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완화, 건강기능식품 사업 투자에 열 올리는 제약업계

등록 2020.06.11 17:14수정 2020.06.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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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관련 '현장 밀착형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한 이후 또 한 번 건기식 시장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샌드박스제도 시행 이후 지난 4월 27일 아모레퍼시픽, 풀무원, 한국암웨이 등 총 7개사에서 신청한 건기식 관련 새로운 서비스 운영 방법 및 기준을 규제 특례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는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 및 판매'를 위한 규제 완화로 향후 2년간 시범 운행 될 계획이다.

건기식이 소분 판매가 가능해진다면 소비자들은 본인이 필요한 건기식을 1회 분량씩 휴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기식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조사한 작년 건기식 시장규모는 약 4조6000억 원이다.  전년 대비 3.5%의 성장률을 보였고, 지난 3년간 연평균 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제약사도 건기식 사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3천억 원을 돌파한 종근당(종근당건강)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핵심 원료를 생산하는 공장 증설에 투자했고, 대웅제약은 4월 간·장·눈 건강 개선을 위한 건기식 6종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제약사의 건기식 사업을 위한 독립법인도 출범했다. 종근당건강(종근당)을 비롯해 유한건강생활(유한양행), JW생활건강(JW중외제약), 한미헬스케어(한미약품)가 있다.

제약사가 건기식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우선 의약품보다 시장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의약품 개발의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건기식은 승인 과정에서 의약품보다 규제가 덜해 빠르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기에 제약사에서 수익 창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밖에도 유통과 광고측면에서 규제가 덜하다. 의약품이 약국에서만 판매 가능한 것에 비해 건기식은 마트, 홈쇼핑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원료의 효과를 광고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건기식 판매 시 관할 지방자치제에 사전 신고 의무 폐지, 건기식 광고의 허용범위 확대 및 사전 심의 폐지, 처벌 수준 합리화 등의 규제 완화가 포함돼 있다. 광고문구 허용 범위도 확대되어 검사 결과 및 제품 효능을 알려주는 표현도 광고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원료 및 제품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제약사마저도 시장 진입장벽이 낮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시도하는 추세이다. 게다가 고려은단의 '비타민C 1000'과 화이자의 '센트룸' 처럼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을 건기식으로 전환하는 데도 관심을 갖고있다.

국민의 건강안전은 누가?

몇몇 제약사들은 '무늬만 제약사'로 보이기도 한다. 광동제약의 비타500, 옥수수수염차가 포함된 유통 부문의 매출액은 전체의 50%가 넘는다. 반면 광동제약의 1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의 1%도 안 된 금액으로 의약품 연구개발(R&D)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제약사들의 행보는 국민의 건강 차원에서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현황 ⓒ 식약처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최근 3년간 건기식 구매율이 상승세라고 밝혔다. 이러한 수요에 비례해 식약처 건강기능 이상 사례 신고현황을 보면 2014년 '가짜 백수오 사태'로 급증한 이후 2015년 502건, 2018년 964건, 2019년 1,132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건기식 제품은 출시되기까지 효과와 부작용을 판단하는 과정이 의약품에 비해 짧은 만큼 소비자들이 구매가 많아지면서 피해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효능이 증명된 의약품보다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건강 개선에 효과적 일 듯한 광고에 현혹된다.

앞으로 건기식 규제가 더욱 완화되면서 의약품과 건기식의 경계가 모호해 질 수 있다. 빠른 제품 출시에 집중하는 제약업계가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안전성을 뒤로 두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건강기능식품 #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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