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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개구리 생존 노하우는 '투명한 다리'

[김창엽의 아하! 과학 61] 녹색 나뭇잎에 앉았을 때 몸체와 경계 모호해져

등록 2020.05.26 16:32수정 2020.05.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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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입는 전투복도 그렇고, 사자나 호랑이 새 뱀과 같은 동물들도 그 나름의 위장색으로 스스로를 눈에 덜띄도록 한다. 물론 카멜레온이나 문어처럼 몸 색깔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한수 높은 위장술을 뽐내는 존재들도 있다.

하지만 정반대로 색을 최대한 덜 쓰는 방식으로 생존 확률을 높이는 동물도 적지 않다. '유리 개구리'는 양서류 가운데 가장 투명한 몸을 가진 축에 속한다. 등이 아닌 배쪽에서 보면 몸속 심장이나 혈관, 이런저런 장기들이 훤히 비춰보일 정도로 빛의 투과율이 높다.
 

나뭇잎에 앉아있는 유리 개구리. 등색깔은 녹색이지만, 다리와 배쪽은 투명해서 내장이나 혈관이 보인다. ⓒ 제임스 바넷

 
'무책이 상책'이란 말이 있듯, 아예 색깔이 없는, 즉 투명은 최고의 '보호색'이겠지만, 완전 투명은 아닐망정, 투명의 원리를 잘 활용하면 섣불리 색을 쓰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실제로 크기 3~6cm에 불과한 유리 개구리는 상당히 '정교한' 수법으로 포식자 가득한 중남미 정글에서 살아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등의 공동연구팀은 유리 개구리의 투명성을 실험적으로 살펴본 결과, 다리 부분이 특히 투명한 점이 생존의 노하우라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제임스 바넷 박사는 "유리 개구리는 나무에서 거의 평생을 보내는데, 앉아 있을때 다리 부분이 꽤 투명해서 주변의 녹색 나뭇잎 색깔과 매우 흡사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유리 개구리가 서식하는 중남미의 나무들은 1년 내내 녹색이다. 하지만 연중 약간씩 색깔이 짙어졌다 옅어지는 식으로 변하곤 하는데 항상 일정한 녹색인 유리 개구리의 등색깔과 달리 다리 부분은 투명해서 주변 나뭇잎 색깔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나 뱀같은 포식자들 눈에는 다리 부분의 경계가 불확실해 전체적으로 개구리의 형상이 잘 안잡힐 수 밖에 없어 생존에 유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으로도 이는 입증됐다. 가짜 유리 개구리를 만들어 남미 에콰도르 숲속에 72시간 방치한 결과 다리가 투명한 개구리가 불투명한 개구리보다 포식자인 새의 공격을 훨씬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젤라틴으로 가짜 유리 개구리 2종류를 각각 180마리씩 만들었다. 하나는 다리가 불투명한 종류이고, 다른 하나는 투명한 것이었다. 실험 결과 불투명한 개구리는 53마리가 새의 공격을 받은데 반해 투명한 개구리는 24마리로 절반을 밑돌았다. 

학계에서는 유리 개구리의 보호색 역할을 하는 부분 투명성을 육상동물로는 상당히 이례적인 생존 위장술로 보고 있다. 바다 같은 물속에서는 투명성을 앞세워 생존하는 물고기들이 꽤 많다. 그러나 육지에서는 공기와 동물 신체의 빛 투과도 차이가 커서 웬만큼 단순히 투명한 것으로는 생존에 큰 도움이 안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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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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