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 사는 아름다운 생명,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사랑할까?

등록 2020.10.20 15:00수정 2020.10.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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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찻집 마주이야기 대표 이선아 님이 강의를 이끌었다. ⓒ 인수마을밥상

 
10월 10일(토), '지구별에 사는 아름다운 생명,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사랑할까'를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인수마을밥상에서 주최한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듣는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 첫 강의로, 어린이 10여 명과 부모 중 한 명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참여했다. 

강의를 이끈 이선아 님은 강북구 인수동에 위치한 마을찻집 마주이야기 대표로, 유기농 순식물성 재료로 차와 빵을 내며 4년째 마을 사랑방으로 찻집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동물과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고,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을 새롭게 살펴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야생동물=야생동물+서식지

"제가 만난 동물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어릴 때 할머니 댁에 가면 집 바깥에 뒷간이 있었는데요. 그 뒷간 바로 옆에 소 외양간이 있었어요. 깜깜한 밤에 혼자 뒷간에 가는 게 정말 무서웠는데, 그럴 때면 옆에 있는 소 친구들이 참 든든하고 고마웠어요. 크고 맑은 눈을 끔뻑이며 '넌 혼자가 아니야' 하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지요. 시골에서는 동물이 '친구' 같은 존재였는데, 도시로 오면서 그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말았어요." 

이선아 님은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오늘날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단절을 넘어 생명감수성의 부재로 이어진다. 전쟁과 산업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지금까지 사라진 야생동물만 100만 종에 이른다.

"야생동물의 몸은 서식지와 떼서 생각할 수 없어요. 서식지는 그 생명이 터한 곳을 말해요. 수백만 년 전부터 대대손손 이어져온 먹을거리, 기후 등 전반적인 삶의 환경을 말하지요. 야생동물은 생태적인 존재이고, 서식지와 도움을 주고받지 못하는 관계에 놓이면 살아갈 힘을 잃게 돼요. 

우리나라도 원래는 야생동물이 많은 나라였어요. '범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범이 많았지요. 조선시대에는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호랑이와 표범 사냥을 허락했다고 해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죽이는 정책을 폈고, 사냥을 풍류처럼 즐기기도 했어요. 한반도에 흐르는 범의 늠름하고 용감한 기상을 꺾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전해져요. 그래서 해방 후에 범, 곰, 사슴 등 야생동물이 거의 전멸상태가 되었지요. 또 이후에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많이 훼손되었고, 1970년대 이후 산업사회가 되면서 자연 파괴는 더 심각해졌어요." 



산업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동물들의 서식지에 콘크리트 도로가 깔리고, 가공식품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팜나무를 키우기 위해 숲이 깎여나갔다.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호주 산불은 기후변화로 온도가 상승하고 건조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결과다. 이선아 님은 이러한 거대한 산업화의 생태계 파괴 외에도 우리 일상에 맞닿아 있는 사례들을 이야기했다.

끊어진 관계, 동물원과 동물축제

"동물원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동물 친구들을 본 적 있나요? 가족과 뚝 떨어져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예요. 진화적으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이지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고통, 산불, 물에 빠져 질식하는 고통 모두 자연계에 원래 존재하는 것이지만, 한 공간에 갇혀 사육당하는 고통은 동물들에게 큰 아픔을 줍니다. 이런 곳에서 동물을 만나면 '동물은 저렇게 만나도 되는구나.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심기게 돼요."
   
최근에는 문을 닫는 곳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동물원과 수족관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야생에 있었더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을 동물들은 학대 속에서 강요받는다. 코끼리들은 아기, 엄마, 할머니 코끼리가 한 가족인 모계사회를 이룬다. 만약 위협이 생기면 코끼리 가족은 아기 코끼리를 가장 안쪽에 두고 어른 코끼리들이 주변을 둘러싸는 '번칭'이라는 행동을 한다. 쇼를 위해 데려오는 코끼리는 대부분 길들이기 쉬운 아기 코끼리인데, 그렇다면 다른 어른 코끼리들을 해치거나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고 많이 찾는 동물축제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조작과 생태계 파괴를 감행해야 가능하다.

