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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쎄빠닥상추, 개골팥? 와... 이 보드게임 기발하네

텃밭보급소가 제작한 '토종씨앗 농사판놀이', 씨앗 심고 수확하며 배우는 생태·농촌문화

등록 2021.02.28 12:17수정 2021.02.2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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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보급소 '토종씨앗 농사판놀이' ⓒ 월간 옥이네

 
통통하고 굵은 모양이 배불뚝이 붕어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 '붕어초(고추)', 국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크고 둥글넓적한 '옥발(국그릇을 이르는 경상도 사투리) 토마토', 개의 혀를 닮은 '개쎄빠닥 상추', 일반 무보다 단단하고 팽이를 닮은 '게걸무', 꼬투리가 더덕더덕 많이 붙어 '더덕깨', 개구리 등처럼 무늬가 알록진 '개골팥'...

이름도, 설명도 생소하다. 우리 땅에 살지만 정작 우리는 잘 모르는 우리의 것, 토종씨앗이다.

이 토종씨앗이 보드게임 속으로 들어왔다.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을 복원하고 공동체 농사를 지향하는 도시농업 운동 단체인 사단법인 텃밭보급소(이하 텃밭보급소)가 토종 씨앗과 24절기를 기반으로 한판놀이(보드게임)를 출시했다.

텃밭보급소가 지난해 12월 말 제작을 완료한 '토종씨앗 농사판놀이'는 ▲ 토종씨앗 30종의 이름과 모양, 맛, 특징 등을 설명한 씨앗카드 ▲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와 절기별 자연 환경을 배울 수 있는 농사카드 ▲ 수확한 작물을 활용한 가공품이 담긴 생활카드를 비롯해 4개의 나무말, 나무주사위, 놀이판 등으로 구성됐다.

유기순환농업을 지향하는 텃밭보급소의 정신에 따라 나무말과 주사위 등은 모두 원목으로, 놀이판은 코팅되지 않은 종이로 제작됐다.

이 판놀이는 최대 4명이 함께할 수 있다. 각자 말을 정하고 주사위를 굴려 놀이판 위를 누비면 된다. 놀이판 위 절기 칸에 도착하면 그에 맞춰 씨앗카드를 받고 이것을 자신의 텃밭판에 심을 수 있다.

씨앗을 심고 수확하는 것 역시 절기에 맞춰 진행된다. 구억배추는 춘분이나 청명, 입추, 처서, 백로에 심고 망종, 하지, 입동, 소설에 거둘 수 있다. 찰벼인 대궐찰은 입하, 소만, 망종에 모내기를 하고 추분, 한로, 상강에 거두는 식이다.

농사카드의 '호미'를 획득하면 텃밭을 넓힐 수 있으며 '똥'카드를 얻으면 더 많은 수확 작물이 가능하다. 농한기인 겨울로 접어들면 수확한 농작물과 생활카드를 맞춰 김치, 두부, 면(목화), 떡국, 동지팥죽 등을 가공할 수도 있다. 놀이판 위에서 우리 절기와 토종씨앗, 농촌의 생활 문화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조금이나마 농사의 어려움을 접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봄가뭄, 장마, 태풍, 한파 피해를 입기도 하고, 토종씨앗을 말살하는 GMO 종자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다. F1(교잡 1세대 씨앗) 종자를 만나면 수확물이 절반가량 줄어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육종' 카드로 GMO와 F1의 공격을 막기도 한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생명처럼 소중한 씨앗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말이다. 그러나 화학비료와 농약, 개량종과 신품종 씨앗의 보급으로 점점 우리 토종씨앗이 잊혀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출시된 이번 판놀이는 취미로 텃밭을 하는 사람은 물론 유치원이나 학교, 가정, 그 외 다양한 생태 교육과 활동을 하는 곳에서 활용이 가능한 선물 같은 놀이일 듯하다.

값 4만4천 원(배송비 무료) | 구입문의: 02-324-8180(텃밭보급소)

"우리 농촌 문화 담은 콘텐츠 개발로 이어지길"
[인터뷰] 텃밭보급소 이복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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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보급소 '토종씨앗 농사판놀이' ⓒ 월간 옥이네

 
'토종씨앗 농사판놀이'를 개발한 사단법인 텃밭보급소 이복자 이사장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담는다. 이복자 이사장의 도시농업 운동 이야기는 앞서 월간 옥이네 2020년 7월호에서 다룬 바 있다.

- 이번 보드게임 제작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학교 텃밭도 늘어나고 관련 조례도 만들어지는 등 도시농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관련 교재교구는 너무 부족해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농업과 관련한 체험 같은 것도 '탈곡체험', '수확체험' 같은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쉬웠다. 이런 가운데 도시농업 관련 공동체를 양적으로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고민이 계속 있었다.

오랜 생각 끝에 '토종씨앗'과 '24절기'를 접목해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사실 2019년에 아이디어만 잡아놨다가 제작비 마련이 어려워 사장됐던 게임이다. 그게 너무 아까워 지난해 별도 예산이 없던 상태에서 조금 무리를 해 완성했다. 그 사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성인을 대상으로 여러 번 테스트를 거쳤다."

- 자원순환이나 종다양성, 먹거리 문제 등 다양한 의제가 농업과 연결돼 있다. 그중에서도 왜 토종씨앗과 절기였나.
"우리 농사와 농업을 바탕으로 한 삶과 조상들의 지혜, 24절기의 가치를 보드에 담고 싶었다. 도시화된 공간에서 절기 문화는 여러 모로 낯선 것이 되고 있지 않나. 토종씨앗 역시, 많은 이가 텃밭을 가꾸고 있지만 채소 위주로 알려졌을 뿐 곡식이나 2년생 작물, 월동작물 등 다양한 우리 종자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이 낯선 편이다. 토종씨앗, 절기에 대해 모든 걸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 농사와 농업, 절기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 출시 이후 반응은 어떤가.
"밤새 농사짓는 집들이 생겼다(웃음). 농사에 대해 전혀 모르던 어린이나 가정에서도 이 게임을 함께하며 절기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반응을 접했다."

- 나무로 제작한 말과 주사위, 코팅되지 않은 종이 등에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가급적 미세플라스틱 같은 유해성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웃음). 토종벼를 확대하는 운동으로 '논학교'를 10년정도 운영했는데 거기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짚을 이용해 종이를 만드는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다. 올해는 짚으로 종이 만드는 걸 키트화해 보면 어떨까 고민 중이다. 짚을 삶아서 건조해야 하는 거라 보급화하려면 아무래도 고민이 더 필요할 거 같다."

- 이번 판놀이가 계속 확장되면 좋겠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걸 계기로 다양한 활동이 보급되면 좋겠다.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가는 것을 찾는 과정, 우리 농촌 문화를 통해 도시화가 조금 더 지연되고 생태 거리를 더 확보하게 되면 좋겠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이런 것들이 더 많이 나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런 걸 꿈꾸던 분들도 이번 판놀이 출시를 보고 기운을 얻어 더 많은 활동으로 이어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월간 옥이네 2021년 2월호(통권 44호)
글·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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