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 실효성 있나?

[주장]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시설 개선과 선진운전문화 정착 아쉬움

등록 2021.02.03 08:10수정 2021.02.0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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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구역 안전대책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 추진 ⓒ 교육부

 
치일 뻔했다. 오전 골목길 사거리에서 건너려다 말고 저만치서 차가 오는 것을 보고 멈췄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차에 치일 뻔했다. 속도위반, 보행자 보호의무 불이행이다. 주택가, 상가밀집지역의 생활권 이면도로(중앙선이 없고 차량의 진행 방향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도로)는 운행속도를 30km/h로 제한하는 '30구역' 지정제도가 있으면 뭐 하나 싶다.

방금 건너려는 사거리는 중학교를 끼고 있어서 중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수시로 다니는 거리인데도 차들의 속도는 줄지 않을 뿐더러 사람보다 먼저 진행하려고 오히려 속도를 더 키운다. 분명히 사거리에 폐쇄회로 CCTV가 있는데 저렇게 버젓이 위반하는 차량을 단속해서 벌점과 벌금을 매기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무인 교통단속장비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2021년까지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 내 폐쇄회로 CCTV를 일제히 정비하겠다고 했다. 불법 주정차 방지를 위한 단속용 CCTV 설치 확대 및 속도제한이 30km/h인 '30구역'에서 속도위반, 보행자 보호의무 불이행 등 주요 교통법규를 위반할 경우 현행보다 2배 많은 벌점 부과를 한다고 공표했다.

이면도로에서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고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도로에서 그렇게 했다간 온전히 살아남지 못한다. 차를 몰고 가는 운전자들도 차 타기 전에는 보행자이건만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사로잡히는 것일까? 차량 유리창 앞에 보이는 보행자들이 누구의 엄마, 아빠, 자녀이건만 나부터 먼저라는 생각으로 들이밀고 보는 것일까? 아직 대한민국의 운전문화가 아쉽다.

이제 3월부터 등교수업이 확대되면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기 위해서 골목으로 나오고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도로에 나올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어린 자녀들이 등교길에 골목으로, 거리를 건너려고 횡단보도에 있어도 운전자들을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부모들이 있을까?

학생이 대한민국 어느 학교를 가더라도 등·하교길에 어린이들을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정부를 포함해 시민이 할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2017년 9월 25일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보행안전 종합대책'을 세워서 2021년 올해까지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42% 줄이기로 했었다.

그 대책의 일환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도로에 무인단속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등을 우선적으로 설치하겠다고 했다. 과속 등 법규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현재보다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상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보행안전은 예전과 같거나 오히려 못하다. 지금은 수시로 인도로 뛰어드는 오토바이와 킥보드까지 상대해야 하니 보행자 안전은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다. 정말 위에 열거한 단속장비가 실효성이 있기나 한건가 의심이 든다. 현재 기자가 보기엔 아예 단속의 의지가 없다고 보여진다.

작년 3월 정부의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 이행계획은 2017년 '보행안전 종합대책'을 좀 더 구체화했다. 2022년까지 전국의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 무인 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 설치 완료, 옐로카펫(어린이 횡단보도 대기소)와 노란발자국 시설 확충, 보행로 확보, 학교 주출입문 연결된 도로 불법 노상주차장 폐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 어린이 보호구역 추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위반 차량 범칙금・과태료 2배에서 3배로 상향 등이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강화대책이 진정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안전 특히 어린이 안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에서라도 누구든지 위반하게 되면 반드시 벌이 주어져야 한다. 이면도로 사거리에서 보행자가 있든 없든 정지 후 출발하는 않는 차량, 보행자 보호를 소홀히 한 차량, 과속 차량, 주·정차 금지 위반 차량, 도로에 뛰어드는 오토바이 등은 안전운전 미숙 및 보행자 보호의무 소홀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둘째, 보행자를 보호하는 성숙한 운전문화가 있어야 한다. 운전대 잡는 순간 레이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보행자 우선인 선진 운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선진외국에서는 심지어 빨간불인데도 보행자가 끝까지 횡단보도를 갈 때까지 기다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맘 놓고 골목에서 다닐 수 있고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일 때 건너면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선진 운전문화가 필요하다. 

이제 3월 등교수업이 확대되면 학생들을 골목에서 거리에서 많이 보게 된다. 그동안 비대면 수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대적으로 밖으로 나올 기회가 적었던 아이들이다. 보행자 우선인 선진 운전문화 정착으로 대한민국의 단 한 아이도 교통사고로 다치는 일이 없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CCTV #보호구역 #교통안전 #안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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