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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집에 세 명이 투표 안 했다고 전화가..."

[대구 군공항 이전 유치전의 내막 ①] 민주주의 흔드는 '주민투표 관권개입' 의혹

등록 2020.06.17 09:53수정 2020.07.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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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8조 8800억 원이 걸린 대구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 주민투표가 지난 1월 21일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에서 실시돼, 의성 비안면과 군위 소보면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군공항과 함께 대구국제공항도 함께 옮길 것이란 전망에 따라 치열했던 유치전은 그러나 주민투표 '관권개입' 의혹과 '사업 기대효과 부풀리기' 논란으로 얼룩졌다. 취재팀은 주민투표 현장을 찾아 의혹과 논란을 확인하고, 지역자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1편은 주민투표 '관권개입' 의혹을, 2편에서는 장밋빛으로 포장된 사업 기대효과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에서 개최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 기자 말
 

의성군 중앙길 지난 3월 8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중앙길 모습. 뜨거웠던 신공항 주민투표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이민호

지난 2월 7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군청 앞 거리. 중심 도로를 따라 의성전통시장까지 700여 미터(m)를 걷는 동안 지역 뉴스를 요란하게 장식했던 홍보 현수막과 깃발을 하나도 볼 수 없었다. 불과 20여 일 전까지 뜨거웠던 신공항 주민투표 열기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의성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손님들은 '민간 공항은 안 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수군거렸다. 

60대로 보이는 시장 상인 김아무개씨(의성군)는 "민항하고 군항하고 같이 올 줄 알았는데, 투표용지 받은 당일 (안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괜히 헛물만 들이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무조건 민항하고 같이 온다고 이야기했다"며 "(생각해 보니) 대구에서 알토란 같은 공항을 내주려 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60대 상인 박아무개씨 역시 "(군 공항만 온다는) 소문이 그렇게 나더라"며 "민항하고 다 같이 온다고 이야기해서 그렇게 찬성률이 높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신공항 유치에 압도적 지지를 보였던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냉담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신공항 유치 계획에 대해 투명한 정보공개와 실질적 찬반 토론 없이 과도한 기대를 심어주며 찬성 투표로 몰아간 지방자치단체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토박이인 김우정 의성군 의원(48·더불어민주당)은 신공항 유치를 목적으로 반대 의견을 억누른 '일방통행식' 행정과 거기 끌려간 주민들의 소극성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동네 분위기가 (공항 이전) 반대의견을 입 밖으로 내기 힘들었다"며 "이장님들이 (주민들을) 꽉 잡고 있는 데다, 누군가 실어 나르고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론 수렴 과정에서)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 공모를 받았는데, 가장 활발히 반대 운동을 했던 단체가 떨어졌다"며 찬반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신공항 유치 반대 활동을 해 온 신광진(61) 의성군농민회장은 "3년 전부터 꾸준히 활동해 온 반대 단체는 세 곳(의성군여성농민회, 의성군농민회, 민중당)뿐인데 (대표단체 신청 당시) 14개 반대단체가 갑자기 늘게 된 배경에는 '이들을 회유한 큰 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의성군민 다수가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고령 인구여서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볼 수 없는데, 이들에 대한 구체적 피해 보상 대책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신광진 회장은 "군청에서도 '농민들에게 피해가 있다'고 인정을 하지만 피해를 보상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라며 "농민들의 반발을 막으려고만 한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또 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으로 소음 피해가 발생하는 등 농업 및 주거 여건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민투표 공보 공항이전 공식 반대 단체로 선정된 ‘푸른의성21’의 주민투표 공보(왼쪽)와 찬성측(오른쪽)의 공보 내용. ⓒ 최혁규

'찬성률 90%' 뒤에는 노골적인 투표 독려가...

주민투표 당일, 마을 이장이 주민의 투표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가 전화로 독려한 사례 등이 주민 제보로 확인되기도 했다.

