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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대법원장도 제동... 미국의 문제적 낙태금지법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에도 낙태 금지 적용해 논란, 백악관은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 반발

등록 2020.06.30 09:38수정 2020.06.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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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의 낙태 금지법 제동 판결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 제한법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대법원은 루이지애나주가  만든 낙태 금지법이 낙태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5대 4로 판결했다.

미국은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사건' 판결을 계기로 임신 6개월까지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지역이 반발했고, 이 가운데 루이지애나주는 2014년 공화당 주도로 강력한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루이지애나주는 태아의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무렵부터 낙태를 금지해 사실상 원천 봉쇄했다.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도 적용되며, 임신 여성의 생명에 위독할 때만 예외로 인정한다.

이를 어기고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대 징역 2년형에 처할 수 있고, 의사 면허도 박탈하도록 했다. 또한 30마일(약 48㎞) 내에 2곳 이상의 낙태 진료 시설을 두지 못하도록 하자 낙태 옹호론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루이지애나의 낙태 금지법은 낙태 시술 의사의 수와 지리적 분포를 급격히 줄여 많은 여성이 주 내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016년에도 낙태 시술을 하는 병원의 규정을 까다롭게 만든 텍사스주의 법이 여성의 낙태 권리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루이지애나주 낙태 금지법에 대한 판결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진보 성향 대법관들의 편으로 돌아서면서 내려졌다.  

트럼프 측 "보수 성향 대법관 임명한 트럼프, 연임해야"

앞서 로버츠 대법원장은 직장 내 성소수자(LGBT) 차별 금지를 찬성하고,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제도((DACA·다카) 폐지에 반대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반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별도의 의견을 내고 "나는 루이지애나 낙태 금지법을 위헌으로 본 것이 아니라, 기존 대법 판례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보수 성향 대법관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를 임명하며 5대 4로 보수 우위의 대법원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로버츠 대법원장의 '변심'으로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백악관은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며 "임신한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모두 평가절하했다"라고 비난했다. 또한 "선출직이 아닌 대법관들이 자신의 정책 선호에 따라 (낙태와 관련한) 주 정부의 자주적 결정권을 침해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알리 파르도는 "이번 낙태 관련 판결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연임해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최근 대법원의 결정이 보여준 이념적 성향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대법원 #낙태 #존 로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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