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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래서 후회 없다

[어느 해방둥이의 삶과 꿈] 제4부 작가 및 시민 기자생활 (18) 마지막 회

등록 2020.12.30 14:50수정 2020.12.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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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기자로 한 시골 화가를 인터뷰하다 ⓒ 박명수(원주시 귀래면)

 
My Way
 
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My Way)>를 즐겨 듣는다. 그의 노래는 인생에 대한 진솔한 고백으로, 마치 내 지난 삶을 얘기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트린다.
 
And now, the end is near
이제 내 생의 마지막이 가까워오네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그래서 나는 이생의 마지막 장을 눈앞에 두고 있네.
 ……

이제 내 인생 종착역을 앞두고, 지난 삶의 한 단면들을 2016년 8월 15일부터 2020년 12월 30일까지 오마이뉴스 연재 기사에 78회 동안 쏟아놓았다.
 
지난날을 회고, 성찰, 고백컨대, 나는 눈앞에 닥친 현실의 고난을 피구(避球) 하듯이 슬쩍슬쩍 넘기면서 엉거주춤 살아왔다. 이제 와서 궁색한 말로 내 지난 삶을 변명하거나 덧칠치 않으련다.
 
나는 소년시절에 세 가지 꿈을 꾸었다. 곧 교사·작가·기자가 되는 꿈이었다. 그 꿈 탓인지, 지난 33년을 교사로 청소년들과 더불어 살아왔다. 그리고 뒤늦게 작가의 길에 입문하여 30여 년 원고지를 메웠으며, 그리고 늘그막에 천만 뜻밖에도 시민기자가 돼 20년 가까이 국내외 근현대사 현장 곳곳을 누비면서 숱한 기사를 썼다.
 
그 어느 한 분야도 성공치 못했다. 하지만 아무튼 소년 시절의 세 가지 꿈은 모두 이룬 셈이다. 나는 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나를 도와주셨다. 남은 삶은 덤으로 생각하면서 은혜를 베푸신 고마운 분들과 나라와 사회에 빚진 바를 갚는 자세로 살아가련다.

새삼 회고컨대 나는 나라와 사회의 은전을 많이 입었다. 육군장교로 군생활을 하게 했으며, 교육자로 풋풋한 청소년들과 더불어 지내게 했고, 작가로 숱한 책을 저술케 했다. 그리고 말년에는 시민기자로 국내외를 누비면서 영웅, 순국 열사, 애국애족 의사, 독립전사들을 만나게 하여 그분들의 행적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백범 김구 암살진상 규명 차 방미 중 LA 한 PC 방에서 오마이뉴스 본사로 송고하고 있다(2004. 3.). ⓒ 진천규(전 미주 LA 한국일보 기자)

 
네 번째 꿈
 
몇 해 전, 한 편집자가 나에게 '해방둥이'로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겪은 바를 글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 청에 무척 망설였다. 자칫 자기 자랑이나 변명, 또는 과시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사사람으로 살면서 악전고투한 얘기가 더 값지다는 편집자의 말에 승복하여 겸허한 자세로 자판을 두들겼다.
 
영국 사람들은 역사를 매우 사랑하며 존중한다. 그들은 개인의 역사까지도 매우 사랑한다. 그들은 "체험은 최상의 스승이다(Experience is the best teacher)"고 하여, 기성세대의 체험담을 귀중한 자산으로 여기며, 거기에서 교훈을 배운다고 한다.
 
내가 쏟아낸 얘기 가운데 어느 한 대목이라도 다음 세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글쓴이로 보람이겠다. 이제 인생 종착역을 앞두고 내 지난 삶을 되돌아보니 자식으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모두 과락이다. 늦었지만 그 점을 깊이 반성한다.
 
나는 아직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사자 꿈'을 꾸는 어부처럼, 하늘의 무지개를 쫓는 소년처럼 살고 있다. 언젠가 그 어느 날, 자판을 두들기다가 갑자기 기진한 채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 마치 내가 평소 애송하는 김광섭의 '저녁에' 한 구절처럼...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그리하여 내 유해는 한 줌 재로 깊은 산속의 뭇 푸나무 뿌리에 흩뿌려져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마지막 소원이요, 네 번째 꿈이다.
       

나의 네 번째 꿈은 글을 쓰다가 기진한 채 눈을 감은 뒤, 한 줌 재로 오대산 월정사 앞 조상의 전나무 수목장 뿌리로 가는 일이다. ⓒ 박도


글은 내 인생의 전부다
 
문학은 구세주요, 구원의 빛이었다. 나는 글을 사랑했고, 또한 글 쓰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하면서 살아왔다. 글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 점에서 내 인생에 후회없고, 글을 쓰는 시간은 마냥 행복했다.

나는 1989. 11. 15. 산문집 <비어있는 자리>를 다나출판사에서 펴낸 이후 2020. 8. 28. 산문집 <어느 해방둥의 삶과 꿈>을 눈빛출판사에서 펴낼 때까지 모두 43권의 책을 펴냈다. 그리고 시민 기자로 2002. 7. 8. 오마이뉴스에 <일본군 장교 박정희는 기념관 세우고, 항일군 총참모장 허형식은 생가 헐려>라는 첫 기사부터 2020. 12. 30. 이 기사까지 모두 1706 꼭지(전반기 587꼭지, 후반기 1119 꼭지)를 썼다.

나는 타고난 역마살인지, 근현대사 현장 답사 및 글감 자료 수집으로 국내외를 원없이 쏘다녔다. 나는 이를 바탕하여 되도록 발과 가슴으로 글을 썼다. 마치 프로야구 마무리투수처럼 글마다 최선을 다해 썼다.
 

내 작품 산실이었던 강원도 안흥 산골 오두막 온돌 흙집 '박도글방' ⓒ 박도

 
독일 니체의 말이다.
 
"독자는 저자가 피와 눈물로써 쓴 글만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 눈물도 흔해 지는가? 이번 연재기사를 쓰면서 나는 벌거벗는 용기와 함께 많은 눈물이 저절로 쏟아졌다. 아마도 내 눈물에는 지난날 잘못에 대한 참회, 그리고 이승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분들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내포됐을 것이다.

이제, 이 연재기사의 마침표를 찍을 때다.

자신을 돌이켜 보건대, 나는 단점도, 약점도 많은 모난 사람이었다. 아무튼, 여러 모로 부족한 나를 입때까지 이 세상에서 살게 해준 운명의 신에게 감사드린다.

끝 인사로 나와 이 세상에서 인연을 맺었던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My Wa> 마지막 구절을 빌려 나의 <어느 해방둥이의 삶과 꿈>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지난 내 삶의 기록들이 보여주듯이 나는 온갖 시련을 겪었고
And did it my way. 
그런 속에서도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왔네.
 

'박도 글방' 서가 한 모서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저서들 ⓒ 박도


나의 주요 저서들
 
산문집
『비어 있는 자리』 『아버지는 언제나 너희들 편이다』 『일본기행』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  『길 위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마지막 수업』 『어느 해방둥이의 삶과 꿈』

소설집
『사람은 누군가를 그리며 산다』 『약속』 『용서』 『허형식 장군』

사진집
『지울 수 없는 이미지1~3』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사진으로 보는 한국독립운동사』 『한국전쟁·Ⅱ』

역사답사기
『항일유적답사기』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 『영웅 안중근』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 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청년 안중근』 등.  모두 43권 외 미발표작 다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5층 사진 자료실에서 한국전쟁 사진을 검색한뒤 복사 수집하다( 2004. 2.). ⓒ 박유종(재미동포)


(*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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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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