의성군 금성면 주민 김성모(54)씨는 주민투표가 실시된 지난 1월 21일 오후, 동네 이장 A씨의 투표독려 전화를 받았다며 취재팀에 통화 녹음파일을 제보했다. 이 파일에 따르면 A 이장은 김씨에게 "너희 집에 세 명이 투표를 안 했다"며 "나를 봐서라도 투표를 해 달라"고 종용했다. 이장이 마을 주민의 투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가 참여를 독려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읍·면·리 단위에서 행정 실무를 수행하는 '행정리'인 이장은 투표 운동을 할 수 있지만, 투표 당일엔 할 수 없다. 특히 공무원과 연계해 주민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투표 독려에 활용했다면 주민투표법 제28조가 금지한 '투표인에 대해 부정한 방법으로 투표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특수 관계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주민투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김원율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은 "(누가 투표를 했고, 안 했는지) 정보를 공무원과 연계해서 알았다면, 공무원은 투표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관련 사항에 대한 고발이 들어온다면 경찰을 통해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투표 당일) 전화를 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며 "누가 투표하고 몇 명은 안 했다고 하면서 직접 파악해가지고 얘기해서 너무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가 지적한 A 이장은 "김씨 가족의 투표 여부를 확인하거나, 투표 독려를 한 사실이 없다"고 취재팀에게 부인했다.

의성군 단촌면에서 돼지 농가를 운영하는 황병창(61)씨도 "내가 투표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알고, 나보고 투표하라고 전화가 왔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나도 마을의 새마을 지도자지만 누가 우리 동네 사는지 모른다"며 "관청과 이장 사이에 소통이 없었다면 어느 집에 누가 투표를 했는지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광진 회장은 "투표 독려 전화가 사찰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반대할 사람, 투표 안 할 사람이라는 걸 알고 이 양반 저 양반, 이쪽 저쪽에서 전화가 왔다"며 "그 전화들을 받으면 이게 우연이 아니고 집중적으로 전화를 거는 거라는 걸 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나 신 회장처럼 공항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투표 독려 전화가 온 것은 찬성률과 함께 투표율도 결과에 반영되는 방식 때문이다. 투표 결과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 공동 후보지가 투표율 88.68%, 찬성률 90.36%를 기록해 1위인 89.525점(투표율 점수 44.345점+찬성률 점수 45.180점)을 얻었고, 경쟁지인 의성 우보는 투표율 80.61%, 찬성률 76.27%로 78.44점(40.305점+38.135점)에 그쳤다. 

"의성군에서 먹고 살려면 활동 그만하라는 전화도..."

투표에 앞서 반대 활동을 노골적으로 제지 받은 주민도 있었다. 의성군 옥산면에서 농업을 하는 K(45)씨는 지난해 12월 말 한 군청 공무원의 전화를 받았다. 이 공무원은 "당신이 소속된 OOO 단체가 반대 단체로 분류되어 있으니 의성군에서 여러 가지로 먹고 살려면 활동을 그만하라"고 말했다. 군에서 반대 활동 주민의 성향과 소속을 확인해 관리하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K씨는 "의성의 모 단체 소속 주민에게 한 공무원이 '반대 활동을 계속하면 군에서 지원하는 행사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관에서) 민을 통제하는 거는 보조금 사업"이라며 "농촌에서 자기 스스로 살아간다는 게 불가능한데 관에서 각종 지원금을 딱 끊었을 경우 유지될 수 있는 농가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나 단체에 그걸 못 주겠다고 하면 압력이 엄청난 것"이라며 "작목반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도 정보 교환 외에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농산물 유통용) 박스 지원, 마늘 끈(마늘 대를 묶어 이동 및 보관이 용이하게 묶는 끈) 지원이라도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하다"며 이런 지원들이 관의 정책에 농민이 순응하게 만드는 압박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의성군은 찬성 투표를 위해 주민과 공무원에게 포상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18개 읍면별 주민투표 투표율과 찬성률에 따라 상위 3개 그룹에 각각 50·40·30억 원을 차등 지원하고 하위 3개 읍·면은 제외하기로 했다. 읍⋅면사무소 공무원에게는 해외연수 비용 20억 원을 걸기도 했다. 의성군이 군 행정 시스템에 올린 해당 계획안은 <한겨레> 등에 보도돼 비난을 받자 철회됐다.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 조은숙 주무관은 지난 1월 20일 관련 사항을 대구지방검찰청 의성지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신청도 안 했는데 날아온 거소투표 용지 
 

통합신공항 예정 부지 통합신공항 활주로 예정지 조감도에 따르면 도암1리는 비행기 이륙방향의 맨 끝 지점에 해당한다. 공항이 건설되면 사진 속 마을과 야산도 활주로로 바뀌게 된다. ⓒ 이민호

부산에 거주하는 김형욱(54·제조업)씨는 의성군의 한 이장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김씨의 어머니가 신청한 거소투표 용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거소자 투표는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당사자가 신청해야 하는데, 김씨는 신청한 적이 없는 어머니의 투표용지를 배달받았다고 한다. 김씨의 어머니는 의성군 금성면에 거주지가 있고, 주소도 의성에 있으나 몸이 좋지 않아 4년 전부터 아들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의성군 선관위는 지난 1월 21일 이장 B씨와 C씨를 거소투표신고서 허위 작성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 의성지청에 고발했다. 두 사람은 거소투표 신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주민 12명의 거소투표신고서를 허위로 작성 신고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 모친의 사례도 누군가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소투표신고서가 작성된 사례로 의심할 수 있다. 

