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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강진구 기자 중징계 확정... "징계무효소송 검토"

'미투, 그 후' 기획으로 '박재동 미투 반박 기사' 간접 비판... "피해자다움 강요"

등록 2020.09.01 13:48수정 2020.09.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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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운데)가 8월 12일 오전 회사 인사위원회에 앞서 열린 징계 반대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강 기자는 지난 7월 29일 경향신문에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를 올렸지만 '2차 가해'라는 지적을 받고 4시간 만에 삭제됐다. 강진구 기자 징계에 반대하는 언론인 학자 시민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2천여 명이 온라인 참여한 징계 반대 청원서를 경향신문에 제출했다. ⓒ 김시연

 
<경향신문>이 '박재동 미투 반박' 기사를 쓴 강진구 노동·탐사 전문기자(부장)에게 1개월 정직 중징계를 확정했다. 하지만 강 기자는 징계 결정이 부당하다며, 징계무효확인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정직 1개월 징계 확정... 징계 기간 SNS 활동도 '제한'

이 신문은 지난 8월 31일 오후 강 기자에게 보낸 징계 재심의 결과 통보서에서 "재심신청에 대해 논의한 결과 원심의 징계결과를 취소해야 할 증거나 사유가 없었고, 또한 귀하가 원심 징계취소를 요구할 뿐 징계수위의 경감은 원하지 않아 원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 기자는 9월 한 달간 업무가 중단된다. 아울러 회사는 "정직기간 중 SNS 활동 등으로 인해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할 경우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강 기자는 지난 7월 29일 박재동 화백 쪽에서 2년 전 미투 피해자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다룬 기사([단독] 박재동 화백 '치마 밑으로 손 넣은 사람에 또 주례 부탁하나' 미투 반박)를 인터넷판에 올렸으나, 4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이 신문 편집국장은 이 기사가 '성범죄 보도준칙'에 어긋나고 미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있다고 봤지만, 강 기자는 SNS 활동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기사 삭제 조치를 비판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 8월 14일 강 기자가 '성범죄 보도준칙' 위반 소지가 있는 기사를 데스킹(편집자 검토) 없이 올린 뒤 편집국장 명령을 따르지 않고 대외 활동으로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등 회사 인사규정을 어겼다며 정직 1개월 중징계를 결정했다.(관련 기사: 경향, '박재동 미투 반박 보도' 기자 '정직 1개월' 중징계 http://omn.kr/1om4m)

강 기자 "언론자유 침해"... 징계무효소송 검토

강진구 기자는 여전히 징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강 기자는 1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재심에서 편집국장의 기사 삭제 행위가 정당했는지 따졌지만, 징계위원들은 편집국장이 자기 권한을 가지고 기사를 삭제했으면 따라야 한다고 했다"면서 "편집국장은 성범죄 보도준칙에 따라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가는데도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사의 제목과 본문 내용에서 가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이 '성범죄보도준칙'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강 기자는 "편집국장이 당시 제목과 본문 표현을 바꾸겠다고 해서 동의했다"면서 "선정적 표현이 기사 수정 근거는 되겠지만, 기사 삭제 근거로 활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징계 기간 SNS 활동 제한에 대해서도 강 기자는 "기자윤리강령에 언론자유가 침해당했을 경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라고 돼 있다"면서 "나 개인뿐 아니라 언론 지형을 위해서도 기사를 삭제당하고 징계당한 상황을 묵과해선 안 된다고 보고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 기자는 "노동위원회 부당징계 구제절차를 밟을지, 법원에 바로 징계무효확인청구소송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법적 권리구제절차를 통해 사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미투, 그 후' 기획으로 '박재동 미투 반박 기사' 비판? "2년 전 낡은 상황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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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8월 27일 '미투 그 후 : 피해자·가해자·조력자의 세계' 기획기사 1편을 내보냈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실태를 비판했다. ⓒ 경향신문

 
강 기자는 지난 8월 10일 인사위를 앞두고 편집국 구성원들과 토론을 제안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이 신문은 재심이 열린 8월 27일 '미투, 그 후 : 피해자·가해자· 조력자의 세계'라는 기획 기사 1편을 3개 지면에 걸쳐 내보냈다.
  
안희정·박원순 사건 언론 보도를 분석했더니 가해자는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며 이해받는 반면, 피해자는 '피해자다움'을 강요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박재동 미투 사건'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언론계, 미술계, 학교 등 미투 피해자 5명의 사례도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 신문은 "성폭력 고발에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태도는 필요하다"면서도 "문제는 신중함이 피해자에 대한 성급한 의심으로 이어질 때 생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 사회는 피해자들의 다양한 얼굴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끔찍한 고통에 고개를 파묻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피해자. 이에 맞지 않는 모든 모습이 '신뢰할 수 없는 피해자'의 근거가 된다"고 따졌다.

이 기획에서 다룬 '피해자다움 강요' 문제는 '박재동 미투 반박 기사'에서 피해자를 겨냥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강 기자도 이번 기획이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후배들의 생각이 담긴 기사'로 받아들였다. 다만 강 기자는 "미투 피해자가 고발하는 순간 무고로 몰린다는 건 2년 전 낡은 상황 인식"이라면서 "이건 대화가 아니라 낡은 인식에 사로잡힌 선배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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