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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해군기지와 함께 마을은 빠르게 변했다

[강정평화센터 새로짓기 ②] 여전히 우리는 산다

등록 2020.08.20 10:01수정 2020.08.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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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강정마을 평화운동의 상징이었던 강정 평화센터가 안타깝게도 사라졌습니다. 지난 10년 강정 평화센터의 기억들 그리고 평화센터를 새로 지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기자말]
 

2011년 12월, 제주해군기지 반대 촛불문화제에 모인 주민과 연대자들이 강정마을 사거리를 가득 채웠다 ⓒ 이길훈

  
평화센터가 있던 자리는 2011년 9월 구럼비로 가는 길목이 경찰 공권력에 의해 막히고 난 뒤, 매일 같이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해군기지 반대 촛불 문화제를 이어온 곳이다.

구럼비 발파 후 2012년 4월 고 권술용 생명평화결사 단장의 제안으로 강정마을회, 제주 범대위, 전국대책회의, 천주교 연대 등은 힘을 합쳐 같은 해 5월 평화센터를 지었다.
  
투쟁 초기, 평화센터에서는 매일 해군기지 반대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또 강정마을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첫 번째로 거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 주민들을 만났고 연대하러 온 사람들의 발언과 공연도 들을 수 있었다. 비민주적으로 진행된 제주해군기지 유치 과정을 듣고 투쟁의 시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평화센터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을 거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간 때문에 공간을 방치하거나 포기할 수 없었다.

평화센터를 잘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마음을 모아 2018년 5월 '피스아일랜드'로 리뉴얼했다. 카페와 전시 공간인 스페이스산호, 평화 굿즈가 있는 따개비 샵, 중고 물품을 파는 말똥게 가게, 아카이브 공간 등으로 운영됐다. 회의하기 위해 모이기도 했고 소심장, 합창 연습, 영화제, 기타교실, 평화컨퍼런스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한여름 에어컨을 쐬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훌륭한 장소였다.

지난 5월 중순, 이틀에 걸쳐 평화센터에 있던 모든 짐을 옮겼다. 그로부터 두 달 후 평화센터는 철거됐다. 철거는 빠르고 쉬웠다. 철거 직전까지 두 달 동안 평화센터는 텅 빈 채 방치되었다. 한동안 사라진 공간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었다. 언젠가부터 마을 곳곳이 빠르게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에 섭섭해하거나 아쉬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었다.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발파 이후 오랫동안 함께 싸웠던 친구들의 집이 사라지거나 팔리거나 헐리는 시간은 해군기지 준공 이후 가속화되었다. 오랫동안 함께 싸우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이동과 헤어짐은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곳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모든 변화에 무덤덤해지는 편이 좋았다. 그래야 또다시 현장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밀양X강정 우리는 산다' 전시 진행
  

밀양X강정 우리는 산다 전시 웹포스터 ⓒ 밀양X강정 전시팀

  
강정평화센터 철거 준비와 동시에 밀양과 강정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밀양과 강정, 두 곳의 운동 역사와 기억을 배치하면서 각각의 싸움에서 큰 의미를 지녔던 천막농성장과 평화센터를 재현한 토대 위에 이야기를 얹었다.

7월 25일부터 8월 30일까지 강정평화상단 협동조합 선과장에서는 '밀양X강정 우리는 산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해군기지 준공 이후 여전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동시에 평화센터 재현을 통해 시야에서 사라진 강정 평화센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새로 짓는 평화센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소한 일상이 소중해졌다. 더욱이 평화센터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쉬이 모일 수 있는 곳이 사라졌다.

새로 짓는 평화센터가 첫째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기억들과 평화 활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둘째 강정에 사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중심 공간이 되기를, 셋째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기를, 넷째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정 평화센터, 피스 아일랜드 ⓒ 양상호

  
텀블벅 오픈 이틀 만에 강정 평화센터 재건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정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끝이 있기에 다시 시작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평화센터를 짓고 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강정마을에 들러주기를, 와서 함께 일상의 시간을 보내고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강정 평화센터 새로짓기' 텀블벅 프로젝트 밀어주기: https://www.tumblbug.com/gangjung_peace_center

[기획/ 강정평화센터 새로짓기]
① 2020년, 강정마을 평화센터가 사라졌습니다 http://omn.kr/1ol44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혜영은 강정친구들 사무국장, 강정평화네트워크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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