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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가이드, 정부의 여행업 지원에도 왜 소외되나

[가이드 9명 심층인터뷰 ②] 1000여 명 모여 '세계 가이드 연합' 준비, 위기가 기회될까

등록 2020.08.27 12:42수정 2020.08.2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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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이 막혀버린 코로나19 시대에 우리의 해외여행을 도왔던 가이드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가이드 4명, 현지에 머물고 있는 가이드 5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행업 최전선에서 직격탄을 맞은, 안그래도 갑을병정 중 '정'이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전한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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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여행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윤상진씨가 코로나19 이후 현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타임스퀘어 광장 곳곳에 펜스가 설치돼 있다. ⓒ 윤상진

 
※ 이전 기사 : [가이드 9명 심층인터뷰 ①] "스스로 목숨을..." 코로나19 시대 '여행가이드'의 삶

앞선 기사에서 소개했듯, 코로나19 이후 해외 여행가이드들의 삶은 완전히 무너져 있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생계유지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한국에 돌아와 막노동,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선 경우는 예삿일이고, 구직은 물론 한국에 들어오기조차 어려운 열악한 지역의 가이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재난 상황에서 이들이 더 빨리, 더 직접적으로 위기에 노출되는 까닭은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대표되는 한국 여행업계의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관련 기사 : '29만9000원 여행'에 담긴 노동착취 http://omn.kr/nsna). 항공사-여행사-가이드로 이어지는 갑을 관계는 현장에서 여행객과 마주하는 가이드를 '책임은 무겁고 대우는 열악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든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항공사는 여행사에 성수기·비수기 구분 없이 대량으로 항공권을 판매한다. 여행사 입장에선 항공권 확보가 곧 경쟁력이므로 이를 마다하기 어렵다. 이득을 내야 하는 여행사는 항공권보다 조금 더 가격을 붙여 저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여행사의 역할은 여행객을 현지에 보내면서 끝난다. 가이드들은 이를 '던지기'라고 표현한다. 이후 숙박, 식사 등 현지에서의 비용은 가이드가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동남아 기준 여행객 1인당 200달러의 손해가 발생한다. 그러니 가이드들은 쇼핑, 공연, 이벤트 등 커미션이 생기는 이른바 '옵션'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가이드들은 이를 '메꾸기'라고 한다. 때문에 당연히 여행의 질은 저하되고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는 여행객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대만에서 일하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송문규(42, 남)씨는 "(이런 구조 때문에) 많은 여행객 분들이 가이드를 '우릴 뽑아먹으려는 사람'으로 생각하신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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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여행가이드로 일해 온 정주애씨가 코로나19 이전 한창 활동할 때의 모습. ⓒ 정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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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인 지난 6월 한국으로 돌아온 최병욱씨가 태국 파타야에서 여행가이드로 활동하던 때의 모습. ⓒ 최병욱


이렇듯 열악한 구조에 처해 있음에도 가이드들은 쉽사리 불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여행사가 사실상 여행팀의 배분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에 밉보이는 순간 일을 받을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2015년 최초로 해외 여행가이드 노조가 만들어졌지만, 이후 여행팀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태국에서 가이드로 활동한 이상원(54, 남)씨는 1년 전 가족들을 남겨둔 채 베트남으로 이동했는데 그 까닭을 "노조 경력이 있어 일을 받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코로나19로 태국-베트남 국경이 막히며 지난 1월 이후 7개월 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여행사에는 세금 지원... 하지만 가이드는 속수무책

이처럼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는 가이드들은 코로나19 같은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그나마 항공사, 여행사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가이드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4개 업종(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항공사, 여행사 등은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엔 오는 9월까지이던 지원 일정을 내년(2021년) 3월로 연장했다.

미국 뉴욕에서 가이드 일을 해온 윤상진(58, 남)씨는 "여행업 최일선에 있는 가이드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항공사, 여행사 등에 구조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여행객을 맞이하는 가이드들은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여행객을 보내며 돈을 벌던 대형 여행사도 자신들의 여행객을 받던 가이드들을 챙겨주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자금력도, 조직력도 없는 가이드들은 여행업의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항상 논의에서 제외돼 있다"면서 "정부도, 여행사도 거들떠보지 않는 가이드들이 여행업에서 어떤 존재로 여겨지는지 여실히 느끼는 요즘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는 박광(53, 남)씨도 "갑의 위치에 있는 항공사, 여행사는 세금 들여 도움을 받는데 우린 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K-방역'에 희망을 품고 있던 가이드들은 최근 한국에 불어 닥친 재확산 분위기에 또 한 번 절망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심명호(51)씨는 "최근 몇 달간 한국의 방역 시스템이 모범 사례로 소개되며 전보다 국가 위상이 훨씬 더 올라간 게 사실"이라며 "의료진과 국민들이 몇 달째 고생한 상황에서 일부의 무책임한 행동은 화를 불러일으켰다. 저도 개신교지만 그 죄를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조지아 트빌리시에 살며 주로 코카서스 3국(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관광을 맡았던 박철호(58, 남)씨도 "저를 비롯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이들이 매우 많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울분이 터져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자구책

이런 상황에서 자구책을 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가이드로 일하며 현재 캄보디아시엠립한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우석(55, 남)씨는 가이드는 물론 재외동포 및 그 가족을 위한 '함께라면'이라는 이름의 자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재외동포는 약 749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재외국민(영주권자·일반체류자·유학생)은 약 258만 명, 외국국적 동포(시민권자)는 약 480만 명이다.

