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현 모리시리 마을 산신제에 다녀왔습니다

정월 초 집안의 안녕과 행복,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

등록 2021.01.02 20:19수정 2021.01.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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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침 시가현 모리시리 마을 산신제에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마을 남자들은 새해 첫날 아침부터 금줄을 꼬고, 모치 찹쌀떡을 빚고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시가현 농촌 시골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 초 집안의 안녕과 행복, 풍년을 기원하면서 산신제를 엽니다.
 

모리시리 마을 남자들이 산신제를 지내는 모습과 신신제 제물입니다.? ⓒ 박현국

 
우리나라에서도 산신제를 엽니다. 산신제는 음력 정월 초에서 대보름 사이 혹은 10월 초 산에 올라서 산신에게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를 열어서 하늘 신에게 풍년이나 안녕을 기원하고, 추수나 수확의 감사를 산이나 하늘 신에게 고마워하기도 합니다. 


모리시리 마을은 46세대가 모여서 삽니다. 원래 농사를 지으며 살았지만 지금은 가까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산신제는 해마다 당번을 정해서 한 집에서 준비했지만 지금은 마을 세대를 셋으로 나누어서 3년에 한번씩 당번제로 산신제를 맡아서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처음 마을 사람들은 산에서 먹거리를 채취하고, 산에서 나무를 해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신에게 행복을 기원하고,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좋다는 허락으로 산신제를 시작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산신은 여신이기 때문에 여자들이 접급하면 질투를 한다고 해서 산신제의 준비와 진행은 모두 마을 남자들이 맡습니다.
 

모리시리 마을 남자들이 찹쌀 볏짚을 이용해서 금줄을 꼬고, 모치 찹쌀떡을 빚고 있습니다. ⓒ 박현국

 
마을 공민관에서 모치 찹쌀떡을 빚습니다. 해마다 찹쌀 6kg, 팥 600g으로 떡을 빚습니다. 떡은 흰 찹쌀떡 여섯 개, 삶아서 찧은 팥을 섞은 찹쌀떡 여섯 개를 만듭니다. 여섯 개를 만드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전해온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이 섬기는 산신 부부나, 조상신 부부, 천지신 부부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며 음복을 하기 위해서 오세치 정월 음식을 만들거나 준비해서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신형코로나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서 먹는 것을 생략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이어갈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물 준비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제물을 들고 산신제를 지내는 산으로 향합니다.

먼저 행렬 앞쪽에서 '에토에토' 하고 소리르 지르면 뒷쪽에서 '니타니타' 하고 앞소리를 받습니다. 이렇게 소리를 주고 받으며 마을 길을 걸어서 산으로 향합니다. 이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집 대문 밖에 나와서 산신제 준비하느라 수고한다고 인사를 건냅니다. 
 

신신제를 마치고 모치 찹쌀떡을 나누어 먹습니다. 올해는 음복용 개인 종이컵과 비닐 봉투에 쌀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 박현국

 
산에 도착하면 해마다 제장 부근에 길게 산신 제물을 펼쳐 놓고 신신제를 지냅니다. 마을 사람 가운데 뽑힌 제관이 산신에게 풍년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제물을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 먹습니다. 이때 불을 피워서 모치 찹쌀떡을 구워서 먹습니다. 

올해는 신형 코로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음복용으로 사용할 일회용 개인 종이컵을 준비했고, 쌀을 작은 비닐 봉투에 넣어서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음복이 끝나면 제장을 정리하고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귀가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신에게 보고를 마쳤으니 이제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좋다고 합니다. 


모리시리 마을에서 산신제를 정월 초하루 지내는 까닭은 산신제를 하루라도 일찍 마쳐야 산 일을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산에서 일을 하지 않지만 옛 습속이 남아있어서 지금도 이렇게 정월 초하루 산신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신형 코로나 감염증은 세상 모든 일을 바꾸어놓았습니다. 해마다 정월 지내는 산신제 역시 코로나 영향으로 더욱 간소해지고, 단촐해졌습니다. 이렇게 바뀐 모습이 이제 새롭게 정착되어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새해 산신제를 담당할 제관을 뽑을 때 교체식을 엽니다. 이때 금줄을 둥그렇게 만들어 새로 뽑힌 제관을 둘러 쒸웁니다. 산신제를 마치고 모치 찹쌀떡을 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시민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 #시가현 #모리시리 마을 #모치 찹쌀 떡 #쌀 알 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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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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