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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취항 중단 1년... 김포공항을 가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운항 중단된 국제선과 여전히 북적이는 국내선

등록 2021.02.04 08:44수정 2021.02.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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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없이 텅 빈 국제선 청사 도착 터미널 코로나-19로 국제선 전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는 1년 넘게 '방치' 상태에 있다. 운항 중단으로 입국 승객이 끊기며 텅 비어버린 1층 도착층의 모습. ⓒ 유채하

 
2020년 코로나19는 전 세계 모든 분야, 모든 사람의 일상과 모습을 변화시키거나 붕괴시켰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바로 여행, 특히 해외여행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감염자가 늘어나자 세계는 하나둘씩 국경을 걸어 잠갔다.

휴가철이나 주말,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수다 소리와 미소로 떠들썩했던 공항은 이제 침묵과 어둠 속으로 들어갔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해외 입국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역시 이전의 설렘과 행복은 사라지고 두터운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해외에서 돌아온 장기체류 교민들, 대한민국 내 장기거주 외국인들 정도만 왔다 갔다 할 정도다.

김포공항은 2001년 이전까지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하던 공항이었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잠시 국내선 공항으로 전환되었던 김포공항은 2003년 김포~하네다 셔틀 직항편 취항을 시작으로 다시 국제선 운항을 재개했고 오사카, 베이징, 상하이 등으로 취항지를 늘려나가다가 2010년대에는 인천공항, 김해공항과 함께 대한민국의 또 다른 관문 중 하나로 그 위치를 지켜왔다. 코로나 발생 2년 전에는 기존의 청사를 리모델링하여 더 쾌적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승객들을 맞았다. 

이런 김포공항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2020년 3월부터 김포공항의 모든 국제선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이용객 수도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포공항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비행기와 승객이 끊겨 방치된 것처럼 조용한 국제선 청사와 여전히 많은 승객으로 북적거리는 국내선 청사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지난 3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김포공항을 방문했다.
 

공항철도의 LED 안내판 김포공항역 정차를 알리는 LED 안내판. 코로나 이후 해외출국자가 줄면서 공항철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직통열차와 도심공항터미널이 폐쇄되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승객수가 이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도권 지역 내에서 공항철도의 수요는 대단했다. ⓒ 유채하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환승해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출국자 수가 줄어들면서 공항철도도 직격탄을 맞았다. 공항철도는 서울역에 도심공항터미널을 설치하고 이를 직통열차와 연계해 해외출국자를 위한 맞춤 서비스를 해왔다. 도심공항터미널에는 탑승수속과 출국심사를 제공하는데, 이는 탑승객들이 공항 도착 전 본래의 절차를 미리 마쳐 빠르게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직통열차는 정차역 없이 서울역에서 인천공항2터미널까지 58분, 인천공항1터미널까지 43분 안에 주파한다. 일반열차와 10여분 밖에 소요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가격은 9000원으로 매우 비싸서 골칫덩어리였던 직통열차를 도심공항터미널과 연계시켜 겨우 두 열차 간 수요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출국자가 줄어들며 도심공항터미널이 문을 닫게 되자 직통열차 역시 함께 운행을 중단했다. 운행 중단 이후 방치되었던 직통열차 전동차는 현재 일반열차 구간에서 임시열차로 사용되고 있다. 시간대만 맞으며 일반열차 가격으로 직통열차 좌석에 앉아 이동할 수 있다. 홍대입구역에서 15분 정도 달리니 김포공항역에 도착했다.
 

공항철도-9호선 승강장 공항철도와 9호선은 평면환승 형태로, 환승 절차가 매우 간편하다. 지하4층에서는 9호선 개화행 - 공항철도 인천공항행이, 지하3층에서는 9호선 중앙보훈병원행 - 공항철도 서울역행이 한 승강장에서 출발한다. ⓒ 유채하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진입로 김포공항역을 사이에 두고 국내선 / 국제선 청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뉜다. ⓒ 유채하

 
개찰구를 나오니 역을 중심으로 갈림길이 나뉘었다. 이때부터 두 공간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 보였다. 캐리어를 끌고 정신없이 갈 길을 가는 국내선 청사 방향 무빙워크와 일부 소등되어 있던 국제선 청사 방향 무빙워크의 모습이 코로나19가 바꾼 공항의 모습을 실감케 했다. 

