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학교는 '휘모리장단'

등록 2021.02.19 10:15수정 2021.02.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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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교육과정 '미니 스쿨' 만들기 설명하는 필자 ⓒ 조성모

 
새학년 준비 기간 4일째, 학교는 바쁘다. 2월 셋째 주 화요일(16일)부터, 학생들은 겨울방학이지만 교사들은 출근했다.

첫날 9시, 전입 온 교사들과 비대면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사를 나눴다. 곧바로 2021학년도 교육과정 워크숍 1차를 두 시간 진행했다. 올해 학사일정, 학교교육과정,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학년별 등교수업과 온라인 수업 시간표 작성, 온라인 학습 플랫폼 결정 및 사전 준비, 교사 업무분장 등을 연수받았다.

온라인 연수에서 나오자마자 학년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동학년 교사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학년에서 필요한 업무를 나눴다. 곧바로 학년부장교사 주도로 학년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 만들기 '미니 스쿨'에 대해서 예기하고 아이들의 특성과 환경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선생님,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예전에는 이렇게 바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화장실 갈 시간도 없네요, 정말로."
"그러게요, 휘모리장단으로 가는 거 같아요. 조금 여유도 가지고 빈틈도 있게 가다가, 가면서 채우는 식도 좋겠는데 말이죠."
"그러게요,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에서 '만들고 가는 교육과정'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미니 스쿨' 교육과정을 만드는 중에 김밥과 어묵이 배달되어왔다. 학생이 방학인 요즈음은 급식이 없다. 그래서 부장교사가 한턱 냈다. 김밥을 먹으면서도 한참 교육과정 예기에 정신이 없다. 김밥이 몇 줄 남고 어묵 국물이 식어서야 대강의 교육과정 예기도 마무리되었다.

동학년 교사들과 잠깐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다. 20대 1명, 30대 1명, 40대 1명 그리고 50대 5명 연령층이다. 새롭고 신선한 교육에 관한 내용, 관점, 교육테크는 후배 교사들에게서 얻을 수 있고, 노련하고 물 흐르는듯한 그리고 위에서 조망하며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은 선배교사들에게서 얻는다. 

잠깐의 쉼을 뒤로하고 '학교교육과정 워크숍 2차'연수를 받으러 각자 교실로 갔다. 온라인 화상 플랫폼을 켜고 접속하는 것은 이제 컴퓨터 전원 켜는 것만큼 자연스럽다.


오전 '미니 스쿨' 학년교육과정 만들기에서 나온 얘기와 결과를 공유하고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학생의 특성과 환경에 맞도록 재구성하고 융합교과를 만들고 다듬는 과정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생긴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과정 연수를 하면 할수록 내가 모르고 있는 게 많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덧 연수를 마치고 퇴근할 시간이다. 아직 교실 한켠에 전에 사용한 교실을 비우고 가지고 온 짐이 하나 가득이다. 교실을 청소하고 짐을 정리했다. 컴퓨터도 파일 정리와 동기화를 시키고 나니 밖이 컴컴하다. 아직 내 개인 일은 손도 못 댔다. 교육청메신저에 로그인을 하니 하루 만에 온 쪽지가 47개이다. 교육청 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접속해보니 공람도 그득그득 100개 이상, 처리해야 할 공문도 5개가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내일 이후로 오전 'Zoom으로 하는 신나는 수업' 온라인 연수와, 오후 '학교폭력예방교육 및 학교폭력전담기구 사안처리' 컨설팅 등 계속되는 워크숍들과 '비대면 퇴임식, 송년회', 학년 업무, 학교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는 요즈음, 학교 안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미래사회 필수역량을 키우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 휘모리장단으로 종종걸음하고 있다.

교사들은 '새학년 준비기간'동안 교실 이동, 교육과정 만들기, 행정 업무로 이런저런 준비를 열심히 하는 만큼 3월 개학 이후 학생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학교생활을 그리고 있다. 

마치 오리가 수면위를 미끄러지듯 가는 것은 수면 밑 오리발이 열심히 움직이기 때문이듯이 말이다. 내일도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한 '맞춤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종종걸음으로 출근한다. 다만, '휘모리장단'보다는 조금 여유 있는 '굿거리장단'으로 가고 싶다. '쿵 더러러러쿵 기덕'
#새학년 #준비기간 #새학년 준비기간 #교육과정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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