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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에 등단을 했다' 이 말의 의미

[시인에 대해 궁금하세요?] 문학인으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

등록 2020.09.15 17:12수정 2020.09.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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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활동하는 잡지, 단체 모두를 일컬어 편하게 '문단'이라고 부릅니다.? ⓒ Pixabay

문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비슷한 질문으로 '어디에 소속되어 있나요'라는 말도 가끔 듣게 되죠. 소속에 관련한 질문도 문단과 비슷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런 질문에 저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등단=문단=시인'이라는 공식이 깨어져 버리니까요. '시인으로 등재되어 있지 않는가?'는 질문도 받습니다. 이 질문은 등단이라는 것이 자격증처럼 이름이 쓰여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등단'이라는 의미

먼저 등단이라는 제도를 알아보겠습니다. 등단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회적 분야에 처음으로 등장함. 주로 문단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을 이른다'입니다. 등단이란 정확히 말해 '등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등장이란 '짠' 하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디에 기록되는 것이 아닙니다.

등단의 절차는 몇 가지가 있는데 연초 신문사에서 시행하는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신인상, 또는 시집을 출간하여 등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하는 시인의 숫자, 얼마나 될까요. 정말 많습니다. <문예연감 2018>(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에 따르면, 문학 잡지(시)의 숫자가 538종에 이릅니다.

이 말은 538종의 잡지에서 시인을 배출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1명씩만 잡아도 538명입니다. 그런데 문예지에서 1명씩만 배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2명씩 계산하면 100명이 훌쩍 넘어갑니다. 이렇게 해서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면, 시인 1만 명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것이죠.

물론 문예지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일부 문예지의 경우 작품만 보내면 등단을 시켜줍니다. 등단을 시켜주면서 심사료를 요구하죠. 일부의 일부이지만, 문단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가 이렇듯 '돈을 받고 등단을 시켜주는 행위'입니다. 문제는 일부의 문제가 전체처럼 보이는 것에 있습니다.


문단은 어디에 있나요?

등단하면 문단에 소속된다고 생각합니다. 등단하면, 시인으로서 이름을 올려야 할 곳이 어떤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 때문일 텐데요, 그런 곳은 없습니다. 문단이란 사실 모호한 명칭입니다. 이를테면 '통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인들이 활동하는 잡지, 단체 모두를 일컬어 편하게 '문단'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몇몇 큰 단체가 있습니다.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이렇게 세 곳이 시인들이 둥지를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단체입니다. 보통 시인들이라면, 이 단체에 모두 가입되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도 위의 단체 중에 하나도 가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체에 가입하는 것에 크게 의미를 느끼지 못해서요. 저처럼 아무 곳에 가입하지 않은 시인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위의 단체들 말고도 문예지마다 회원 조직이 되어 있습니다. '~회'라는 회원 조직이 각각의 문예지마다 있습니다. 이러한 '회'는 자생적인 조직입니다. 물론 사단법인으로 조직된 곳도 있습니다. 이런 곳이 조금 더 체계적이죠. 등단하면, '~회'에 가입하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이 또한 강제적인 것은 아니어서 가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단에 등단했다는 것은, '문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 의미

정리해 말하면, '문단에 등단했다'는 말은 문예지나 신춘문예, 또는 시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등단했다고 해도 시인으로 인정받는다거나 꾸준한 작품발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소설이나 수필, 평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누군가 '문단에 등단을 시켜주겠다'라는 사탕발림으로 꾄다면, 그것은 100%로 사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잡지에 등단시켜주는 것이니까요, 딱 잘라서 거절하시면 됩니다. 이제 '문단'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셨나요? 
덧붙이는 글 기사 송고 후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yhjoo1)에 중복 게재합니다.
#문단 #등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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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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