여전히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던 국내선 청사
 

국내선 3층 출발층 모습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는 여전히 탑승객들로 넘쳐난다. ⓒ 유채하

 
국내선 청사로 먼저 올라가 봤다. 1층 도착층부터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수혜 노선으로 여겨지는 김포-제주, 김포-김해 노선은 지금도 10~15분에 한 대씩 비행기가 이륙한다. 공항 주차장 역시 코로나의 공습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듯 만원이었고, 국내선 청사로 오가는 시내, 시외버스도 승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2층 체크인 카운터와 3층 출발층에는 탑승객들이 더 많았고, 가족 단위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 안내기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국내선 비행기는 여전히 활발히 승객들을 태우고 운항 중이다. ⓒ 유채하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도착층 . ⓒ 유채하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운행하던 리무진은 이제 KAL 리무진 한 대만이 남아있다. ⓒ 유채하

 
국내선 청사 밖으로 나오니 리무진 정류장이 눈에 띄었다. 교통, 비행편, 승객들로 여전히 활기찼던 국내선 청사에서 딱 하나 어두운 점이 보였던 공간이 바로 이 곳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의 공항리무진 운행이 중단되면서 승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1977년부터 공항리무진이 최초 운행했던, '1호' 리무진 노선인 6000번 버스 역시 결국 코로나19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운행 43년 만에 휴식을 하게 되었다.


텅 빈 리무진 정류장에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승객 없이 텅 비어 보였던 KAL 리무진 버스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이 버스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노선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김포공항-인천공항 간 리무진은 인기 노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공항리무진이 모든 노선 운행을 중단하면서 김포공항-인천공항 간 노선도 운행을 중단했고, 결국 KAL 리무진 한 대만이 두 공항 사이를 쓸쓸히 오가게 된 것이다.

리무진 정류장의 쓸쓸한 모습을 뒤로한 채, 5분에 한 대씩 오는 공항 셔틀버스에 탑승하고 국제선 청사로 향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국내-국제선 청사 사이를 오가던 탑승객들이 발길이 끊겨 버스 내부도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공항 직원, 항공사 승무원, 세관 직원들 몇 명만이 보이는 정도였다.

여전히 침묵으로 머물러 있는 국제선 청사
 

국제선 청사 외부 리무진 버스와 입국객들도 북적거렸던 국제선 청사는 침묵으로 잠든 청사와 함께 침묵중이다. ⓒ 유채하

 
국제선 청사에 도착하자 느낌부터 색달랐다. 국내선 청사에서 느꼈던 희열과 즐거움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깊은 침묵만이 나의 가슴을 싸늘하게 만들 뿐이었다.
코로나19가 악화되며 김포공항은 지난해 3월부터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오사카, 도쿄(하네다), 나고야 등 일본 노선과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의 국제선이 오가며 수도권 제2 관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공항이었다. 청사 리모델링과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 개설 등, 관문 역할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고 있었던 김포공항의 꿈은 코로나-19의 공격으로 침묵 속으로 잠들어야 했다. 이 침묵 속에서 언제 이 꿈이 다시 깨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입국객들을 태워 가던 택시, 리무진, 교통편들이 전부 끊긴 청사 외부는 마치 버려진 공항을 보듯 조용하고 한산했다.
 

폐쇄된 에스칼레이터 2층 출발층으로 가는 에스칼레이터가 굳게 멈춰있다. ⓒ 유채하

 
국제선 청사 내부는 일부 불이 소등되어 있었다. 입국객들로 북적거렸던 터미널 내부는 인적이 뚝 끊겼고, 방문객들이 이용하던 은행 카운터와 통신사 로밍 서비스 창구, 리무진 매표소 등도 전부 문을 닫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공항직원 2명만 보일 뿐이었다.

1~2년 사이 뒤바뀌어 버린 공항의 모습이 매우 낯설고, 무섭기까지했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이곳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공항 내부에는 방문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TV를 보거나 몇몇 개점한 상점들에서 음식을 사먹는 모습들이 보였다.
 

