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은 사회개혁!

등록 2020.12.23 10:01수정 2020.12.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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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쟁교육은 한마디로 학생들로 하여금 앎과 삶을 유기적으로 연관시키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즉 자아발견, 자기성취 그리고 공동체적 유대감을 터득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 지 오래다.

일례로 코로나바19의 한가운데 있는 현재, 우리는 비대면 원격교육에서라도 교과진도를 나가면서도 이 감염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생태 및 환경위기에 대해 학생들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일전에 인천의 도성훈 교육감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생태문제를 보다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익히면서 스웨던의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툰베리에 버금가는 안목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교육이 이렇게 한계를 드러낸 채 오래 지속되는 것은 교육정책 자체로 해결될 수 없는 외부 요인들에 의해 제어되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은 '입시'에 의해 제어되고, 입시는 '사회'의 출세주의 및 불평등 현상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사회'의 능력주의(meritocracy)적 가치관은 '문화'적 뿌리에 의해 제어되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 : 제도와 입시

일례로 대학입시 전단계의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고교학점제는 어떠할까? 고교학점제는 2025년도에 전면 실시를 앞두고 시범학교가 곳곳에서 운영중이다. 2020년 12월 18일자 경남도민일보 우귀화 기자가 고교학점제 시범학교 학생들을 인터뷰 한 결과, 적성에 따라 수업을 선택하고 다른 학교에서 들을 수 없는 수업도 들을 수 있는 등 장점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남는 문제는 실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대입 제도가 실제 교육과정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학생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실제로 수능 비중이 큰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은 수능 위주 선택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5년에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도입하려면, 대입 제도부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기사제목 : 고교학점제 안착될까).


그렇다면 교육개혁 과제들 상당수가 입시에 의해 수정 혹은 좌초된다고 할 수 있다. 입시 곧 교육의 외부에 있으면서 교육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주지하다시피 사회적 지위경쟁이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할수록 교육은 경쟁의 장으로 변모한다. 이 때 교육은 '삶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주로 교과지식 암기를 통한 '입시교육'이다. 입시에 주력하는 학습환경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아시아가 전반적으로 그렇다.

사회 : 자살률

좀 우울한 이야기지만 한국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2018년 2월9일자 미국의 매체 OZY에서 한국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OZY는 미국의 CNN, MSNBC 전직 뉴스 앵커, 골드만 삭스 등 전직 기업인들이 만든 언론이다.

"한국인의 자살율은 OECD국가중 단연 1위다.  2위인 헝가리보다 50%이상 높다.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26.5명이 자살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일단 일본과 비슷한 17명으로 낮추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성인들의 78%는 자신들이 느끼는 우울감의 원인을 자신이 나약한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단지 6%만이 자신 탓으로 여긴다.

한국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대다수의 자살 희생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정신문제로 여기지 않고 육체문제로 여긴다고 한다. 그래서 정신의학과를 찾기 보다는 피로, 집중력 저하, 복통이나 두통과 같이 다분히 육체적 통증으로 내원을 한다. 이렇게 정신적 케어가 어렵기 때문에 항우울제 처방도 OECD 국가중에서 가장 낮다.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2018년 당시 서울에서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채드 엡슈타니(Chad Ebesutani)에 의하면, 한국의 청년 세대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사회적 성취에 대한 압력이라고 진단한다. 두 가지 압력은 학업 스트레스와 취업 스트레스다. 학업은 이른바 명문대 진학을, 취업은 주로 재벌인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한국의 젊은이들이 정신적 불안과 고통 그리고 극단적 선택을 야기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자살방지를 위한 예산은 2012년 기준으로 105억원인데 일본의 경우는 1800억원이 넘는다. 한국은 개인이나 정부 모두 문제를 보다 깊이 직시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기사제목 : SOUTH KOREA'S MENTAL HEALTH PROBLEM — THAT KOREANS DON'T ADMIT).

물론 한국에서 우울증 약을 먹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는 있다. 그러나 위 기사에서 쓰고 있듯이 아직 한국인들의 정신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희생과 고통에 비추어 그만큼 높지 않다. 그래서 정신적 고통의 원인을 찾는 노력도 좀더 미흡해 보인다.

