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시민이 말하는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인터뷰] 26년간 동두천에 산 주민에게 미군이란?

등록 2020.10.01 20:45수정 2020.10.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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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포천시 영로대교에서 SUV 차량이 미2사단 210포병여단 소속 미군 장갑차에 들이받아 50대 부부 4명(여성 2명, 남성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주한미군이 2003년 체결한 '안전 조치 합의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규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논란이 계속 되면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은 9월 8일부터 이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집회 및 기자회견을 미2사단과 동두천 시내에서 이어가고 있다.
 

9월 30일, 미대사관 앞에서 진상규명단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하인철

 
필자는 동두천 시민인 대학생을 만나, 그가 바라보는 미군은 어떠한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동두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ㄱ'이라고 합니다. 26년간 동두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 동두천을 자랑한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동두천은 마을 인심도 좋고 뒤편에는 소요산이 보여서 경치가 정말 좋아요. 공기가 맑아 밤에는 별도 잘 보이는 깨끗한 동네이기도 하죠. 또 저희 집 바로 앞에 탑동 계곡이라는 계곡이 있어서 어렸을 때 곧잘 그곳에서 놀곤 했습니다. 거기서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어머님이 쉬는 틈에 과일을 두고 가셨던 기억이 나네요."

- 동두천시 근처에 주한미군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보고 자랐어요. 주말에는 더 자주 보이고 늦은 밤 술이나 유흥을 즐기러 나오는 일이 잦았어요. 하지만 어렸을 때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그냥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동두천 시민이 바라본 미군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학창시절에는 미군 부대를 견학 가기도 하고, 학교에 직접 와서 영어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이미지도 있어요. 하지만 점차 커가면서 길에서 만난 미군이 추근대거나, 성폭행을 저지르는 등 일상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지금은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이라는 무서운 이미지가 큽니다."

- 시민들 전체적으로 미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내가 알아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커요. 저도 어렸을 때 미군기지 근처는 위험한 곳이니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미군에게 폭행이나 피해를 당하여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부딪히면 내가 손해다. 내가 잘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큰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우리 땅 우리 마을에서 군대가 무서워 피해야 한다니,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과거 주한미군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학창시절 시내에서 주한미군을 마주칠 때 '귀엽다' '예쁘다' '섹시하다' 등 친구들과 제게 추근거리는 일이 자주 있었어요. 또 저희 동네가 미군 부대 근처였는데 밤에 경찰 출동이 잦고 근처 미군 전용 클럽은 방화사건이 일어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제일 심각한 건 항상 장갑차 소리와 전투기 소리를 듣고 자라왔다는 거예요. 학창시절 미군기지 앞에 사는 친구와 통화하면 지진 난듯한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두두두 하는 소리 때문에 친구에게 '지진 났냐'라고 물어보면 '미군 장갑차가 지나간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전투기는 밤낮 가릴 것 없이 머리 위를 날아다녔어요. 너무나도 큰 전투기 소리에 귀를 막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네요. 이런 것들이 동두천시민에게는 일상입니다."

- 근처 지인 중에 주한미군 범죄 피해자가 있나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나가던 미군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그 뒤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집안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걸 꺼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군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또 고등학생 때, 미군 폭행 관련 서명을 받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친구들한테 적극적으로 서명하자고 했는데 친구가 엄청 화를 내는 거예요. 친구 아버님이 미군 부대에서 일하시는 분이었는데, 미군이 나가면 우리 아버지는 어떡하냐는 것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도, 친구 아버님도 어쩔 수 없이 미군이란 존재를 붙잡아야만 하는 구조적인 피해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장갑차 소리와 전투기 소리를 일상적으로 듣고 자란 동두천 시민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일상적으로 평화를 잃고 사는데그걸 인지조차 잘 못 하고 있으니 제일 큰 피해죠."

- 이번 사건(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어떻게 생각했나요?
"'또다시 미군에 의해 사람이 죽었구나'라고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후에 어두운 밤에 장갑차가 돌아다니는 게 정상인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미군이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기사를 봤습니다."

- 이번 사건(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저는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은 미군이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미군에 의한 각종 형사사건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닐 겁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간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 한마디 해주세요
"물 맑고 공기 깨끗한 동두천이 미군 때문에 일상적으로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번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유일한 재발방지대책이라고 생각해요. 더는 국민이 미군에 의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평화로운 동두천, 미군 범죄 없는 한반도가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에 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하인철

 
미2사단이 들어온 이래로 윤금이씨, 효순이미선이 살인사건 등 미군범죄가 끊이지 않는 동두천. 평화롭던 동두천이 미군범죄로 시름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미군에 의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이 현실을 바로잡지 않으면 또다른 제3의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하인철씨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활동가입니다.
#대학생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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