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음식은 한 편의 시와 같다

[서평] 권호영의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등록 2020.08.09 17:20수정 2020.08.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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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 책 표지 ⓒ 우진아

 
조지아? 미국 조지아를 말하는 건가? 사실 난 조지아가 어떤 나라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브런치 에린 작가의 글에서 간간이 조지아 여행기를 보고 '멋진 곳인데?'라고 스쳐 지나가듯 생각만 했을 뿐이다.

책이 출판되고 내 손에 들어온 책을 읽게 되면서 조지아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조지아는 흑해와 러시아 사이에 위치하는, 한때 러시아 영토였던 곳으로 러시아에서 독립한 나라이다. 약소국으로 침략당한 역사를 지니고 있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한 편의 시와 같은 조지아의 음식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조지아, 대체 그 나라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까지 나올 수 있게 되었을까' 궁금해하며 첫 장을 펼쳤다.
 
스위스 사람들이 산을 감상하러 오고,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 마시러 오는 곳,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러 오고,
스페인 사람들이 춤을 보러 온다는 곳.

프롤로그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스페인을 제외한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모든 나라를 합한 곳과 같은 곳이 조지아라고 하니 한층 빠져들 수밖에.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시간적 여유가 넉넉히 주어진다면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점차 굳어졌다.
조지아의 음식은 한 편의 시와 같다. - 본문 106쪽

작가와 함께 조지아를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 말, 개, 고양이의 여유와 와인의 본고장에서 시음하는 오래 묵은 와인, 푸근한 조지아 사람들, 웅장한 산의 모습, 반짝이는 호수, 오래된 교회, 멋스러운 카페, 한 편의 시 같다는 조지아의 음식까지... 모든 것이 글자로 생생하게 묘사돼 있어 더욱 실감 나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 여기, 내가 마치 조지아에 와있는 것처럼.

카즈벡 산

조지아를 가보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카즈벡 산' 때문이다. 해외여행 시 미술관, 박물관, 역사 유적지를 돌아다닌 나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배경지'는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인간에게 불을 훔쳐준 죄로 제우스로부터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 그 프로메테우스가 결박된 산이 바로 조지아의 '카즈벡 산'이라고 한다. 사진으로 보니 정말 스위스의 융프라우 가는 길목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가히 올림포스 신들이 드나들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만 송이 장미' 노래의 배경이 된 조지아의 작은 마을 '시그나기'도 가보고 싶다. 이 책을 읽다 말고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흥얼거려 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흔한 창밖 풍경들도 여행 첫날 아침에는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 본문 18쪽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아닐까 싶다. 여행지 숙소에서 보는 한국과 다른 플러그 소켓, 이정표, 좌우가 뒤바뀐 운전석 등 이 모든 것이 새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숙소의 색다름, 아름다운 대자연들은 또 어떻고...

그럼에도 나는 이 여행기를 보면서 '여행이란 결국 다름 사이에서 보편적 공통성을 발견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생김새도, 주변 환경도, 문화도, 생활방식도 다르지만, 그 안에는 은밀하게 숨어있는 인류 보편적인 공통성이 있다.

로마 스페인 계단 앞에서 만난 꽃을 주고 흥정하는 아저씨와 오버랩되는 노래 아저씨 이야기를 보면서도 느꼈고, 여행 중 버스나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도 그렇게 느꼈다. 비록 버스나 열차 상태는 다를지 모르지만, 플리마켓에서 손수 제작한 팔찌나 반지, 그림을 파는 예술가들 또한 어느 여행지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정겨운 사람들이다.

작가는 여행 갈 때마다 그 나라의 언어로 된 <어린 왕자> 책을 산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린 왕자의 본 고장 프랑스에 갔을 때도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전 세계의 여러 언어로 번역된 <어린 왕자>를 조지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바로 여행의 보편적 공통성 아닐까? 조지아 여행기는 이국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인류 역사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조지아 사람들의 그 여유로움을 꼭 만나고 싶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최고의 매력을 선사해 줄 조지아. 조지아만이 줄 수 있는 여행의 아름다움, 호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청아한 풍경, 조지아식 만두, 샐러드, 피자는 물론 한국의 BTS를 좋아한다는 어린 소녀까지.

에린 작가님, 감사합니다. (마들로바 გმადლობ)
덧붙이는 글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111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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