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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슨 일 생기면..." 언니는 죽음을 직감했다

'용인 데이트 폭력 살인 사건' 2심 재판 탄원 참여 호소글 올라 와

등록 2020.06.22 20:12수정 2020.06.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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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일러스트 ⓒ 박정훈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2년 6개월 실형을 살았고, 이번엔 저희 언니를 살해했습니다. 피의자가 가벼운 형을 받아 출소하여 나온다면 제 3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18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2019년 8월 용인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 살인사건 피해자의 동생이라 밝힌 글쓴이는 "다시는 데이트 폭력으로 여자가 죽지 않도록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피의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용인 데이트 폭력 살인 사건, 위치추적기까지...

글에서 밝힌 '용인 데이트 폭력 살인 사건'은 지난 2일 피의자가 22년형을 받은 사건이다. 앞서 수원지법 형사 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아무개(30)씨에게 징역 22년에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바 있다. 

안씨는 지난 해 8월 6일 전 여자친구인 A씨가 사는 용인시의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흉기로 A씨를 찔러 살해했다. 안씨는 2년 가까이 사귀던 A씨가 안씨의 폭력성과 여자 관계 등을 이유로 이별을 통보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범행 직전인 8월 2일 A씨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했고, 집 앞에서 A씨를 기다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과거 연인을 상대로 한 것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잔인하다"라며 "피고인은 이전에도 헤어진 여자친구들을 상대로 계속 만나 달라고 요구하며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거나 협박·감금하는 등 범죄를 저질러 두 차례 실형을 받은 적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안씨는 2013년 서울 삼성동에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2년 6월형을 받아 만기출소한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에 따르면 검사와 피의자 측이 쌍방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될 예정이다. 글쓴이는 "더 많은 탄원이 필요하다"면서 탄원서 링크를 함께 공개한 상태다. 

살해 당하기 일주일 전, 언니가 남긴 비밀번호

사건의 전조는 몇 달전부터 이어져왔다. 

2019년 7월 9일, 경찰은 A씨 차량 백미러를 부순 혐의로 안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9년 7월 21일 새벽에 A씨를 협박한 혐의로 경찰 조사 중에 있었다. 2018년 안씨는 A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피해자 동생이라고 밝힌 이는 글에서 "저희 언니는 피의자에게 벗어나기 위해 여러 기관에 요청을 했다,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도 신청하고 가까운 지인들이 여러 번 경찰에 신고하는 등 도움을 요청했지만 당장 변하는 일은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글에서 함께 소개한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사건 발생 석 달 전부터 피해자는 두려움에 떨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5월 1일 피해자는 카카오톡을 통해 "헤어지자고 그랬는데 (피의자 안씨가) 안 놔줘"라고 말했고, 그 다음 날에는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거나 그럴까봐 너무 무서워, 니가 감히 날 버려?하고 난리 치면..."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글쓴이는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2019년 7월 30일에는 은행 계좌 비밀번호와 휴대폰 비밀번호를 카카오톡에 남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진짜 너무 힘들어, 안 놔줘 아직도... 자꾸 나타나 만날 불안하고 오늘도 찾아왔어... 나 무슨 일 생기면 위에 보낸 비밀번호 등 다 잘 챙겨, OO(아이 이름)랑 엄마 잘 좀... (내가) 걔 손에 죽을 거 같아."

이와 함께 글쓴이는 "언니는 혼자 4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28살 엄마였다, 제 조카(피해자의 자녀)는 이제 고작 5살입니다, 아직도 '엄마는 언제 오냐'며 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립니다, 조카에게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어서 마음이 찢어질 듯하다"라며 "저와 저희 가족은 하루하루 지옥 속에 사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피해자 동생이라 밝힌 글쓴이는 네이트판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건 경위를 담은 글을 올리며, 사건 발생 일주일 전 언니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도 함께 첨부했다. ⓒ 피해자 동생

 
#데이트 폭력 #위치추적 #스토킹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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