의성·군위군 양쪽 모두 이번 주민투표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거소투표 신고를 받았다. 취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투표 결과에 따르면 거소투표자 신고인은 5216명이었으며 그 가운데 실제 투표수는 4576장이었다. 신고인 수는 투표인 수(4만 8434명) 대비 10.7%에 달한다.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205명,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 156명에 비하면 약 25~33배까지 늘어난 수치다.

거소투표 미발송 건수도 217건에 달했다. '미발송'은 허위로 신고했거나, 투표자 본인 의사에 따라 신청되지 않은 게 밝혀져 해당 선관위에서 거소투표용지를 발송하지 않은 경우다. 군위군의 경우도 거소투표 신고인 수가 1288명으로 투표인 수(2만2180명) 대비 5.81%였다. 거소투표가 미심쩍은 경위로 대량 신청되고, 찬성률 높이기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영기 의성군 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40)은 "본인이 신고를 안 했는데 (거소투표 신고 인명부에) 오를 수는 없다"며 "기간 시설에 계신 분은 출장 조사를 하고, 필체가 비슷하거나 그런 경우 전화로 연락을 드린다. 이번에도 저희뿐만 아니라 지원 인력을 받아서 연락을 많이 돌렸는데, 전화를 안 받고 전화번호를 안 쓴 경우 저희도 연락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정윤재 의성군 주무관(총무과)은 "관외 거주자들이 사전투표제도로 부재자신고 없이 전국에서 선거가 가능한 대선이나 지방선거와 달리, 주민투표는 거소투표로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누구를 위한 주민 투표였나 

2016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구 K-2 군 공항과 대구국제공항의 이전이 결정된 후 국방부는 예비이전후보지를 찾으면서 지자체와 협의에 나섰다. 김주수 의성군수가 국방부 군공항이전 사업단의 예비후보지 조사용역 결과를 들은 뒤 군 의회, 이장협의회 회장단, 농업인 단체 등과 잇달아 간담회를 열었을 때 농업인 단체 대표 20여 명 중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반대했다. 

신광진 회장은 "(공항이 건설되면) 의성은 농업 군으로 엄청난 손실이 예상되니 주민 의견을 반영하자고 주장했다"며 "김 군수는 여러 의견을 듣겠다면서도 자치단체장인 자신의 판단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라고 회고했다. 김 군수는 결국 의견서를 국방부에 제출했고, 국방부는 예비 이전 후보지를 발표했다.

김주수 군수는 민선 7기(2018년 7월 2일~2022년 6월 30일) 공약 가운데 신성장 동력 사업의 첫 번째로 공항 유치 및 주변지역 개발사업을 꼽았다. 이후 의성군은 통합신공항의성군유치위원회를 만들고 군·권역·읍·면·리 마다 422개 위원회를 꾸려 홍보 활동에 나섰다. 취재팀이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의성군은 <대구신문>과 <경북도민일보> 등 9개 매체 지면 광고에 4290만 원을 쓰기도 했다.  

의성군의 신공항 유치 홍보와 투표 운동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군청이 주도하는 하향식으로 이뤄졌다. 반대 단체와 활동가들은 여러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허울뿐인 반대 단체가 난립하면서 실질적 반대 의사를 가진 주민들은 주민투표 제도를 통한 공식 반대 토론회에 나가거나 공보를 낼 기회도 잃었다. 이 때문에 의성의 미래를 바꾸는 대규모 사업 유치에 대한 정보를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검증할 기회를 놓쳤다. 

주민의 의사가 왜곡되면서 지역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주민투표법 등 관련 제도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김원율 주무관은 "공직선거법은 출석 요구권이나 자료 제출권으로 (조사 대상자를) 강제할 수 있는데, 주민투표법은 아예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의 동행, 임의 조사를 해야 되는데, 조사권이 (공직선거법에 비해) 상당히 축소되어 있다"며 "실제 주민투표 때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처럼 선관위의 출석 요구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강제성을 주민투표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주민투표를 관리하는 선관위 위원 및 직원에게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조사권 등 실효성 있는 단속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민호, 민하린, 박대호, 최혁규가 작성했습니다.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운영하는 비영리언론 '단비뉴스'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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