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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임권택이 사랑한 동네, 사방이 사진 포인트네

가을엔 메밀꽃, 봄에는 유채꽃... 이청준 고향이자, 영화 <천년학> 촬영지 장흥 선학동

등록 2020.10.10 11:25수정 2020.10.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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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하얀 눈이라도 내린 듯, 마을 뒷산 아래 구릉이 하얗게 변색된 장흥 선학동 풍경. 지난 10월 2일 풍경이다. ⓒ 이돈삼

 
눈꽃처럼 하얀 메밀꽃이 활짝 피었다. 메밀꽃의 생김새가 눈꽃과 소금꽃을 닮았다. 이쁘다. 하얀 꽃과 초록 이파리와의 만남도 환상적이다. 하얀 꽃의 배경이 된 바다도 짙푸르다. 누렇게 물든 황금빛 들판과도 어우러진다. 동화 속 풍경 같다.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仙鶴洞) 풍경이다. 장흥 회진은 남도사람들의 웅숭깊은 한과 소리를 풀어낸 소설가 이청준이 나고 자란 고을이다. 이청준은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눈길〉 〈축제〉 〈선학동나그네〉 등을 남겼다. 지난 2008년 유명을 달리했다. 


이 가을, 메밀꽃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황홀경  
 

해마다 가을에 하얗게 변색되는 장흥 선학동 풍경. 지난 10월 2일 풍경이다. ⓒ 이돈삼

메밀밭에서 내려다 본 장흥 선학동 풍경. 선학동은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선학동은 소설 〈선학동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천년학>의 촬영지이다.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 덕에 외지인들한테 알려졌다. '산저'였던 마을 이름도 아예 '선학동'으로 바꿨다.

〈선학동나그네〉는 의붓남매인 동호(조재현 분)와 송화(오정해 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소리꾼 양아버지 밑에서 소리와 북장단을 맞추며 자란 두 남매의 이야기이다.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으로 쓰였던 바닷가 선술집 풍경.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 이돈삼

 
지금도 선학동에 영화 세트로 지어진 선술집이 그대로 남아있다. 바닷가의 소나무와 어우러진 선술집은 영화의 중심 무대였다. 바닷물이 서서히 차오르면서 산그림자가 떨어지고 두 마리 학이 소리 장단에 맞춰 날아오른 곳이 여기였다.

메밀꽃밭은 선학동 뒷산 아래 구릉에 펼쳐져 있다. 면적이 20㏊ 가까이 된다. 꽃이 산들바람에,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황홀경을 연출한다.
 

선학동 메밀꽃밭을 찾은 여행객들이 메밀꽃밭 사잇길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0월 2일 풍경이다. ⓒ 이돈삼

해마다 봄이면 노랗게 물드는 장흥 선학동 풍경. 재작년 4월 모습이다. ⓒ 장흥군

 
눈꽃처럼 피어난 하얀 메밀꽃이 파란 가을하늘의 뭉게구름과도 조화를 이룬다. 누렇게 물든 들판, 바닷가마을 특유의 여러 색깔 지붕과도 어우러져 멋스럽다. 사방이 사진촬영 포인트다.

선학동에 꽃밭이 조성된 사연도 각별하다. 영화 <천년학> 촬영 이후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한테 보여줄 목적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처음에 유채 씨를 뿌렸다. 마을이 온통 노랗게 물들자, 찾아온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주민들도 뿌듯했다.

내친김에 가을농사도 포기하고 메밀 씨앗을 뿌렸다. 그 풍경이 지금까지 이어져 봄이면 노란 유채꽃으로, 가을이면 하얀 메밀꽃으로 마을이 채색되고 있다.


소설가 이청준·한승원 생가까지 덤으로 구경
 

소설가 이청준의 생가. 선학동에서 가까운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장흥 정남진전망대 풍경. 장흥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고흥 앞바다까지 다 보인다. ⓒ 이돈삼

 
선학동에서 야트막한 산길을 넘어 진목리에 이청준 생가도 있다. 회진면 신상리에 이청준과 동갑내기 소설가인 한승원의 생가도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겨울잠 봄꿈〉 등을 낸 한승원은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다. 가을 문학기행지로 장흥 선학동만한 데가 없다.

정유재란 때 명량대첩을 앞둔 이순신이 12척의 배를 인수받은 곳도 회진이다. 당시 회령진성을 중심으로 역사공원이 조성돼 있다. 장흥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고흥 앞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는 정남진전망대도 지척에 있다.
  

장흥 회령진성 역사공원 주변 풍경. 천관산이 보이고, 그 아래로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다. ⓒ 이돈삼

 
#선학동 #장흥선학동 #천년학 #선학동나그네 #장흥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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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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