텅 빈 입국장 출구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며, 입국장 출구 역시 폐쇄되어 텅 비어있다. ⓒ 유채하

 

텅 빈 출발 LCD 모니터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김포를 떠나는 국제선 항공기는 모두 종적을 감췄다. ⓒ 유채하

 
또 다른 공항의 모습
 

우리들병원 우리들병원과 한국공항공사 연구동 주차장이 만원이다. 한국공항공사 건물은 2014년까지 이마트 김포공항점 건물이었고, 2001년 이전까지는 국내선 청사 건물이었다. ⓒ 유채하

 
어둠과 침묵의 냉기만 가득했던 국제선 청사를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와, 우리들 병원 쪽으로 향했다. 국제선 청사에서는 3분 정도만 걸어가면 보이는 곳이다. 우리들 병원 옆에는 한국공항공사 항공지원센터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인천공항 개항 전까지는 국내선 청사 건물이었고, 인천공항 개항 이후부터 2014년까지는 이마트 김포공항 점이 입주해있었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국제선 노선을 이관, 이에 따라 터미널 규모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남는 청사 건물을 종합쇼핑몰로 탈바꿈시켰다. 아쉽게도 수익 부족으로 2014년 이마트는 철수했고, 그 후 이 건물은 한국공항공사에서 항공센터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이마트가 있던 시절부터 쇼핑하러 온 가족 단위 손님들로 주차장은 매일 만원이었다. 특히 주말에는 매장 내부를 돌아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많았고, 식당과 오락실이 있던 3층은 자리를 잡으려면 2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이 허다했다. 오락실에는 게임기를 먼저 차지하려는 아이들의 달리기로 시끄러웠다.

이마트 철수 이후에도 공항공사 직원 차들이 주차장을 차지했다. 손님들로 북적였던 지하철 연결통로와 내부는 비록 이전의 활기가 사라졌지만, 내가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장소의 정취만은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김포공항 롯데몰 내부 이마트가 사라진 이후 김포공항 내 유일한 종합쇼핑몰인 롯데몰.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손님들은 여전히 이 곳을 찾아 쇼핑을 즐긴다. ⓒ 유채하


이마트 이외에도 국제선 청사에는 CGV 영화관과 쇼핑몰, 수영장 등 종합엔터테인먼트 몰 'SKYCITY' 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2013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후 김포공항 내 유일한 종합쇼핑몰은 롯데몰이 되었고, 지금도 롯데몰에는 많은 쇼핑객들이 방문해 쇼핑을 즐긴다. 롯데몰 뒤에는 롯데시티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쇼핑몰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롯데몰 안에도 분명 보고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는 많았다. 수로만 따진다면 기존 이마트와 SKYCITY보다 2배 이상 많은 엔터테인먼트를 간직한 곳이 바로 롯데몰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뛰어놀고 즐겼던 특유의 정취와 기억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이곳은 그냥 시내에 있는 대형 쇼핑몰 중 하나에 불과했다. 정을 붙여보려고 쇼핑몰 안을 걸어 다니고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뭔가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들어 얼마 안 돼 걸어 나왔다.
 

우리들병원 방면 출구 이마트가 있었던 시절 설치되어 있던 야기자기한 조형물과,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이 무빙워크와 출구는 나를 설레게한다. ⓒ 유채하

 
공항을 나오고 난 뒤

코로나19와 정면으로 싸우고 있는 공항의 모습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코로나19가 빼앗아간 사람들의 여행과 여행을 향한 열망처럼, 그런 사람들이 모였던 공항도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가장 강렬했던 모습은 바로 너무나도 다른 두 청사의 모습이었다. 국내선 청사의 많은 사람들, 국제선 청사의 침묵. 두 가지 색깔을 모두 보여준 공항의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고, 곧 이 모습이 나와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앞에서도 활기찬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코로나의 공격 이후 침묵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 무슨 재난이든 모두에게 다른 결과를 선물할 수 있다는 간단하고도 자주 잊는 이 법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공항철도 열차에 올랐다.

코로나19가 앗아갔던 우리의 일상과 계획,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빨리 다가왔으면 하는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공항철도 전철에도 출근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 캐리어와 티켓을 들고 일상 밖의 행복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함께 웃고 있는 시간이 빠른 시일 내에 다가오길 바란다.
#코로나19 #김포공항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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