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CJ대한통운, '노조 파업 무력화' 대체인력 투입은 위법"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황지현 판사, 택배연대노조 6명 '업무방해' 무죄 선고

등록 2020.09.14 17:06수정 2020.09.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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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조 창원성산지회 조합원들이 6월 27일 오후 2시부터 CJ대한통운 부산 사상터미널에서 사측과 9시간 가량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 택배연대노조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 수수료 인정 등을 요구하며 배송거부하자 회사측에서 택배화물터미널을 옮겨 직영택배기사를 통해 배송업무를 진행했고, 이를 막았던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부(아래 택배노조)와 법무법인 '여는'에 따르면, 택배노조 간부와 조합원 6명이 '업무방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황지현 판사가 지난 9일 선고했고, 14일 판결문이 나왔다.

택배노조 부울경지부 창원성산지회는 2018년 4월, CJ대한통운(대리점)에 대해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수수료 인정을 요구했고, 같은 해 6월 23일 협의가 중단되자 25~26일 사이 분류작업에 비협조하는 방법으로 배송거부했다.

이에 회사는 27일 택배화물을 창원성산터미널에서 부산사상터미널로 옮기고, 직영택배기사를 통해 배송업무를 진행했다.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차량을 부산사상터미널에 주차하는 방법으로 직영택배 차량의 통행을 막았다. 택배노조 간부와 조합원 6명은 택배화물 배송업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다.

택배노조는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고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지현 판사는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쟁의행위로 노동3권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의 유지와 개선을 위해 행한 정당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설명했다.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사용자 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 대해, 황 판사는 "회사와 피고인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회사는 위수탁계약 관계에 있는 집배점을 통해 배송기사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형태로 배송작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회사가 이 사건 쟁의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대체인력 투입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황 판사는 "회사는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제43조) 소정의 대체 인력 사용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

"회사가 다른 지역의 택배기사로 하여금 택배운소 작업을 하도록 한 행위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황 판사는 "회사가 서울, 경북, 충북 등 다른 지역 택배기사들을 투입한 행위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 투입한 것으로 위법한 대체인력의 투입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황 판사는 "회사는 전국 물류시스템을 통해 택배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각 지역의 물류시스템이 상호 관련성을 가질 수 밖에 없기는 하나, 이는 전국권역 택배사업이 가지는 구조적 특성으로 보일 뿐이고, 달리 각 지역 택배기사들의 업무 자체가 서로 일체로서 일관된 공정 아래에 관리되고 있음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했다.

또 "택배기사들은 각자의 책임배송구역 내에서는 자율적으로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그 업무적 특성상 각 지역별 택배기사들의 배송업무가 다른 지역과 일체로서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황 판사는 밝혔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상당한 범위 내에 이루어진 실력행사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해, 황 판사는 "회사 직영기사들의 택배운송 업무를 방해한 것은 위법한 대체인력 사용 저지를 위한 상당한 범위 내 실력행사에 해당하므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황 판사는 "집배점주들은 노조측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회사를 통해 위법한 대체인력으로 조합원들의 택배화물을 배송하려 했고, 피고인들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행위에 이르렀다"고 했다.

또 "피고인들이 회사의 위법한 대체인력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 근로제공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인 부산사상터미널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할 것이고, 쟁의행위가 이루어진 시간은 2~8시간 남짓으로 피고인들이 부산사상터미널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황 판사는 "당시 부산사상터미널 택배화물에 대한 배송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거나 "피고인들의 행위는 폭력, 협박과 파괴행위에 나아가지 아니한 소극적, 방어적 행위에 불과하다", "회사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황 판사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라고 선고했다.

택배노조를 변론했던 이환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이번 판결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의 관계에서 노조법(제43조)의 대체인력 사용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는 점을 인정한 점과 CJ대한통운이 파업으로 배송이 중단된 택배 물량을 창원 소재 터미널에서 부산 소재 터미널로 옮기고 서울 등 다른 지역 택배기사들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의 파업을 무력화하려 한 시도를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행위로 판단한 점에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방법원 #CJ대한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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