"재외동포는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도 아니었습니다. 일부 선진국에 있는 재외동포는 그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훨씬 많습니다. 고국 한국에서도, 살고 있는 현지에서도 우리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면 되겠습니까. 자체적인 모금을 통해 재외동포 분들에게 쌀, 라면, 고추장, 된장 등을 나눠줬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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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엠립에서 가이드로 일하며 현재 캄보디아시엠립한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우석씨는 코로나19 이후 한인회 차원에서 재외동포 및 그 가족을 지원하는 '함께라면'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속 구호 물품을 받고 있는 이들은 남편 또는 아버지가 한국인인 다문화가정 아내 또는 아이들이다. ⓒ 박우석

  
몇몇 여행 플랫폼에선 '랜선투어'를 기획해 가이드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가이드가 화상회의 앱을 통해 현지 여행지의 사진·영상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가는 방식인데, 1만 원가량 돈을 내면 이 랜선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가 이미 국내여행으로 방향을 튼 상황에서 일종의 이벤트 성격이 강하고, 진입 장벽이 높은 데 반해 참여도는 낮은 편이라 호응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이상원씨는 "에어비앤비와 마이리얼트립에 랜선투어 상품을 기획해 올린 적이 있는데 실제 구매까지 연결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몇몇 가이드가 만든 유튜브 채널 또한 흥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박철호씨는 "이런 시국에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고 '유튜브라도 해볼까' 별 생각을 다해봤다"라며 "하지만 여행 콘텐츠의 경우 질 좋은 영상이 많기 때문에 잘 찍고, 잘 편집해야 그나마 사람들이 '볼 만하다'고 느낀다. 편집 프로그램을 사서 연습도 해봤는데 나이 먹고 지금에서야 배우려니 쉽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태국 파타야에 있다가 6월 한국으로 돌아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최병욱(47, 남)씨는 "가이드를 비롯해 특히 동남아 국가의 재외동포의 경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긴급재난지원금 및 기타 지원 대상에 재외동포는 빠져 있었으며 각 나라별 한인회 및 기업의 구호도 한계에 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외동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정부든, 국회든 이야기라도 한 번 들어주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면서 "불법체류자 및 범죄 후 도피 중인 자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재외 동포를 상대로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고민해달라"라고 요청했다.

"가이드 쥐어짜는 구조, 저가 패키지 상품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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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여행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윤상진씨가 코로나19 이후 현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다. 식당의 실내 영업이 금지돼 외부에 천막과 식탁이 놓여 있는 모습. ⓒ 윤상진

 
한편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행업계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기존 불공정한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정주애(40대, 여)씨는 "이번을 계기로 한국 여행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며 "경쟁적이고 비현실적인 저가 상품 때문에 물고 물리는 악순환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탄하고 건실한 여행사가 살아남고 이들이 합당한 가격의 상품을 판매하며 소비자도 합당한 가격의 상품을 소비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우석씨는 "코로나19 이후 여행업의 패턴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수가 한 데 모여 움직이는 패키지 상품은 한동안 수요가 없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상원씨도 "가이드들도 여행 트렌드에 맞는 세분화된 상품을 준비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한국 여행업의 단점이 보완돼 가이드를 쥐어짜는 구조가 청산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가이드 조직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윤상진씨는 오는 9월 한국에 와서 사단법인 형태의 가칭 '세계 가이드 연합(Overseas Korean Tourguide Association)'을 등록할 계획이다.

윤씨는 "대형 여행사가 우리나라의 여행문화를 망쳤다고 생각한다. 대형 여행사가 마이너스 상태로 손님만 보내고 이를 현지 가이드가 쇼핑 등 옵션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안 좋은 여행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면서 "사비를 들여 술을 사주며 여행객의 비위를 맞추고 어떻게든 불평이 나오지 않도록 여행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던, 현지에서 총알받이 역할을 하는 가이드들이 모여 이번 기회에 여행문화를 바꿔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페이스북을 통해 1000여 명의 가이드가 모였는데 그중 700여 명이 (코로나19 발병 뒤인) 지난 3월 이후에 모인 사람들이다. 갑자기 어려워진 상황에 많은 가이드들이 의지할 곳을 찾는 모양새다"라면서 "세계 가이드 연합은 불합리한 여행 구조에 말 한 마디 내기 어려웠던 가이드들의 대변인이자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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