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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권력은 문빠로부터"... 3시간짜리 필리버스터 시작

공수처법 본회의 상정, 10일 오후 2시 표결에 부칠 듯

등록 2020.12.09 21:55수정 2020.12.0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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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9일 밤 9시께 시작됐다.

첫 주자로 나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4선, 울산남구을)은 "저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공작사건의 피해 당사자다" "공수처는 누가 뭐래도 '문재인에 의한, 문재인을 위한 비리 은폐처'" 등의 주장을 펼치면서 무제한토론을 시작했다.

특히 그는 "요즘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나. 국민들은 통치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돼 버렸다. 대통령과 집권당 의원들이 통치의 주체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저는 이 순간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이렇게 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문(文)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문(文)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라고 주장했다. 순간 여당 의원 쪽에선 고성이 나왔다. 

김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이던 자신을 낙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경찰에 무리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주장 등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공수처는 정치수사를 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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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정기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합의가 되지않은 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본회의가 시작된 지 약 6시간만이다. 거대 양당은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공수처법 개정안 등 3건의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비쟁점 법안을 표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선 잠시 소란스러운 상황도 발생했다. 필리버스터가 따로 신청되진 않았지만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공수처법 개정안의 부수법안에 해당하는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이었다. 부수법안에 대한 표결 처리가 진행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의사과에 제대로 상정보류안건을 알려주지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고 여야가 협의할 것을 수차 요청했지만 국민의힘 측에선 "정회해"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결국, 상황 파악을 위한 시간이 수분 소요된 뒤 해당 부수법안들은 공수처법 개정안과 함께 상정이 보류됐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고작 '24시간'을 지연하는 전술에 불과하다. 국회법 106조2항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면 자동 종결된다. 또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토록 돼 있다. 이날(9일)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고, 다음날 민주당에 의해 임시국회가 소집된 점을 감안하면,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사실상 3시간밖에 이어지지 않을 예정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본회의 정회 후 기자들을 만나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정해진 합법적인 입법 지연전술이다. 법에 정해져 있으니 야당이 하는 것"이라며 필리버스터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또 "공수처 출범을 막고 있는 여러 가지 장애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거하고 빠른 시간 안에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1년 만에 다시 전원위원회 소집 요구했지만 예상대로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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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정회된 후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전 또 다른 지연전술을 시도하기도 했다. 바로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지난 2019년 12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공수처법에 대해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던 상황이 똑같이 반복된 셈.

전원위원회 제도는 1948년 국회법 제정 당시 도입됐다가 1960년 폐지된 이후, "위원회(상임위) 중심주의로 인한 본회의 심의의 형식화를 보완하고 중요 의안에 대한 심사의 충실화를 기한다"는 목적으로 2002년에 재도입된 제도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04년 이라크 파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일이다. 

이와 관련, 국회법 63조2항은 ▲정부 조직에 관한 법률안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률안 등 주요 의안에 대해서는 국회 본회의에 앞서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전원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해당 안건에 대한 별도 수정안을 낼 권한을 부여하되,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의석수 차이로 인해 수정안 의결까진 불가능하더라도 법안 심의를 이유로 관계자들을 출석시키는 등 필리버스터보다 더 장기간의 시간을 벌 수 있는 지연전술인 셈이다.

다만, 소집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국회의장이 주요 법안의 심의 등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동의를 받아 전원위원회를 개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단서조항 때문에 1년 전 한국당의 전원위원회 소집 요구는 불발됐다. 당시 민주당과 한국당이 전원위 토론 시간에 대한 입장 차로 전원위 개회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첫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섰던 주 원내대표는 "자유당 시절이던 1952년 4월에도 전원위원회가 6일 동안 실시됐다"면서 민주당과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을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도 이 점을 감안해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따로 논평을 내 "전원위는 본회의 의사 결정 전 의원들의 충분한 발언 기회를 보장하고 심도 있는 의안 심사를 하기 위해 의원 전원으로 구성하는 본회의 예비심사 회의체"라며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토론 전원위원회를 즉각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자유당 시절에도 허용되던 제도"라며 "폭주기관차를 멈추고 전원위를 통해 다시 한 번 절차대로 논의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전원위원회 소집은 없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회의 속개 후 "여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안건 심사를 이어가도록 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10일 표결되지만 '필리버스터 정국'은 한동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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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정회된 후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공수처법 개정안의 운명은 오는 10일 오후 본회의에서 결론날 예정이다. 여야의 의석 수 차이를 감안할 때 부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다만, 국민의힘이 연 '필리버스터 정국'은 한동안 계속된다.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골자로 한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표결로 종결 동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따졌을 때 최소한 12월 12일까지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국민의힘 #국회 본회의 #전원위원회 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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