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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처리업체 악취 진동하는데 영업은 '적법', 왜?

6년째 이어지는 충남 서산시 수석동 일대 악취 민원

등록 2020.07.23 16:58수정 2020.07.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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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수석동에 있는 한 폐기물 처리업체. 인근 주민은 이 업체에서 나오는 악취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지유석

 
최근 서산시청은 한 쓰레기폐기물처리업체와 소송에서 패소했다. 게다가 서산시청 측은 항소를 포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러자 처리업체 인근 주민은 반발하고 나섰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8일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서산시청이 A 폐기물처리업체에 내린 '폐기물처리업 변경허가 불허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존시설 변경시설과 같은 악취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악취에 관하여 악취방지법 등 관련법령에서 정한 허용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배출을 허용하고 있는 점, 폐기물처리시설의 사회적·환경적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막연히 악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만을 들어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또는 변경을 불허가할 수는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 업체는 주민 민원으로 2017년 6월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민원의 핵심은 '악취'였다. 기자는 재판을 하루 앞둔 7일 업체가 위치한 서산시 수석동 일대를 찾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영업장 인근에서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는 ㄱ씨는 평소에는 악취가 심할 때가 더 많다고 했다. ㄱ씨가 운영하는 정비업소는 A 업체와 담을 맞대고 있다. 그래서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인근 사업장 업주, 주민들과 함께 서산시청에 진정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편 A 업체는 영업을 재개하고자 2018년 11월 영업대상을 기존 분진·석탄재·연탄재·유기성오니(하천이나 호수 바닥의 퇴적된 오염된 흙)류·무기성오니류 등에서 하수처리 오니·부원료톱밥 등으로 변경해 폐기물처리업 변경허가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산시청은 업체 운영으로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허 처분했다. 업체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마침내 승소판결을 받은 것이다. 


재판결과를 지켜본 ㄱ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ㄱ씨의 허탈감은 당장의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6년째 이어지는 '악취' 민원
 

충남 서산시 수석동에서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나오는 악취로 인해 고통을 느껴 서산시청, 검찰, 감사원 등에 적절한 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적법'이었다. ⓒ 지유석

ㄱ씨의 악취 민원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서산시청은 이 업체에 영업허가를 내줬다. 당시는 H 산업개발이었는데, 2016년 소유주가 현 A 업체로 바뀐 것이다. H 산업개발이 영업에 들어가면서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인근 지역 주민들도 악취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때부터 ㄱ씨는 서산시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산시 측은 민원을 접수해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악취 측정 6회, 지도점검을 통해 개선권고 2회, 과태료 부과·영업정지 2회 등의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에도 근본원인인 악취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ㄱ씨는 H 산업개발이 영업 개시 시점인 2014년 5월부터 유기성오니 등 폐기물을 매립해 악취가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ㄱ씨는 폐기물을 매립하는 장면을 사진을 찍어 2018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2019년엔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 내사를 각각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적법'이었다. 먼저 감사원은 2019년 5월 "성토 장소와 반출업체에서 3차례에 걸쳐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폐기물관리법 상 지정폐기물이 아닌 재활용해 사용할 수 있는 성토재로 확인됐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의 판단도 비슷했다. "당시 재활용 업체에서 생산된 성토재를 사용해 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검찰 결론이었다. 

ㄱ씨의 바람은 간단하다. 폐기물처리업체의 영업허가를 취소하고, 국가기관이 나서서 현장을 검증해 악취의 원인일지도 모를 폐기물 매립 여부를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런 바람을 실현하고자 ㄱ씨는 서산시청, 감사원, 검찰, 법원 등에 호소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ㄱ씨의 바람과 달랐다. 특히 검찰은 ㄱ씨의 바람을 외면했다. 소송을 담당했던 서산시청 환경과는 시한인 23일을 앞두고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ㅅ과장은 2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과도 악취 민원으로 업무부담이 커서 항소 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국가나 지자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 또는 행정소송은 검사가 지휘하는데, 담당 검사가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ㄱ씨는 서산시청, 검찰 등 관련 기관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ㄱ씨는 "6년간 민원을 제기해 왔지만, 업무 담당자가 현장을 찾은 적은 별로 없었다. 검찰은 어떻게 사유지를 파헤치냐고 되물었고, 서산시청은 시장 등 관계자들이 면담도 피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주민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일단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검찰의 항소포기 이유를 알아내려 한다. 고통의 원인이 사라질 때까지 모든 방법을 고민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시청 #유기성오니 #폐기물처리업체 #악취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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