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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72년 만에 여순사건 첫 조사... "이왕 할 거 제대로 해야"

[스팟인터뷰]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

등록 2020.08.10 18:05수정 2020.08.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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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당시 ⓒ 진실위 자료사진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1948년 여순사건 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전라남도가 주체가 돼 피해 실태 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이 한 말이다.

이 소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순사건 피해 유족들은 '레드콤플렉스'에 의해 트라우마가 짙게 깔린 분들"이라면서 "주민들의 신고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이번 조사가 12월에 재출범하는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의 제대로 된 기초자료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2명은 지난 7월 28일 '여수 순천 10.19사건 피해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서 여순사건은 "14연대가 제주4.3 진압을 거부한 1948년 10월 19일부터 지리산 입산금지를 해제한 1955년 4월 1일까지 여수·순천을 비롯해 전남·북, 경남·북, 대구 등에서 발생한 충돌과 진압 때 민간인 다수가 희생된 당한 사건"으로 정의됐다.

국회 행보에 맞춰 전라남도가 움직였다. 전라남도는 9일 입장문을 통해 "'오는 11월까지 여수 순천 10.19사건' 사망·실종 등 피해를 접수하고 유족의 증언을 수집하겠다"면서 "10일부터 도내 22개 시·군에 여순사건 피해 접수창구를 마련하도록 업무처리 지침을 시·군에 보냈다"라고 밝혔다. 

여순사건특별법안은 지난 16대 국회부터 18대, 19대, 20대 국회까지 잇달아 발의됐으나 국방부와 보수정당 등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영일 소장이 몸담고 있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오랜 시간 여순사건을 연구해온 지역 단체다. 아래는 이 소장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12월 출범하는 진화위 조사에 유용한 기초자료될 것 기대"

- 72년 만에 처음으로 전라남도에서 실시하는 여순사건 피해조사,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지금 당장 여순사건특별법이 통과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오는 12월 재출범하는 진화위에서도 여순사건을 다룰 수밖에 없다. 이번 전라남도의 실태조사는 진화위 조사에 앞서 이뤄지는 사전작업으로 봐야 한다. 전라남도가 실태조사가 2기 진화위 조사에 유용한 참고자료가 돼야 한다. 지금으로선 그 자체로 유의미한 일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라남도의 조사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평가를 했다. 
"피해조사에서 시정해야 할 두 가지 사안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기의 문제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특별법안에는 (조사기간이) 지리산 금족령 해제 시점인 1955년 4월 1일까지로 돼 있다. 그런데 이번 전남도에서 조사하는 건 1950년 9월 28일 서울수복 때까지만 명시됐다. 시기부터 다르다. 시정돼야 한다. 

두 번째는 이왕 할 바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여순사건 피해 유족들은 지금껏 '레드콤플렉스'에 의해 트라우마가 짙게 깔린 분들이다. 자신감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각종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야 한다. 전남도지사와 기초단체장도 함께 움직이면서 도민들이 안심하게 해줘야 한다. '이번 조사가 마지막이니 꼭 해야 한다'라는 말도 강조해야 한다. 그래야 미뤄왔던 주민들의 신고가 이어질 수 있다. 절대 요식에 그쳐선 안된다. 이왕 하는 거 2기 진화위 출범 때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게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첫날 접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남도에 직접 확인한 결과, 여순사건 담당자는 주민 접수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수해지역 피해복구'를 이유로 자리에 없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아쉽다"면서 "수해복구를 마치고 전남도가 더욱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여달라"라고 당부했다.

"제주4.3 진압 거부한 여순항쟁도 같은 측면으로 평가해야"
  

여순사건 당시 ⓒ 진실위 자료사진

- 민간인 학살이 다수 발생한 여순사건을 여순항쟁으로 불려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제대로 된 이름을 부르기 위해선 제대로 된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가 공식적으로 민간인 학살과 관련돼 '국가폭력이 있었다'고 고백하는 보고서가 먼저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이 사건이 이렇게 진행된 것이구나'라는 인정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고 나서 정명작업이 이뤄지는 거다. 지금 당장은 여순항쟁이라는 이름으로 특별법 통과는 만무하다."

- 소장님은 '여순항쟁'으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 아닌가?
"우리나라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이미 '항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에 의해 항쟁이라고 이름 붙여진 건 부마항쟁뿐이다. 진화위와 전남도 조사 등을 통해 우리는 여순사건의 완결적 형태를 보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다음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국가폭력을 인정하는 보고서가 우선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의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여순반란'이라 잘못된 이름으로 불렸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거다."

- 왜 여순항쟁인가?
"다시 생각해보자. 여순사건이 과연 반란인지. 당시 14연대는 제주4.3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거다. 제주4.3이 역사적으로 잘못된 일이었다면 상부 명령에 불복한 14연대의 행보는 반란이 맞다. 하지만 우리 역사는 제주4.3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진압 자체를 잘못된 일로 평가하고 있다. 제주4.3 진압을 거부한 여순항쟁도 같은 측면으로 평가해야 한다."

-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국군에 만주군과 일본군 출신이 득세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당시 진압군 간부들은 백선엽과 김백일 등 만주군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당시 장교들의 85% 이상이 만주 관동군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 여순사건 이후 학교는 학도호국단을 만들고, 반정부적인 교사를 축출했다. 군대에서는 만주군 출신들이 지도부를 장악했다. 헌법보다 더 큰 위력을 행사한 국가보안법도 이때 생겨났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면서 제주4.3의 연장선에서 여순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빨갱이'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국가폭력과 연계된 부분이다. 국가폭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나오는 논리다. 당시의 상황을 놓치지 말자. 계엄법이 없는 상황에서 계엄령을 발동해 적용했다. 사건은 1948년 10월 19일인데, 계엄령은 1949년 11월 24일이다. 법이 없는 불법인 상태에서 국가폭력이 자행됐다. 두 번째는 민간인에게 군형법이 적용됐다. 결국 계엄령은 무법이었고 군형법 적용은 불법이었다. 또 법치국가에서 3심제는 당연한 것인데 당시엔 민간인을 대상으로 단심 재판을 했다. 이 모든 것이 불법적인 국가폭력이었다."

- 끝으로 여순사건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이번에 여수와 순천 등 전남동부지역 국회의원들이 합심해서 공동발의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놓쳐선 안 되는 사실은 지난 16대부터 20대 국회까지 특별법이 계속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다.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상임위인 행안위부터 통과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부터 집중하자."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여순사건특별법안'에는 ▲ 국무총리 소속의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설치 ▲ 여수·순천 10.19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평화 등 인권교육 실시 ▲ 희생자 및 유족의 복지 증진 및 법률지원 사업 지원 ▲ 치료와 간호가 필요한 희생자 또는 유족에게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 지급 ▲ 여순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배제 등이 담겼다.

법이 통과될 경우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를 만들어 3년 동안 활동한 뒤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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