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청년들이 직접 삶의 질문을 던지다

함께 논하고 행하는 청년들의 기후위기 이야기

등록 2020.10.27 09:42수정 2020.10.27 10:03
0
원고료로 응원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에너지전환포럼 사무국 활동가로 활동하는 임재민 님이 이날 강의를 이끌었다. ⓒ 청년아카데미

 
10월 22일(목),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밝은누리가 공동기획한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강좌가 시작했다. 총 여섯 번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기후변화를 낳은 기존 문명에서 돌이켜 새로운 문명과 삶을 전망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기반으로서 마을공동체를 톺아본다. 첫 강의를 이끈 임재민 님은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에너지전환포럼 사무국 활동가로, 청년으로서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관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나누었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가 되기까지

올해 우리나라와 동남아는 심한 폭우를 겪었고, 유럽은 폭염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는 대규모 산불로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가 화두로 떠오른 지는 오래되었지만, 최근 이런 현상을 직접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자신의 일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학계나 환경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 중에도 무언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임재민 님은 작년부터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더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제는 '위기'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때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가 가장 일어날 확률이 높고 예측 가능한 재난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우리에게 영향을 줄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100년 사이에 지구 온도는 1도 상승했고, 또 앞으로 100년 사이에 3~4도가 올라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기후가 급변하는 과정에서 생태계와 인류문명은 큰 위협에 놓여 있지요.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위기'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참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재민 님은 기후 문제가 자연재해를 넘어 식량공급과 전쟁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짚었다.

"2011년에 이상 고온현상으로 세계 곡창지대인 중국, 러시아,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이 크게 나고 곡물생산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때 러시아는 식량 해외수출 금지를 내렸지요.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북아프리카 나라들은 식량 가격 폭등으로 굶주렸고, 이는 수많은 내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기후변화가 자연재난뿐 아니라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는 '세계 평화를 지키는 데 가장 큰 위협은 기후변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임재민 님은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라며, ‘위기’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때라고 했다. ⓒ 청년아카데미

 
청년,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사람


이렇듯 삶 언저리까지 다가와 있는 기후위기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학교 밖 세상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임재민 님은 '청년'과 '다음 세대'라는 열쇳말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인 청년들이 실제로는 이 문제에서 어떻게 소외되고 소비당하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저는 기후위기 관련 캠페인이나 전문가 특강에 다니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 변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 이미지나 예산 사용을 위해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를 여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여기에 청년들이 동원되기 쉽습니다. 그린워싱, 청년워싱으로 이미지만 가져다 쓰는 것이지요.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의 3퍼센트를 배출하는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단체와 청년들을 모집해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고, 개인의 협소한 수준의 변화만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임재민 님은 청년이란 삶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삶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고민하는 사람, 열려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청년이라는 말이다. 임재민 님은 당위에 빠져 있는 기존 환경운동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고, 지금 속해 있는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빅웨이브는 기후변화와 자신의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를 연결하여 논(論)하고 행(行)하는 청년네트워크입니다.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 자체를 바꿔나가는 청년 모임이지요. 멘토간담회, 팟캐스트 기.대.라(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라디오), 다양한 주제의 공부모임, 에너지내일로 여행, All 食(올바른 식습관 연구소) 등 청년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자유롭게 모임을 꾸리고 실천하며 활동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여섯 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430여 명이 다양한 수위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임재민 님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했다. 함께 논하고 행하는 동역자들이 있기에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삶을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유명한 청년 기후 리더 한 명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로 이날 준비된 강의는 마무리됐다.
 

임재민 님은 지금 속해 있는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 청년아카데미

 
강좌에는 어린아이를 둔 부모, 청년,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은평구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한 수강생은 "기후변화 문제는 오래 해야 하는 싸움이고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닌데, 회의감이 들 때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는가" 질문했다. 

임재민 님은 자기도 많이 좌절하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이야기를 마치 나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삶의 작은 승리들을 축적하면서, 연대하는 사람들과 함께 겸손하게 희망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빅웨이브'라는 단체 이름처럼 작은 노력들이 큰 파도를 만들어내기를, 모인 이들 함께 바랐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두 번째 시간은 10월 29일(목) '지구공동체와 마을공동체를 잇는다'를 주제로 밝은누리 최철호 대표의 강의로 이어진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강좌는 11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 청년아카데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청년아카데미 #빅웨이브 #기후위기 #청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