일이 있어서, 제주4.3 항쟁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역사적인 날에 역사를 공부하며 책을 읽다보니, 다가오는 4.19, 5.18, 6.10 등 책표지챌린지와 상관없이 누가 지목해주지 않더라도 이런 활동을 이어간다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는 큰 아이가 책을 고르는데 늘 도움을 주었거든요. 아이와 하나의 키워드로 책을 수집하여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특히 40주년을 맞은 5.18이 코로나19로 기념식이 취소되거나 축소될 것 같았습니다. 80년에 광주에서 태어나 30년 이상을 살았고, 지금도 친정이 광주이며, 5.18과 동갑인 저로서는 그 점이 무척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해시태그를 타고 518, 오월, 광주, 민주화 등을 검색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해태 타이거즈는 과거 또 다른 광주의 상징이었는데요. 제가 그래서 유독 해시태그에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글쓰기 밑천의 8할은 광주의 해태, 해시태그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그림책 속에서 만난 광주 5.18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의 한 장면 ⓒ 박효영


"엄마, 북한에서 정전되고 집에서 몰래 불 켤 때 이렇게 가리지 않았어? <사랑의 불시착>에서 본 거 같아서. 근데, 총알도 막아질까?"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서진성 지음)을 본 아이가 저에게 묻는 말입니다. 저는 1980년 4월 광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실제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즈음엔 저희 집도 이렇게 담요로 창문을 다 막아놨다고 하셨습니다. 집에 불이 켜져 있다고 총 쏘고 잡아갈까 봐, 갓난쟁이 울음소리가 담장을 넘을까 봐 그랬다고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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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일 만에 아버지 잃은 김소형씨,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37주년 대통령의 기념사는 그림책이 되었고, 김소형씨 이야기는 역사동화가 되었다. ⓒ 박효영


그런데 5월 18일에 태어난 김소형씨는 사흘 뒤에 말도 안 되는 일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군인들이 쏜 총알이 창문으로 날아 들어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는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추도사를 하게 됩니다. 제창이냐, 합창이냐 말 많았던 <임을 위한 행진곡>도 다 같이 불렀고,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추도사가 끝나고 대통령은 즉석에서 돌아가는 그녀를 불렀고, 대통령이 다가가자 그 품에 안겨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대통령이 친히 아빠가 되어주시는 느낌이었어요. 대통령의 눈물에 광주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림책 <아빠의 봄날>에 나오는 육교와 광장의 모습 ⓒ 박효영


제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도청을 향하는 금남로에 육교가 하나 있습니다. 그림책 <아빠의 봄날>에 나오는 바로 저 육교입니다. 당시 전국체전 전남 예선대회와 전라남도민 체육대회를 알리던 플래카드가 걸려 있던 육교입니다. 저는 바로 그 육교 근처 광주일고 건너편에서 자랐습니다.

전학을 가기 전 5학년까지 수창초등학교를 다녔고, 어느 날은 저녁을 먹고 배가 불러서 도청 근처까지 금남로로 올라갔다가 충장로로 내려오기도 했어요.

매년 4~6월 사이면 금남로는 대학생 시위대가 모여들었습니다. 가게를 하던 부모님은 시위가 심해질 때면 옆 가게들이랑 다 같이 셔터를 내렸습니다. 어느 순간 눈이 매워져서 울고불고 난리가 나면, 엄마는 양초를 밝혀 저를 가까이 앉히고 코밑에 치약을 짜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최루탄의 매운 기운은 견딜 만하다가 사라졌습니다.

전두환 정부에 반대하며 금남로의 시위는 끊이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1987년 6월, 제 나이 고작 7세의 일이지만, 이때만 되면 아버지가 항상 말씀하셔서 그랬는지 그때 아빠가 하셨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오매, 서울서 이한열이가 최루탄을 맞아 브렀어야."

함께 지켜나갈 민주주의

며칠 전부터 sns에 '함께 기억하고 싶어서'라고 이름 지어서 해시태그를 달고 5.18 관련 도서들을 시리즈로 올리고 있습니다.

해시태그 덕분에 얻게 되는 정보가 많고, 반대로 저에게서 정보를 얻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만나게 되었어요. 읽어봤다고 혹은 읽어보겠다는 공감이 광주의 딸로서 기뻤습니다. 

책 제목만 확보하고 아직 구하지 목한 책들도 있습니다. 소개 중인 그림책과 어린이 역사동화는 물론이고 소설, 시 외에 증언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관련 도서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관련 도서들이 많이 출판되기를 희망합니다. 5월이 가기 전에 광주에도 한 번 더 다녀오고 싶고요.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가짜뉴스들로부터 참역사를 알리고 자녀들과 함께 기억하는 것은 40주년을 맞은 나의 친구 5.18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요. 더불어 광주문제 해결을 위한 5원칙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국가보상, 기념사업'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빠의 봄날

박상률 (글), 이담 (그림),
휴먼어린이, 2011


오늘은 5월 18일

서진선 (지은이),
보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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