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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고] 비거, 과연 진주성 위를 날았을까

1) 비거에 관한 이야기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등록 2020.09.08 11:56수정 2020.09.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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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의 비거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다. 이에 강주인문학연구회가 문헌 등에 나타나 있는 ‘비거’와 관련한 글을 보내와 싣는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찬반 논쟁글을 기다린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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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가 만든 '진주재조명 역사 미니다큐 - 비거'의 한 장면. ⓒ 진주시청

 
1) 비거에 관한 이야기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경남 진주시에서는 진주 시정 소식지 <촉석루> 제88호(2020년 3월호)에 <조선의 비행기 '비거' 진주성을 날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비거란
비거는 '조선의 비행기, 또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수레'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1592~1593) 때 화약군관이던 정평구에 의하여 발명되어 사용되었다. 당시 진주성 전투의 여러 정황을 극복하고, 성안에 갇힌 성주나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비거를 통해 외부에 연락을 취하고, 군량을 운반하고, 공중에서 폭약을 터트리는 등 적을 혼란에 빠뜨린 조선의 비행기였다.[옛 기록에는 없음]

비거의 역사
…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비거변증설'에는 조선 16대 인조 때의 문신인 전주사람 '김시양'[논산사람 윤달규의 오류임]이 비거 제조 기술을 갖고 있으며, '바람을 타고 올라가고 먼지를 일으키며 천지사방을 돌아다닐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진주시가 이런 글을 시정 소식지에 실은 것은, 앞으로 항공우주도시를 지향하는 진주시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며, 그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진주성 맞은편에 있는 망진산 기슭에 <비거테마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촉석루 제89호(2020년 4월호)에는 <비거테마공원>의 조감도를 명시하는 등 <비거테마공원> 조성에 관한 얼개를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사적 이야기가 관광자원이 되려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나는 그 역사적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며 흥미를 끌 수 있는 이야기라야 한다. 또 하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널리 알려진 예술 작품이어야 한다.

통영시는 '한산도대첩'의 현장이 있기에 이와 관련된 '거북선' 등 여러 시설들을 마련하여 관광객이 찾아오게 하였다. 진도군도 '명량대첩'의 현장을 관광자원으로 삼아 '명량대첩해전사기념관'을 건립하고, '명량대첩 축제'를 여는 등으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남원시에는 실제 인물인 성이성(1595~1664)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의 무대이기에 '광한루'를 비롯한 여러 곳에 연중 관광객이 이어지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지은 '로마오와 줄리엣'은 허구이다. 작가들은 있음직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며 내기에 사람들이 그 허구의 배경이 실제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꾸며낸 이야기의 배경인지 알면서도 이탈리아의 베로나시에는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비거'에 관해 전해 오는 이야기는 모두 역사적인 사실처럼 기록되어 있다. '비거'에 관한 이야기가 최초로 기록되어 있는 신경준의 <여암유고>를 비롯하여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기록, 그리고 이 두 편의 옛 기록을 근거로 하여 쓰인, 20세기 전반기인 1914년 8월 21자 매일신보의 기사, 최남선의 <고사통>, 권덕규의 <조선어문경위>에 들어 있는 비거에 관한 기록은 모두 '비거'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처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대에 쓰인 이상백의 <한국사., 이규태의 <한국인의 생활구조>를 위시한 각종 저서들에서도 모두 '비거'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처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KBS역사스페셜에서는 조선의 '비거'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보다 300년 이상 앞서는 자랑스러운 우리 겨레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방영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비거'에 관한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16세기말에 진주성 위를 유인 비행체인 '비거'가 날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세계항공기발달사를 새로 써야 하고 한국의 과학발달사를 새로 써야 할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거'와 관련된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해야 할 선결 문제인 이유이다.

2) 비거에 관한 최초의 옛 기록 - 신경준의 여암유고(旅菴遺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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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가 만든 '진주재조명 역사 미니다큐 - 비거'의 한 장면. ⓒ 진주시청

 
우리나라에 '비거(飛車)'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최초로 실려 있는 옛 문헌은 신경준(1712~1781)이 지은 '여암유고(旅菴遺稿)'이다. 신경준이 갑술년(1754)에 '수레[車]'에 관해 묻는 과거 시험의 질문에 답으로 썼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거제책(車制策: 수레 만드는 계책) 갑술(甲戌)

문 : 수레라는 기물은 이로움이 많다. 그 용도에 따라 이름도 각기 다르다. 노거(路車)가 있고, 승거(乘車)가 있고, 전거(田車)가 있고, 수거(水車)가 있다. 그 만드는 것에 관해 상세히 말할 수 있는가? 시초는 어느 시대이며, 그 형상은 무엇을 본떴는가?

답 : ---- 바람에 나는 수레는 기굉(奇肱 : 산해경에 나오는 중국 은나라 시대 서쪽 변두리에 있던 기굉국)의 사람들이 타던 것으로 은나라 탕왕 시대에서 유래된 것인데, 장화(張華: 진나라 때의 학자로 박물지의 저자)가 기괴하게 여겼던 것에 불과하니 번거롭게 말할 것이 못 됩니다. 홍무 연간(1368~1398, 고려말)에 왜구가 영남의 읍을 포위했을 때, 어떤 이름 모르는 사람이 고을의 수령에게 수레 타는 법을 가르쳐, 성에 올라 풀려나 한 번에 30리를 가니, 이것 역시 비거(나는 수레)의 종류입니다. 사람의 재주와 지혜로 측량하기 불가하니 이와 같은 것이 있을 따름입니다.

問 : 車之爲器。其利博哉。隨其所用。名亦各異。有路車焉。有乘車焉。有田車焉。有水車焉。其制可得詳聞。始刱昉於何代。而取象亦在何物歟。
對。--- 飛風之車。奇肱之人所乘而來於殷湯之世者。而不過張華之志怪也。不足煩說。而洪武年間。倭寇圍嶺邑。有隱者敎邑守以車法。登城放之。一去三十里。此亦飛車之類也。人之才智。不可測度。有如是夫。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중국에서도 기원 전 옛날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꿈이 있었고, 그 꿈에 관한 글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경준은 그 꿈에 관한 글을 '기괴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하늘을 날고 싶은 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사람의 재주와 지혜로 측량하기 불가한' 것으로 완곡히 '비거'의 실체를 부정하고 있다.

신경준의 여암유고에 있는 '비거'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비거'에 관한 이야기가 최초로 실려 있는 글은 신경준의 '거제책(車制策, 1754년)이다.
(2) 홍무 연간(1368~1398, 고려말)에 왜구가 영남의 읍을 포위했을 때 '비거'가 사용되었다.
(3) 어떤 이름 모르는 사람이 (비거를 만들어) 고을의 수령에게 수레 타는 법을 가르쳐, 성에 올라 풀려나 한 번에 30리를 갔다.


고려 말로부터 380여 년이 지난 18세기 사람인 신경준이, 누가 한 말인 것도 밝히지 않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실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상상으로 지어낸 '비거'에 관한 기록이 역사적 사실이 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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