사회 : 경제적 불평등

그렇다면 사회의 무엇이 교육경쟁, 지위경쟁을 야기시키는가? 여기에는 서열화된 대학의 졸업장을 얻어내야 사회적 인정, 가족의 명예, 노후 및 복지가 배타적으로 보장되는 단일하고 편협한 행복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서열화 즉 학벌과 직업차별을 극복하지 못하는 정부역량도 분명 문제다.

2019년 2월 22일자 워싱턴포스트에서 미국 노스웨스턴 교수 매티어스 더프케(Matthias Doepoke)와 예일대 교수 패브리지오 질리보티(Fabrizio Zilibotti)는 입시경쟁의 원인을 사회적 불평등에서 찾는다.

"성취지향적 부모들이 있는 사회에서는 빈부차이가 심하다. 반면에 정부가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고 좀더 아늑한 환경을 만드는 사회 즉 불평등 지수가 낮은 곳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를 허용적으로 대한다. 불평등과 대결하라! 이것이 열쇠다. '월드가치서베이(World Values Survey)'는 거의 100개의 나라에 걸쳐 수천명을 대상으로 아이양육 관련 가치(태도)를 물었다.

그리고 자녀에게 강도높게 성취압력을 넣는 철두철미한(intensive)한 성향에서부터 성취보다는 상상력과 독립심 등을 관대하게 허용하는(permissive) 가치 사이에 나라를 배열했다.  그 결과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성취압력은 높고 자녀에 대해 자아발견과 상상력을 독려하는 비율이 낮았다. 경제적 불평등 지수가 높아 자녀에게 성취압력이 높은 나라가 중국, 러시아, 터어키, 미국이다. 반대로 성취압력을 가하지 않는 나라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독일 등이다"
(기사제목 : The parent trap).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이 통계에 잡히지는 않았으나 높은 자살율을 감안할 때 중국, 터어키 등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문화: 과거시험과 입신양명

불평등은 다분히 사회적 요인이다. 그럼 이 사회적 특성을 결정짓는 것에 경제적 요인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13년 2월28일부터 방영된 KBS '[명작 다큐] 5부작'은 한국의 입시문화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공부하는 인간'편에 따르면 한국출신을 포함하여 미 하버드대학교 학생들 몇 명이 중국, 인도, 일본, 한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을 탐방하며 동서양의 공부문화를 비교한 것이다. 1500년전 중국 수나라에서 시작된 과거제도가 세계 최초의 시험이라는 내용과 함께 암기와 암송에 의지하는 공부의 문화적 흐름이 지금도 동양에 지배적이라는 것을 다룬다.

특히 암기에 의존하는 동양권과 달리 유태인과 프랑스 학생들의 토론환경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여기서 한국의 입시위주의 교육환경도 뿌리가 깊어 개선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자녀의 학업성적이 가족과 기업 그리고 공공기관의 성적표가 될 정도로 성적 지상주의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경쟁의 대열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이 기술 및 기능으로 사회에 적응하고 대우받으며 살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며 이는 명백한 부조리다. 비정규직 젊은이들의 끊이지 않는 죽음은 바로 이러한 부조리의 징후라 아니 할 수 없다.  

 

교육과 사회 및 문화와의 관련성 교육>입시>사회>문화의 순서로 규정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문화가 근저에 있으며 교육이 가장 표층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 신남호


그럼 문화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의 유인원을 제치고 지구를 지배하고 번성할 수 있는 힘은 언어를 중심으로 한 상징과 상상 그리고 협업능력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화도 상상의 산물이며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적에 의해 지위를 분배하고 명예를 안기는 아시아 및 한국의 과도한 능력주의도 폐기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방역과 원격수업 환경을 갖추는데 여념이 없지만 교육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외적 환경은 변했어도 내부에 고착된 문제 즉 성적압력과 취업압력에 의해 생기를 잃은 학생과 젊은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책적 고민은 단념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교육칼럼니스트로서 진보적 인터넷 매체 '민중의소리'에 기명칼럼 45편 정도 썼습니다. 저작으로 '논리의 망원경으로 내다본 세상', '말로만 교육개혁'이 있습니다.
#교육과 사회 #교육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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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에 교육평론 45편 정도 기고했으며, 현재 인천교육청 공립 대안교육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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