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교사가 갖추어야 할 태도는 아이를 궁금해 하는 능력"

[인터뷰] 가르치고 배운 글방 이야기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작가 ①

등록 2020.11.03 12:54수정 2020.11.04 10:41
2
원고료로 응원
이슬아 작가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는 '일간 이슬아'다. '아무도 안 청탁했지만, 날마다 뭐라도 써서 보낸다'는 표어를 내걸고, 한 달 구독료 만원으로 구독자를 모집했다. 메일로 매일 글을 발행했다. 이것이 SNS에 회자되며 유명해졌다. 구독 서비스 '일간 이슬아'를 엮어 출간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슬아 작가는 이제 대한민국 출판계에서 핫한 작가가 되었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일간 이슬아'의 시도는 학자금대출을 갚기 위한 것이었다. 이전부터 생계를 해결해야 했던 이슬아 작가는 잡지사에서 일하기도 하고, 시간 대비 고소득을 위해 누드모델 일을 하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돌려 아이들을 모집해 글방을 열고, 여수까지 가서 글쓰기 교사 일을 했다. 이번에 출간한 신간 <부지런한 사랑>은 그녀가 글방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받은 영감과 사랑을 담은 책이다.
 
a

이슬아 작가 ⓒ 사진 권우성/디자인 고정미

 
그의 첫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한때 그처럼 매일 글 쓰는 내가 글쓰기를 하면서 자주 들여다보는 책 중 하나다. 나는 그녀의 '찐팬'이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과연 이보다 더 솔직하게, 이보다 더 좋은 책을 쓸 수 있을까 의심했다.

그런데 작가는 보란 듯이 더 좋은 작품을 들고 나왔다. 신간 <부지런한 사랑>이 그것이다. 그녀가 내민 부지런한 사랑의 손길에 갑자기 아득한 느낌이 전해졌다. 어쩌면 나는 이제 글을 쓰는 동안 <일간 이슬아 수필집> 대신 <부지런한 사랑>을 자주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10월 26일 오후 이슬아 작가를 만났다. 

금방 사라질 유년기의 마음
 
a

이슬아 작가. ⓒ 권우성


 - 성인이 아닌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방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요?
"23살에 글방을 열겠다고 결심했는데, 당연히 성인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웃음). 막연히 글을 쓰기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글 쓰는 재미를 붙이는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논술은 너무 어려워서 가르칠 수가 없었고, 창의적 글쓰기, 즐거운 작문 수업이라고 말하고 아이들을 모집했어요. 하다보니 어린이를 가르치는 자격이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어요."

- 수업은 학년별로 진행했나요?
"거칠게 말하자면 초딩, 중딩, 고딩 이렇게 나누고, 시간대나 아이들 시간대에 따라서 섞이기도 해요. 초딩이랑 중딩이 섞이면 가끔씩 좋은 효과를 주기도 해요. 초딩들 수업에 중학생 언니가 와서 글을 쓰면 아이들이 약간 충격받아요. 너무 잘 써서. 그렇다고 중학생 글이 항상 제일 재미있는 건 아니에요. 사실은 중학생부터 살짝 글이 재미없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자기 검열이 심해지는 시기라. 진짜 재미있는 글은 초딩 글방에서 나와요. 중학생들은 또 그걸 보고 생각하죠. '초등학생 글이 더 웃기네' 그런 비교를 하게 되고요.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끼리만 수업을 해요. 할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 거기서는 내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가끔씩은 집단 창작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요." 

- 책에서도 아이들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글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 사실... 아이들이 쓴 글 중에 슬픈 것들이 좀 많다고 느껴요. 귀여운 것도 있지만, 금방 사라질 유년기의 마음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슬프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이 실감나요. 세월이 계속 흐른다는 것이.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그래서 슬퍼질 때가 있어요."

- 그리움 같은 걸까요? 
"네 맞아요. 그리움에 가까워요. 그리운 마음이 들어서. 아주 재미있지만은 않은 느낌으로 저한테는 다가와요. 가끔 글방 어머님들에게 제가 아이들을 보고 쓴 글을 찍어서 보내면 우는 분들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이) 너무 빨리 변하는 시기를 캐치해서 제가 그거를 재료로 글을 쓰기 때문에 그리움이 필연적으로 있는 것 같아요."

합평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a

이슬아 작가. ⓒ 권우성


- 아이들이 쓴 글 중에는 아프고 힘든 글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글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시나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은데... 어쨌든 저는 심리치료사나 상담사가 아니니까 글 속에 나오는 내용, 문장들을 근거로만 피드백 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이런 부분에서는 '너무 염려가 되었다' 혹은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팠어'라고 써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글로 적어주기도 하고요.

또는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연결해줘요. 너랑 비슷한 상황에 대해 이미 많은 작가가 고민을 했고, 그 사례에 관한 책을 냈는데 읽어보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해요. 그 와중에 애가 쓴 문장이 너무 탁월하고 좋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이 아픈 이야기들 속에서도 이 문장 너무 좋다. 이 문장은 진짜 너무너무 잘 쓴 문장이다'라고 칭찬을 해줘요."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아이들이 합평하는 것을 힘들어하진 않나요?  
"저는 계속 해보니까 나빴던 점을 말하는 것보다 좋았던 점을 강조하고, 궁금했던 점을 덧붙이는 게 훨씬 빠르게 느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나빴던 점을 주로 말하면 다음주에 나올 힘이 없게 만들어요. 아이가 너무 긴장을 하게 돼요.  근데 내가 잘했던 점을 말하면 좋은 방향으로 자기도 모르게 가는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질문으로 해결해요. '이 부분은 너무 유독 간단히 썼던데 그 이유가 뭐야? 나는 이 부분이 더 궁금한데?' 이렇게 물어보면 설득이 되면서도 더 고치고 싶어지잖아요. 그리고 어디가 좋았는지, 왜 좋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 문장이 좋았다, 왜냐하면 이 문장을 읽자 이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라고 아이들이 말하도록 시켜요.

초등학생에게도 의젓한 합평인이 되도록 조금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글쓰기에 대해서는 친절하고 너그럽지만, 합평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상당히 예의 바른 참가자 중 하나가 되도록 엄격하게 이야기 하는 편이에요. 간혹 남이 쓴 글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아주 경솔하다, 그런 단어 선택은 아주 나쁠 수 있다'라고 말을 해줘요."

- 앞에서 '어린이를 가르치는 자격이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글방을 운영하면서 글쓰기 교사가 이것만은 꼭 갖추어야 할 태도같은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아이를 궁금해 하는 능력인 것 같아요. 사실 궁금하지 않은데 물어보는 거 너무 티나고, 궁금하지 않은데 피드백을 주는 거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진짜 피드백은 아이 삶의 디테일이 궁금하고,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읽고, 그 다음에 하는 것이 좋은 피드백의 시작인 것 같아요. 교사는 궁금해 하는 사람, 질문하는 사람, 격려하는 사람. 이 세 가지인 것 같아요."

- 2편에서 이어집니다. 

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은이),
문학동네, 2020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의 유통기한
  2. 2 '징역 2년 6개월' 이재용, 3년 만에 재수감... 형량은 반으로 깎였다
  3. 3 15년 걸린다더니... 단 3일만에 쌍용천 뒤덮은 초록물의 의미
  4. 4 조작된 여성 노동자의 죽음... 야당 당사에서 벌어진 참사
  5. 5 재택근무 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 집의 치명적 단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