"산천어축제에 매년 백만 명 이상이 와요. 한 지역, 한 철에 백만 명 이상이 와서 산천어를 잡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지요. 이 아이들은 모두 양식으로 키운 것들이에요.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천바닥을 긁고 강의 흐름을 막아야 해요. 거기에 130만 톤의 산천어를 풀어놓는데, 그것도 모자라 외래종을 수입해 풀어놓아요.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지요. 축제 이름에 '산천어'가 붙는데, 이 축제가 과연 산천어를 위한 것일까요? 진실은 그렇지 않아요. 반딧불이축제, 나비축제 등 이런 축제들은 다양하게 있어요. 많은 사람이 한정된 공간에서 이렇게나 많은 한 종류의 생명을 만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아요. 이름만 축제일 뿐, 생명들에게 아픔을 주는 행동입니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에게도 있는 '동물권' 
 

긴 강의에도 참여한 아이들의 눈빛은 끝까지 진지했다. ⓒ 인수마을밥상

 
사람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고 아픔과 고통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듯,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다. 그러나 식품산업과 육식문화의 영향으로 특히 가축들은 심한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선아 님은 공장식 축산을 들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한 동물들의 삶을 설명했다. 현재 가축의 99.9퍼센트가 공장에서 살고 있는데, 자연 속에서는 10~30년을 살 수 있는 생명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많은 양의 주사를 맞으며 짧게는 두 달여를 살다 죽음을 맞는다고 한다. 공장식 축산은 지구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5퍼센트가 축산업에서 발생합니다. 축산업이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다는 통계가 있지요. 가축들의 트림, 방귀,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와 산화질소는 온실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가축을 기르고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하고 산림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공장식 축산으로 동물들이 받는 고통과 자연 고갈 문제가 큰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해결은 어렵겠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기를 먹지 않거나 덜 먹는 것입니다. 산과 들에 절로 나는 채소나 밭에서 기른 채소를 밥상에 많이 올리는 것은 동물들의 아픔을 줄이고 환경을 살리는 실천이 될 수 있어요."   
         
이선아 님은 생각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차피 안 될 거야'가 아니라, '최소한 어떤 노력을 할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쓰고, 버려서 생긴 문명의 질병 속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19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인간이 동물의 영역에 침투하고 착취한 결과로 생긴 병인 것이다. 이선아 님은 굳이 먹지 않아도 되면 먹지 않고, 될 수 있는 한 동물들의 삶터를 자연 그대로 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계망' 속에서 생명을 이해하고 바라보기

이선아 님은 강의를 갈무리하며, 모든 생명을 나와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고 했다. 고기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 동물원에 가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자연스럽고 자연스럽지 않은지 분별하는 생명감수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나와 다른 생명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일상의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꽃 한 송이, 새 한 마리, 작은 곤충, 동물까지도 그것이 속한 관계망 안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생태'라 하지요. 우리가 홀로 존재할 수 없듯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들도 그러해요. 동물과 인간의 삶을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이 많은 저의 일상도 함께 보였어요. 먼저 일상적인 말부터 바꾸어 쓰려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물고기'가 아니라 '물살이'라고 해요. 물고기는 '물에 사는 고기'라는, 인간의 먹이라는 느낌이 강한 말이지요. 반면 물살이는 '물에 사는 생명'을 말해요. 입에 붙은 습관 때문에 저도 물고기라고 말해버릴 때가 있지만, 기억하며 바꿔 부르려 노력하고 있어요. 지구 생명들을 마음에 담고 기억하며 우리 함께 살아가요."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긴 강의에도 참여한 아이들의 눈빛은 끝까지 진지했다. 거짓되고 조작된 욕망이 가득한 세상에서 생명의 참아름다움을 보여주어야 할 몫은 다름 아닌 어른에게 있다. 소중한 진실을 깨닫고 마주하며 살아갈 다음 세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듣는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 두 번째 시간은 '밥으로 이어진 우리, 건강한 밥상으로 밝아지는 세상-매일 먹는 밥에 담긴 씨앗, 똥, 농부 이야기'를 주제로 인수마을에서 밥 짓는 청년 이보경 님의 강의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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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먹거리 포스터 ⓒ 인수마을밥상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동물권 #서식지 #온실가스 #공장식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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