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것

코로나 시대 후회없이 살아내는 일

등록 2021.01.06 11:23수정 2021.01.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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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쥐의 해인 임자년은 가고 소의 해인 신축년 새해가 왔다. 새해라고는 하지만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은 변화 없이 내일을 맞이한다. 이 삼일은 멍한 채 아무 느낌과 감각이 없이 보내고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해 보게 된다.


사람이 진이 빠진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너무 바쁘게 긴장을 하며 정신없이 살아와서 그런지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다. 산다는 것은 시간이 어김없이 가고 또 다른 날들과 마주한다. 또 한 해를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사는 게 힘든다고 말하지만 생각을 바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우리의 삶이다.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며 행복의 스위치를 켜놓고 살고 있다. 감사와 고통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긍정의 에너지로 바뀐다.

우리 가족은 매년 연말이면 온 가족이 모여 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정을 나누는 날이다. 남편 나이 팔십이 되면서 서울에서 모이는 가족행사를 하기 시작했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잘 살아가기를 응원하는 자리는 남편에겐 특별한 날이었다. 평소 말이 없는 남편은 그날은 약주 한잔하시고 목이 메는 소리로 자녀들 삶을 응원하며 아버지로서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자녀들에게 거하게 쏘시면서, 본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짧아지면서 느끼는 회한이리라.

일 년을 잘 살아내고 새해를 맞는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은 흐뭇하고 사는 맛이 있었다. 우리가 어려운 세상을 살아내는 힘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코로나라는 감염병으로 우리 일상의 자유가 구속되고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조차 찾을 수 없이 힘들고 아픈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이 상황에서 감사해야 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니 참 아이러니하다. 살아있다는 현실이 말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도 갖추지 못한 채 수많은 사람은 지구 별을 떠나는 비극을 우리는 목격했다.


삶과 죽음은 순간 이동이었다. 그런 사항을 바라보고 보내고 있는 현실이 참 많이 안타깝고 아프다. 가족들조차 어찌할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우리는 슬픔만 삼킬 뿐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과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가족 말고는 누구와도 만남을 가질 수 없는 지금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 많은 제약 속에 나날을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처해 있는 지금의 현실을 무시하고 혼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없기에 답답한 마음이지만 견뎌야 만 하는 일이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일은 막아 놓은 상태이다. 그저 생존을 위해 먹고 자고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하는 일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 년을 잘 살아냈다.

지난해 생전 처음 접해보는 위기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냈다. 그런 연유인지 나는 조금은 지친 듯하다. 많은 일을 도전하고 가족들을 챙기고 살아온 날들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았던 게 아닐까? 내게는 힘에 겨운 날들이었다. 새해부터는 긴장을 조금 내려놓고 가벼워지고 싶다. 조금은 과한 욕심은 내려놓고 담담히 나를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물 흐르듯 가볍게 살고 싶다.

지난 12월 중순부터 코로나 3단계로 시니어 일도 멈추고, 서점에서 듣던 작가 강연 각종 모임도 멈추진 상태라 삶이 활기가 줄어들었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살고 있지만 결국은 자기 삶은 혼자 살아내는 삶이다. 나이 들어가며 외로워지는 삶을 살아내기 위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세운다. 나이만큼의 무게로 나는 담담히 잘 살아 낼 거라고,

지금 내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내 건강을 지키야 내야 하는 일이다. 한동안 춥다고 미루었던  걷기 운동부터 시작을 했다. 하루 한 시간씩, 그리고 해가 드는 창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음악도 듣는다. 가끔씩 글을 쓰는 것도 내 삶을 행복으로 이어 주는 요건 중 하나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누구는 돈이 첫째일 수 있고 누구는 명예가 첫째일 수 있고 아니면 건강이, 또는 사랑이 행복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각기 자기가 가지는 가치관이나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그 생각의 차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높은 가치를 행복의 기준으로 삼을까? 그건 각자의 몫이다.

나는 지난해 예기치 못한 코로나로 내 삶의 특별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두 부부만 조용하게 살아오던 일상 속으로 딸네 가족이 들어왔다. 사람 사는 일은 내일도 모르고 사는 게 우리의 삶이다. 코로나라는 감염병이 선물처럼 딸네 가족을 우리에게 보내 주었다. 물론 힘든 면도 있지만 시림사는 집 처럼 온기가 넘쳐나고 웃음이 꽃이 활짝 핀다.

나는 딸네 가족과 함께 살면서 같이 맛있는 걸 함께 만들어 먹고 가고 싶은 곳을 함께 다니며 소소한 일상들을 나누었다. 코로나로 자칫 우울하고 힘겹게 살았을 시간을 손자와 딸이 함께 살면서 그 우울함을 잊을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가끔씩 사위와 함께한 시간들도 평생 잊지 못할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었다. 몸은 힘들었도, 둘만 살았으면 허전하고 외로웠을 시간을 셋째딸 가족이 채워주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 그 속에 행복도 같이 한다. 아무리 좋은 집과 돈이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곧 있으면  같이 살던 딸네 가족이 떠난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삶이 있다. 자식이지만 독립된 공간에서 살기를 원한다.

새해가 되었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간은 헛되지 않게  살아보려 한다. 연말연시 연휴이지만 코로나로 집에서 보내야 하는 요즘이다. 집에서도 찾으면 즐거운 일이 많다. 독서도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외롭지 않아 마음이 가득해진다.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말들 하지만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지나갈 것이다. 기다리던 코로나 백신도 나왔으니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코로나를 겪어 내면서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혼자만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살맛이 나는 세상이다. 모두가 모여 웃고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코로나가 없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신축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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