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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복을 위해 나의 행복을 희생하지 않겠습니다

억지로 행하는 선은 '위선'이다

등록 2020.09.03 17:27수정 2020.11.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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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의 기쁨과 평온을 위한 선행 ⓒ pixabay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어서 누구나 잘하고 있지만, 이참에 나는 여러분에게 자기 자신을 위해 살도록 요청한다. -에머슨
 

어릴 때부터 세상은 끊임없이 나에게 선한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복은 희생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탓에 나는 선한 사람이 될 수 없었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나의 행복을 포기해가면서 살 수 있을 만한 그릇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어린 아이에게 종교의 가르침은 훨씬 더 무거운 멍에를 짊어지게 했다. 성경에서는 분명 주님께서 주시는 멍에는 가볍다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곱절은 무거웠다. 남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고 봉사해야지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신 앞에서 심판 받고 지옥 불구덩이에 빠져 영원히 고통받는다고 했다.

오! 마이 갓. 이번 생은 지옥행 KTX 열차를 탔다. 망했다. 그건 평생 마음의 짐이었고, 너무 무거워서 비틀대며 똑바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그런 가르침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그때와 똑같은 신념을 아이들에게 주입한다. 자기 것을 양보하지 않으면 나쁜 어린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면 눈치 없는 행동이며, 어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불량 학생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기가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며, 자기 의견을 감추며 남의 의견을 따르는 것을 배려심이라고 배운다. 이것이야말로 착한 어린이가 되어,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이라고 습득하면서 말이다.

억지로 행하는 선은 '위선'이다


인생 현자들은 이러한 위선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자기 안의 기쁨과 행복 없이, 서로가 선행을 강요하고 단죄하며 살게 되면 부작용이 따른다. 선은 훌륭한 것이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모두의 생각과 마음에 깊게 뿌리내리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선행을 남이 알아주길 바라게 되고,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하면 화가 나고 상대방이 원망스럽다. 선을 오해한 결과다. 오랜 세월 우리는 선행의 기쁨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며 살아왔다.

선을 베푸는 본질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안의 기쁨과 평온을 위해서다. 우리가 남에게 악을 행하면, 이미 자신의 마음과 정신과 삶에 악을 행한 것과 같다. 예컨대, 남을 미워하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자기가 괴롭고 힘들다. 

선행 역시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선을 베풀 때 가장 먼저 자신이 선한 기분이 들고 평온해진다. 그래서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선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선행의 대가가 자기 삶에 베풀어졌음을 깨닫고 실천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위선자는 자신의 마음이 기쁘고 행복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선을 행하고, 또 남에게도 자기처럼 행복을 희생하며 살라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성경에서는 바리사이나 율법 학자의 위선이라고 비유하며, 남에게 거룩하게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위선자들을 본받지 말라고 일러둔다.

자기 행복을 위한 진정한 선행

조카 동욱이가 7살 때 일이다. 4살 동생 진욱이에게 자기 장난감을 양보하고 나에게 달려와서 말했다.

"고모 제가 아끼는 장난감을 진욱이에게 양보했어요. 저 예쁘죠?"

나는 7살 동욱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이렇게 말해주었다.

"응~ 우리 동욱이 마음이 예쁘네~ 그런데 고모는 동욱이가 장난감을 진욱이에게 양보해도, 양보하지 않아도 동욱이 자체로 예쁘고 사랑하는 거야. 그러니까 혹시라도 남들에게 칭찬받기 위해 양보하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돼. 네가 양보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느라 괴로우면 고모는 슬플 것 같아.

단지, 우리가 서로에게 양보하는 이유는 혼자 그것을 갖고 놀 때보다, 같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어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동욱이가 양보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하지 않아도 돼. 그걸 이해하게 되는 날 해도 괜찮아."


7살 동욱이는 내 말을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내 사랑을 느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더는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도한 것인지, 두 팔로 나의 목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고모, 사랑해요!"

그 후, 동생을 대하는 동욱이의 태도는 한결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진욱이를 잘 챙겼지만, 더는 그 행동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며 달려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그런 행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에 있음을 아이는 느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은영 기자 개인 브런치와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선행 #나눔 #양보 #사랑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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