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수업에서 다 같이 팽이놀이 해봤습니다

'도토리팽이', '나무팽이', '실팽이'로 하는 융합수업

등록 2021.01.15 16:38수정 2021.01.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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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만들기로 하는 융합수업 '도토리팽이', '나무팽이', '실팽이' 색칠하고 만들기 ⓒ 조성모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사별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교과융합수업'을 장려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안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통해서 주로 동학년별로 융합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오늘은 음악으로 온라인 실시간 수업을 연다. 드라마 <도깨비>의 주제곡이다. 매일 아이들이 선곡해 주는 음악으로 귀가 풍년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들이 오늘 할 '팽이 만들기' 수업을 준비한다.
 
"겨울철에 많이 하는 전통 놀이 중에 '도래기 치기'가 있어요."
"도래기가 뭐예요, 선생님?" 
"도래기는 팽이의 제주도 말이래, 전라도에서는 '뺑돌이', 경상도에서는 '핑딩', '뺑이' 그리고 경기권, 충청도에서는 '팽이'라고 한대. 선생님도 여러분 나이 때 친구들이랑 골목을 누비면서 팽이 치기를 많이 했었고, 땅바닥에서도 하고 얼음판 위에서도 하루종일 했어요, 같이 밖에서 팽이 치기 하고 놀면 좋을텐데, 아쉽네."
"올해는 할 수 있겠죠?"
"그럼, 팽이로 여러가지 놀이를 할 수 있는데 오래 돌리기, 팽이 싸움, 경주하기 등이 있어요. 어제 나눠준 팽이 3개랑 유성매직이나 싸인펜 있으면 준비해 주세요."

이 융합수업은 팽이를 주제에 맞게 색칠하면서 미술교과의 '표현중 조형 원리의 특징을 탐색하고 표현 의도에 맞게 활용하기'를 학습하고, 팽이를 돌리면서 과학교과의 '에너지의 형태가 전환됨을 알아보기'를 배운다. 그리고 여가와 운동 체력면에서 체육교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운동 및 여가 활동을 꾸준히 하기'를 진행한다. 

'도토리팽이', '나무팽이', '실팽이'를 색칠하고, 팽이 놀이를 하기 전 '관성'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물체가 힘을 받지 않으면 물체는 계속 정지하려고 하는데,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그 운동을 계속하려고 한답니다. 버스타고 갈 때, 정류장에 멈춰 있다가 출발하면 몸이 어떻게 되지?"
"몸이 뒤로 가고, 고개가 팍 뒤로 껶여요."
"그럼, 버스가 정류장에 멈출 때는 몸이 어떻게 됐니?"
"앞으로 쏠리고, 의자 앞에 손잡이를 잡게 돼요."
"그게 '관성'이래요. 그래서 돌기 시작한 팽이는 '관성'으로 계속 돌려고 하는데, 그러면 계속 돌 수 있을까?"
"아니요, 돌다가 쓰러져요."
"왜 그럴까?"
"힘이 없어져요."
"맞아요, 팽이가 돌면서 주위 공기의 저항도 받고, 팽이 밑과 바닥이 서로 마찰 때문에 도는 힘이 없어진데요."

팽이 색칠하기 '도토리팽이', '나무팽이', 실팽이' 색칠하기, 만들기 ⓒ 조성모

 
이제 이번 수업의 정점을 찍는 팽이 돌리기를 해 본다. 아이들이 제일 기다리는 시간이다. 도토리팽이는 작고 귀여운데다 한 번 돌리기 시작하면 끄덕없이 잘 돌아가서 한참을 보게 된다. 나무팽이는 그 넓적한 판에 색칠한 모양이 돌아갈 때 색이 합쳐지면서 보여지는 색깔이 매력적이다.

실팽이를 돌리기 위해선 양손으로 막대를 잡고, 실을 비비 꼬울 수 있도록 팽이를 한쪽으로 계속 돌려준다. 어느 정도 실이 제법 꼬였다면 실을 늘였다 줄였다 해주면서 실팽이를 돌리면 된다.

쌩쌩 바람을 가르는 모습에 몇십 분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요령이 생기면서 팽이에서 '웅웅' 소리가 난다. 꼭 벌들이 돌진해 오는 것처럼 크게 들린다. 아이들도 처음 만들어보고 돌려보는 실팽이를 재미있어한다.  

이렇게 겨울 전통 놀이인 '팽이'를 가지고 융합수업을 했다. 학급교육과정이 학생들 일상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교과 융합수업이 답이 될 수 있겠다. 올해도 동학년 선생님들과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신나고 창의적인 교과융합수업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지금은 이렇게나마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서 혼자 팽이놀이를 한다. 아이들이 팽이 돌리기 하는 것을 화면에서만 보니 성이 차지가 않는다. 융합수업 교과 중 체육의 성취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반 모두 운동장에 나가서 얼음판 위에 팽이를 놓고 채를 휘두르며 신나게 놀면 더 좋을 것인데, 많이 아쉽다.

올해는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과 운동장에 미리 물을 뿌려놓고 얼음판을 만들어서 신나게 팽이 치기를 해보고 싶다. 노래 가사처럼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줄도 모르고~' 두꺼운 옷 다 벗어놓고 지칠때까지 팽이를 치던 내 어린시절처럼.
#융합교육 #팽이놀이 #교육과정 재구성 #겨울철 놀이 #집콕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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