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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요구하며 단식... 산재 유가족, 국회에서 72시간 철야농성

등록 2020.12.07 17:02수정 2020.12.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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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김주환 특수고용 대리운전 노동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유성호


"매일 죽음과 함께 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하다 죽지 않으려고, 목숨 건 단식에 들어간다."

흰색 방진복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하루 7명이 밥 벌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을 선포하며 외친 말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매년 일하다 죽고 있다"면서 "지금 이순간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기계에 끼어 죽고, 떨어져 죽고, 불타 죽고, 과로사로 죽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우려는 실제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9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사고와 질병에 의해 사망한 노동자는 1571명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1명이 감소했지만 하루에 6명 이상 노동현장에서 사망한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산재사고에 의한 사망이 660명, 질병에 의한 사망이 911명에 달한다. 

앞서 2019년에는 2020명이, 2019년에는 2142명이, 2017년에는 1957명이 정부 통계 상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왜 계속 비정규직만 죽나
 

단식농성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 유성호

 
이날 단식 농성에 들어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성명서에서 "일하다 다치고 죽어야 하는 현실은 비정규직에게 더욱 가혹하다"면서 "진짜 사장인 원청은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위험과 죽음을 외주화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일터에서 이토록 무참한 죽음이 계속되는 것은 살인을 저지르는 기업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노동자의 목숨을 재물 삼아 돈을 벌어도 된다는 기업의 살인면허를 끝장내야 한다. 목숨을 빼앗은 자들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함께한 발전소 비정규직 이태성씨는 "청년노동자 김용균이 사망한지 2주기가 다 되었지만 김용균의 동료들은 여전히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라면서 "발전소를 비롯한 죽음의 행렬과 외주화는 계속되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이씨의 말대로 지난 9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을 비롯한 발전 5사에서 2015년부터 지난 8월까지 모두 25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중 97.2%에 해당하는 246건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월 28일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위치한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에서 석탄회(석탄재) 상차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숨진 50대 노동자 심장선씨 역시 마찬가지다. 남동발전은 고려FA라는 운송회사와 석탄회 처리 계약을 맺었고, 석탄회 처리 설비 운영은 금화PSC라는 또 다른 하청업체에 맡겼다. 사망한 심씨는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의 재하청업체 소속의 화물노동자였다.

이로 인해 심씨의 죽음을 놓고 원청인 남동발전은 "유가족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히면서도 어떠한 책임을 지고 어떻게 사고 예방을 할지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대며 구체적인 답을 피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문턱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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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열린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72시간 비상행동 농성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김종철 대표, 강은미 원내대표와 건설노동자 김일두 씨의 부인 박소영 씨,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김용균 씨의 모친 김미숙 씨 등이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비롯해 2019년 4월에 수원 건설현장에서 추락한 고 김태규씨의 누나 등 중대재해 피해 유족들이 7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정의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72시간 비상행동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 함께 선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양당이 차일피일 (법안 처리를) 미루는 동안에도 안전장치도 없이, 휴대폰 불빛에 의존한 채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면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또 한 해에 2000명의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일하다가 죽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강 원내대표는 "올해 정기국회가 모레(9일)면 끝이 난다. 이제 정말로 지체할 시간이 없다"면서 "277석이라는 의석을 가진 거대 양당이 노동자들의 목숨을 중요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법 제정으로 보여달라"라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는 강은미 원내대표가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50인 미만 기업에 법 적용을 4년간 유예하기로 단서를 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안 등이 회부된 상태다.
#김용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다시는 #산재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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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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