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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신입생 등교... 교사가 경험한 기막힌 순간들

[코로나19 학교 방역기②]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선생님들도 '힘들어'

등록 2020.06.09 17:55수정 2020.06.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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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코로나19 학교 방역기 ①] 극도의 스트레스... 중3 교사는 왜 '핸드폰 사용'을 허락했을까 (http://omn.kr/1nu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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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전북 전주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학생들을 무사히 하교시키고 코로나19 방역TF팀이 모였다. 등교 첫날 학교의 방역 방법을 평가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선생님들의 얼굴에선 하루를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와 자부심, 숨길 수 없는 피곤함이 느껴졌다. 위원들은 담임선생님들이 너무 힘드니 업무를 나누자고 했다. 담임선생님이 하는 일 중에서 담임이 안 해도 되는 일 몇 개를 골라 비담임선생님과 등교하지 않는 학년 담임선생님들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며칠 후 중2도 등교한다는 점이다. 중3과 중2가 등교하면 '여유 병력'이 1학년 담임선생님뿐이므로 이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간다. 다른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다. 기약 없다는 것이 선생님들을 더 움츠리고 날카롭게 했다.

등교한지 첫날부터... 근처에서 집단 감염 발생해

밤사이 가까운 한 개척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학생들과 선생님의 불안은 더 커졌다. 인근 학교는 학년당 3주에 한 주만 등교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2주에 한 번씩 등교하는 것을 유지했다. 

만나는 선생님마다 원격 수업의 비효율성을 인정했지만, 등교 수업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므로 우리 학교도 다른 학교처럼 3주에 한 번 등교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원격 수업의 비효율성을 강조하며 등교 수업의 확대를 주장하는 관리자들은 좀 더 추이를 지켜보고 논의하자고 했다.

내가 짠 코로나19 방역 업무 배정표에 따라 선생님들은 매일 아침 등교 지도와 발열 체크를 했고 쉬는 시간마다 순찰을 했다. 점심시간에는 식당에서 질서 지도를 했다. 여기에 더해 담임선생님은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챙겨야 했다. 본인의 수업 시간표에 따라 마스크를 낀 채 숨 막히는 수업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되었다. 

한 학년만 들어가는 선생님은 나은 편이었다. 두 학년 이상 들어가시는 선생님은 이것 말고도 등교하지 않는 학년을 위한 원격 수업도 해야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는 동안 쿠팡 물류센터 감염이 확산했고, 등교 주기 결정을 늦추는 학교를 향한 선생님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누군가 쓰러져야 바꿀 거냐'는 푸념 아닌 푸념도 터져 나왔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학교는 3주에 한 번 등교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선생님들은 안도했지만, 너무 늦은 결정이었다. 이미 선생님들의 마음은 많이 상해 있었다. 

결정을 한 지 30분쯤 지나자 수도권 학교는 등교 인원을 1/3 이하로 하라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발표가 있었다.

노하우가 생긴 선생님... 하지만 신입생이 등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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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4차 등교 수업이 시작된 8일 오전 대전시 서구 도안동 도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손 소독제를 바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 연합뉴스

 
중3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즈음 다시 원격 수업으로 바뀌고, 중2가 등교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지만, 중3 때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그 사이 선생님들도 서서히 꼭 해야 할 일과 못 본 척 넘겨야 할 일을 구분했고 그에 따라 힘을 배분해서 일하는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발생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예측과 그에 따른 지침, 대책, 지시가 쏟아졌다. 수많은 것들을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교사들의 의견은 상황이 급변한다는 이유 등으로 생략되곤 했다. 납득되지 않는 지침과 대책, 지시로 선생님들은 수동적으로 행동했고, 이는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연성과 창의성을 위축시켰다. 

어쩌면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소통의 생략인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급격하게 변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보다는 선생님들을 더 존중하고 소통한다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도 거뜬히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8일. 드디어 신입생이 왔다. 역시나 설레는 표정과 호기심으로 등교했다가 수많은 금지에 질린 모습이다. 생활 수칙을 안내하고 부탁하는 데는 익숙해졌지만, 주눅이 든 아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견디기 힘들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하는 선생님들이 더 환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코로나19에 맞서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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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 다녔던,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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