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돌봄교실, 방과후학교는 학교 소관 업무 아니다

방과후학교(돌봄교실) 초·중등교육법 개정 입법 예고안 논란

등록 2020.05.26 08:05수정 2020.05.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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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교육부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학교에서 운영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초·중등교육법 개정 입법안을 내놓았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천교육교사모임,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의 교원단체가 집중적으로 항의하였고, 교육부는 관련 입법안 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일단락된 줄 알았던 이번 논란은 일부 학부모 단체의 이의제기로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입법 예고를 두고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교원과 학부모는 교육 동반자라 생각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동반 관계가 제대로 작동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번 논란은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학교를 '교육기관'으로 보느냐 '돌봄기관'으로 보느냐의 차이이다. 우리나라 법 제도상 학교는 교육부 소관으로 '교육기관'이다. 이에 따라 학교는 교육과 이와 관련한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한편 돌봄, 보육, 방과후학교 등은 정부조직법, 지방자치법, 아동복지법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의 소관 업무로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학교와 유치원은 교육부에서, 어린이집, 아이돌봄 지원 등은 지방자치단체나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법상으로 보면 이미 소관 업무가 정해져 있다. 구태여 교육부에서 초·중등교육법에 방과후학교(돌봄교실) 운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일부 학부모 단체에서는 교육(敎育)의 '육'(育)이 '기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학교가 마땅히 돌봄교실을 맡아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육'(育)에는 '기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교'(敎)와 연결된 '육'(育)은 '기르다'라는 의미보다는 '교'(敎)를 통해 익힌 지식, 인성, 능력 등을 '체화'하고 '함양'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동양에서 교육이란 말은 맹자로부터 기원하다. 여기에서 '육'(育)은 '자녀를 착하게 기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인성교육과 가정교육의 성격이 강하다. 서양에서도 교육은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활동으로 본다. 종합해 볼 때 '육'(育)을 아이를 '기르다'라는 의미로 한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방과후학교(afterschool)는 정규 교육과정이 끝난 이후, 아이들에게 적성과 특기 계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이다. 그야말로 초·중등교육법상 규정한 교육 활동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학교나 교사가 담당해야 의무는 없다.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가정의 주된 역할이다. 그리고 이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정부 부서와 기관도 별도로 있다. 이번 교육부의 입법예고안은 월권 소지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은 청소년단체(보이스카우트, 아람단 등)와 함께 법적 근거도 없이, 보급의 용이성만을 따져, 학교에 떠맡겨진 사업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학교(교육부)의 고유 업무가 아니다. 다시 말해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는 교원의 본업(수업, 교육과정 편성 운영, 평가, 생활지도 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가정과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학교가 이를 운영하고 있었던 사업들이다.

소위 교육 선진국에서는 교사가 행정업무를 맡는 경우가 드물다. 북유럽 교사들은 '교사가 해야 하는 행정업무'라는 개념조차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사들은 각종 행정업무에 치여, 본업인 수업 준비를 못 하거나 짬을 내어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교사가 '교육전문가'로서 역할보다는 '행정사'로서 역할 비중 큰 황당한 상황이 일상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방역사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행정업무를 가장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업무가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청소년단체' 등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번 교육부의 입법예고안에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입법예고안이 없어도, 학교교육과 돌봄교실, 방과후학교가 협력하며 발전하는 방안이 있다. 서울시 중구에서 운영하는 '중구형 돌봄교실'과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만들어진 '강감찬 학교'와 같은 제도들이다.

'중구형 돌봄교실'은 지자체가 학교와 협력하여 운영하는 돌봄교실이다.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에 비해 교실당 2명의 돌봄전담사, 무료 급식과 간식, 별도 보안관, 입출입 안내시스템, 돌봄프로그램 다양화, 쾌적한 교실 환경 구축 등에 있어 우수하다. 학교는 교실 공간 제공 및 학생 모집에 협력하고 있다. 이는 교육청, 학교, 지자체의 협력 모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현행 법체제 내에서도 질 높은 돌봄교실 운영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강감찬 학교'는 일종의 '지역 방과후학교'이다. 관악구 인헌중학교에 설치되어 인헌중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공간 제공과 학생 모집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설립 당시보다 활동이 다소 위축되어 보이나, 학교와 지역의 공존형 방과후학교 모델로 활성화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 정부 당국은 이미 소관 업무가 정해진 사항에 대한 불필요한 입법으로, 교사와 학부모의 동반자 관계를 해치지는 일은 더는 없길 바란다. 현형 법 체제를 원칙대로 적용하여,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내실이 있게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교육부 #입법예고 #교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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