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법원 "일본,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1억씩 배상해라"

5년 만에 나온 법원 첫 판단... "일본 반인도적 범행, 국가면제 적용 안 된다"

등록 2021.01.08 10:43수정 2021.01.08 11:26
8
원고료로 응원
[기사 보강 : 8일 11시 19분]

법원이 일본 정부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소를 제기한 지 꼬박 5년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정곤)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결론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일본 정부)의 불법행위가 모두 인정되고,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라며 "피고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위자료는 적어도 원고들이 청구한 각 1억 원 이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국가면제론, 반인륜적 범죄에 적용되지 않는다"
 
a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희훈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국가(주권)면제론'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면제론은 국가의 주권행위에 대해 다른 국가에서 재판받는 것을 면제한다는 논리인데, 그간 일본정부는 이 점을 방패로 삼아 소송에 무대응해왔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의 범죄 행위는) 계획적,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런 부분까지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우리 법원은 피고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일본 정부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경우, 국가면제론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 피해 할머니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재판부는 판결 말미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효력이 이번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가 직접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은 없다"고 명시했다.

5년 만의 첫 판단... 위안부 손배 선고 13일에도 예정


한편, 이날 판단은 소가 제기된 지 꼬박 7년, 사건이 법원에 오른 지 5년 만의 결과다. 2013년 8월 피해 할머니 12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 원씩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조정 신청서를 처음으로 제출한 바 있다. 조정이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이 사건이 헤이그송달협약 13조 상의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대응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후 피해 할머니들은 2015년 10월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겨달라고 요청했고, 사건은 이듬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재판은 일본 정부의 계속된 재판 참여 거부 문제로 인해 4년간 공전됐다. 결국 재판부는 2020년 1월, 이 사건을 '공시송달'로 처리한 뒤,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이란 피고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피고가 서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속 재판에 불응할 경우, 법원이 송달 서류를 보관한 뒤 당사자가 나타나면 향후 교부할 뜻을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는 방법이다.

한편, 오는 13일에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길원옥, 고 곽예남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원고가 다를 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는 점은 같다. 

"역사적인 승소 판결"

선고 직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적인 승소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나영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법원에서 정의기억연대 등 여러 단체 이름으로 낸 성명서를 낭독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법의 인권존중원칙을 앞장서 확인한 선구적인 판결"이라면서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성심껏 귀 기울여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다한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같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한 경우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재판청구권과 보편적 인권존중의 원칙을 국가면제의 항변보다 앞세워야 한다는 명쾌한 선언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나영 이사장은 일본을 향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 중 상당수가 운명을 달리해 현재 피해생존자는 5명에 불과하다. 시간이 없다. 일본 정부는 지체없이 판결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위안부 #손해배상 #일본 #법원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